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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혁명 5년, 무엇이 달라졌나

Joyfule 2012. 7. 13. 10:39

 

 

 

스마트폰 혁명 5년, 무엇이 달라졌나

 

'손 안의 PC'가 유비쿼터스 환경 만들어 뉴미디어 발달 촉진


2011년 애플은 총 1082억4900만 달러(약 122조862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애플사를 하나의 국가로 보면 전 세계 200여개 나라 중 50위권 GDP에 해당하는 수치다. 애플은 올해 1·4분기 226억9000만 달러(약 25조753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같은 기간 오랜 경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매출액은 174억1000만 달러(약 19조7603억원)였다.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1102억 달러(약 125조770억원)에 이른다. 스마트폰 경쟁업체인 노키아(362억 달러)와 RIM(107억 달러)의 총자산의 2배에 해당한다. 심지어 애플의 현금 보유액은 운영체제(OS) 시장에서의 오랜 경쟁자였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총자산액(1087억 달러)보다도 크다.

시중에 출시된 여러가지 스마트폰 / 김석구 기자애플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우뚝

애플을 '2류 기업'에서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끌어올린 것은 바로 아이폰이다. 지난 5년간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서만 총 1430억 달러(약 162조30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편, 아이폰이 출시되기 이전인 2006년까지 애플의 총매출액 합계는 1390억 달러(약 157조7650억원)였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7년 6월 29일, 애플은 아이폰의 첫 모델을 정식 발매했다. 그로부터 5년, 스마트폰은 대중화를 넘어 일반화 단계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도 아이폰 도입 2년 만인 지난해 말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000만명을 넘었다. 버스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읽고 영화를 보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중독률이 인터넷 중독률을 앞질렀다는 소식도 있다.

스마트폰은 휴대전화와 다른 정보기기의 기능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장치다. 이러한 개념은 '스마트폰'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20년 전인 1970년대에 나왔다. 미국의 발명가 시어도르 패러스케바코스는 1973년 화면이 달린 전화기를 통해 은행 업무를 보거나 물건값을 내는 개념을 생각해냈다.

1990년대 들어 기본적인 정보처리가 가능하고, 초기 터치스크린 기능이 탑재된 PDA(개인 정보단말기)가 보급되면서 현재의 스마트폰과 비슷한 형태의 제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초의 스마트폰이 무엇인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1994년 출시된 IBM의 사이먼(Simon)을 시초로 본다. 가로 6.4㎝, 세로 20㎝ 크기의 사이먼에는 터치스크린, 팩스기능, 이메일 전송기능, 무선 호출기능 등이 들어 있었다.

'스마트폰'이라는 말 자체를 만들어낸 것은 스웨덴의 통신업체 에릭손이다. 사이먼이 출시된 지 3년이 지난 1997년, 에릭손은 200대의 GS88을 생산하면서 이 모델을 '스마트폰 제품군'에 분류했다. GS88을 기반으로 한 R380 모델은 처음으로 마케팅 과정에서 '스마트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2000년 출시된 R380은 심비안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렸다. 노키아와 에릭손은 심비안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생산했는데,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까지 심비안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65%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폰과 RIM의 블랙베리폰도 각각 1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었다. 2007년 노키아는 전 세계적으로 7768만대의 심비안폰을 팔았다. 같은 시기 윈도폰은 1470만대, 블랙베리폰은 1177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아이폰 등장, 스마트폰 시장 요동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은 요동쳤다. 블랙베리폰은 2009년까지 2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했지만, 심비안폰과 윈도폰은 급속한 점유율 하락을 겪었다. 삼성전자, HTC 등 후발주자들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을 생산하면서 블랙베리의 점유율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2012년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양분하고 있다.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노키아 전 CEO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5년 전 아이폰이 세상을 바꿀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칼라스부오는 노키아의 심비안폰이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었던 2007년부터 2010년까지 CEO 자리에 있었다. 그는 "큰 기업들은 변화하기 어렵다. 노키아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칼라스부오는 애플 아이폰의 등장 이전 노키아의 성공 비결에 대해 "열심히 일한 것"이라고 답했다. 애플이 아이폰 하나를 꾸준히 밀고 나간 것과 달리 노키아는 매해 꾸준히 수십개의 모델을 새로 만들고 폐기시켰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 한 노키아 개발팀 책임자는 2010년 10월 핀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키아의 문어발식 개발이 "개발 초기부터 총체적 관점과 집중성을 잃어버리게 했다"고 말했다.

노키아 출신의 모바일 경영컨설턴트 토미 에이호넌은 지난 5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노키아는 실행력 강한 혁신 회사였다"고 말했다. 제지, 목재, 발전, 고무 등 다양한 산업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했던 노키아는 1992년 휴대전화 사업을 제외한 전 분야를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1996년부터 노키아는 스마트폰을 만들기 시작했고, 1998년부터는 모토로라를 제치고 휴대전화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관료화되자 문제가 발생했다. 에이호넌은 비용 관리를 제1 원칙으로 내세운 칼라스부오가 CEO가 된 이후 "엔지니어보다 재무 파트의 발언권이 세졌다"며 "회사가 비용 관리에만 신경을 쓰자 재미를 느끼지 못한 창의적인 중간간부들이 노키아를 떠나 애플, 삼성, 블랙베리 등으로 몰려갔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시장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도 변화를 겪었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한정된 수의 콘텐츠 제작사가 이동통신사를 통해서만 콘텐츠 제공이 가능했다. 오픈 마켓이 열린 이후 콘텐츠 시장은 완전경쟁시장에 가까워졌다.

애플 앱스토어의 모습. 앱스토어에는 하루 평균 900개에 가까운 신규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온다. 앱스토어를 비롯한 스마트폰 오픈 마켓은 콘텐츠 유통을 자유롭게 했다.

오픈마켓 열려 콘텐츠 개발·유통 활발


미국의 매킨토시 전문 월간지 맥월드의 선임 편집자 댄 모렌은 아이폰의 앱스토어를 "단순히 인상적인 기술이 아니라 강력한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는 생전에 맥월드 행사에 수 차례 참석해 새로운 제품을 소개한 바 있다. 2007년 1월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공개한 곳도 맥월드 행사였다.

모렌은 애플이 앱스토어에 올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쓰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제작자들에게 무료로 배포했고, 1년간 애플리케이션 등록비로 99달러를 책정한 것이 앱스토어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보았다. 현재 앱스토어에는 6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돼 있으며, 다운로드 횟수는 250억회를 돌파했다. 하루 평균 900개에 가까운 애플리케이션이 등록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콘텐츠 제작사는 오픈 마켓이 열리면서 콘텐츠 유통이 훨씬 자유로워졌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선두업체인 컴투스 측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면서 수익이 훨씬 좋아졌고, 게임을 배포하는 방식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컴투스 측은 "무엇보다 해외시장 진출이 용이해졌다"고 말했다. 기존에는 제작사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브로커를 통해 해외 이동통신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스마트폰 오픈 마켓에서는 한 번 등록으로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마켓이 있긴 하지만, 앱스토어와 안드로마켓의 존재 때문에 예전처럼 이통사가 제작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모바일 게임업체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컴투스와 게임빌은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투톱'으로 불리지만, 전통적 온라인게임 강자인 넥슨과 NHN 한게임 등이 도전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스마트폰용 게임 제작을 시작한 한게임의 관계자는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이미 큰 성과를 냈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넥슨의 자회사인 JCE의 '룰더스카이'가 기존 모바일 게임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루에 300개 가까운 게임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되는 환경이 오히려 온라인 게임사에는 기회라고 말했다. 그는 "피처폰 시절과 달리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는 많은 게임을 발표하는 것보다 핵심 게임을 꾸준히 업데이트 하는 것이 낫다. 게임 업데이트에 있어서는 온라인 게임사들의 경쟁력이 모바일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열린 유비쿼터스 환경(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은 새로운 사회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댄 모렌은 아이폰과 3G 네트워크가 결합한 것을 현재의 아이폰을 만든 5가지 중대 사건 중 하나로 꼽았다.

아이패드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모습. 스마트폰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뉴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 강윤중 기자한국 1인당 테이터 사용 세계 최고수준

199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3G는 전송속도가 14.4~64kbps(초당 킬로비트)였던 2G를 뛰어넘어 Mbps 단위의 접속속도를 보인다. 2G 네트워크로는 문자·음성 이외의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전송하기 쉽지 않았지만, 3G 시대가 열리면서 사진과 동영상 전송이 간편해졌다. '손 안의 PC'의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유비쿼터스 환경은 보다 완벽하게 갖춰졌다.

한국에서 유비쿼터스 시대는 뉴미디어의 발달을 촉진했다. 대표적인 것이 SNS와 팟캐스트다. 대표적인 SNS 트위터의 사용자는 아이폰 도입 2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다.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재·보선, 2012년 총선 등 중요한 정치 이벤트가 열릴 때마다 각종 언론은 '투표 인증샷' 등 트위터를 주시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트위터 여론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각종 분석이 쏟아졌다.

팟캐스트는 '원하는 시간에 어느 장소에서나 들을 수 있는 라디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 나는 꼼수다 > 가 대성공을 거둔 이후, 비주류 언론과 정치인들은 팟캐스트를 통해 새로운 청취자를 100만명 단위로 확보했다. 일반인들의 팟캐스트 제작도 늘어나고 있다. SNS와 팟캐스트 열풍은 기존의 일방적인 매체 환경을 상당히 뒤흔들었다.

콘텐츠 제작자들과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유비쿼터스 환경에서 활동이 자유로워졌다. 반면 통신사들은 그동안 지켜왔던 독점적 위치를 점점 위협받고 있다. 아이폰을 국내에 유통시킨 KT의 경우,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이 2009년 4분기 3만1490원이었던 것이 꾸준히 감소해 올해 1분기에는 2만8722원으로 낮아졌다.

데이터 사용량 폭증 역시 통신사들에는 부담이다. 올해 1·4분기 통신 3사의 무선 트래픽 총량은 약 6만5000TB(테라바이트)를 기록했는데, 이는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된 초기보다 200배 늘어난 수치다. 한국인 1인당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835MB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휴대전화 판매를 통신사가 독점했던 형태 역시 변화가 일어날 조짐이 있다. 지난 5월부터 정부는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단말기 자급제를 시행했다. 통신사를 거치지 않고 휴대폰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은 신규 고객의 10%만이 단말기 자급제를 통해 휴대폰을 구입하고 있지만, 국내 휴대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잇달아 자급제 전용 스마트폰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