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면서 구하기만 하는 기도
어느 날 스승과 제자가 어떤 곳에 볼일이 있어서 가야 하는데 마침 그곳은 사막을 가로질러야 하는 길이라 어쩔 수 없이 낙타를 빌려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사막을 횡단하려면 족히 3일은 걸리는 길이라 노숙할 채비를 하고 떠났습니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 스승과 제자는 천막을 치고 잠에 청하려고 하는 순간 스승은 제자에게 낙타가 도망갈지 모르니 어서 낙타를 도망 못 가게 붙들어 매어 놓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제자는 스승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스승님! 하나님을 무시합니까? 하나님이 다 지켜 주실 터인데 왜 속 좁게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그런 일을 시키십니까" 라고 하면서 스승을 안심시키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자는 그렇게는 말했지만 그래도 내심 은근히 걱정되었던지 일어나자마자 밖으로 나가 낙타가 있는지 먼저 확인했는데 다행히 그대로 있었습니다. 제자는 의기양양해서 "이것 보십시오 스승님! 주님의 가호로 그대로 있지 않습니까?" 스승님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길떠날 채비를 하고 떠났습니다.
또 날은 저물어 밤이 됐으므로 다시 천막을 치고 노숙을 합니다. 스승은 또 낙타가 도망가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묶어두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어제보다 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스승님! 어제 제가 말한 대로 하나님이 낙타를 지켜주시는 것을 보았잖아요, 왜 또 하나님을 의심하십니까?" 스승은 아무 말 없이 잠에 들었고 제자는 아침에 일어나서 혹시나 하고 내다봤지만, 낙타는 그대로 있었습니다. 제자는 어제보다 더 의기양양해서 목에 힘 바짝 주고 거들먹거렸습니다. 또 길떠날 채비를 하고 계속 걸어가다가 밤이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스승님은 낙타를 매어두라고 지시했으나 제자는 짜증이 난다는 투로 " 아 진짜 왜 그러십니까? 하나님이 이틀 동안 지켜주시는 것 확인 했잖아요" 스승님에게 핀잔을 주면서 마구 대들듯이 거절을 하고 잠이 들었고 아침이 되어서 한결 여유가 있던 제자는 휘파람을 불며 밖에 나갔는데 낙타가 안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제자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하나님께 심한 배신감도 느끼면서 맨붕 상태에 빠져 사막 모래를 머리에 뒤집어쓰면서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합니다. "하나님 저에게 어떻게 이러실 수가 있어요? 나는 하나님을 철석같이 믿고 이 모든 걸 주님께 맡겼는데 이래도 되는 건가요? 겨자씨만한 믿음만 있으면 다 이뤄 주신다면서요?" 스승은 조용히 제자를 진정시키고 말씀하시길, "이 녀석아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더냐? 그렇게 내 말을 안 듣더니 너의 꼴을 봐라, 하나님이 너의 시다바리냐? 니가 할 수 있는 일은 니가 해야지 왜 별것도 아닌 일을 주님께 하라고 시키냐? 그게 올바르고 떳떳한 믿음이더냐?" 이 내용은 물론 어느 책에서 봤던 예화인데 제가 요즘 정서에 맞게 조금 각색했습니다.
우리는 예화에서 봤듯, 이런 어리석은 제자와 같이 잘못된 믿음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하나님을 종 부리듯 이것 해달라 저것 해달라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합니다. 우리가 종이고 하나님이 주인이십니다. 종이 주인에게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할 수는 있습니다. 단 그 범위는 종의 능력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수준일 때 주인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는 것이지 종이 조금만 노력하면 다 할 수 있는 것을 주인에게 해 달라고 하면 해 주시겠나요?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던지, 장대를 가지고 감을 쳐서 떨어뜨려 주어 먹든지 하면 될 것을 감나무 아래 누워서 입만 벌리고 "주님, 이 감이 내 입으로 떨어지길 원하오니 그대로 되게 하옵소서 신실하신 주님을 겨자씨만한 심정으로 믿습니다." 이러면 감이 누워있는 사람의 입으로 떨어지게 해 주실까요?
저같이 속좁은 사람이라면 어이가 없어서 감대신 감 크기만한 돌멩이를 떨어뜨려 정신 차리게 하겠으나 주님은 신실하신 분이시라 그냥 두시면서 한숨 쉬시겠지요. 평소 공부 안 하던 학생이, 주님 믿습니다. 이번에 성적 잘 나올 걸 믿습니다. 하면 성적이 잘 나오나요? 이십여 년 전에 티비를 보는데 어떤 아버지가 아홉 살 된 딸 아이가 배에 복수가 차는 병으로 고생할 때 의사는 병원에 와서 수술만 하면 간단히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는데, 우리는 믿는 사람으로서 병원의 힘을 빌리지 않고 주님의 역사로 병을 치료하고자 하오니 참견 말라고 했는데, 계속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그 아이는 병을 이기지 못하고 사망했고 그 아버지는 심한 배신감을 느껴서 믿음에 대한 엄청난 혼란이 왔다는 모습을 티비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감기만 걸려도 병원 안 가고 버티며 주님이 회복시켜 주실 것이라 믿으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의 믿음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봤습니다.
거듭나서 성자의 길을 가게 해 달라고 소리소리 질러 힘주어 기도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전혀 노력도 없이 남들 하는 거 다 하는 경우도 봤습니다.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자잔한 것을 다 뒤처리리나 해주시는 그런 분이 아닙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정말 불가항력적으로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주님께 매달려 도와달라고 기도하면 주님은 절대적인 판단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열어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인이 할 수 없는 것은 주인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게 믿음이지요..지금은 아니지만, 저도 한때는 믿음에 대하여 잘못 배워서 기도만 하면 다 들어주신다고 하기에 내가 다 할 수 있는 것을 나태한 맘으로 주여 주님을 믿습니다. 이루어 주시옵소서~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장 흔히 인용하는 기도응답이 조지뮬러는 몇만 번 기도했는데 다 들어주셨다는 예화를 말하면서 "여러분도 조지뮬러처럼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주님은 여러분의 기도를 외면하지 아니하고 다 들어주십니다."
그 당시 조지뮬러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강대상에서 선포하는 데로, 아멘 믿습니다~ 하는 것이 굉장한 믿음으로 인식하여 그 날부터 작정 기도하며 매달리던 웃지 못할 추억이 생각날 때마다 낯뜨거워 숨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시키는 대로 해도 안 되기에 급기야 조지뮬러가 어떤 사람인지 또 어떤 기도를 드렸는지 호기심에 못 이겨 조사해 보았더니, 인간의 힘으로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기도, 그것도 개인의 욕구를 채우는 기도가 아니라 죄다 고아원을 운영하면서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청하는 공의로운 기도였습니다. 이런 전후 사정은 쏙~ 빼고 그저 내가 원하는 걸 구하기만 하면 주신다는 말에 순진하게 그대로 믿고 따랐으니 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던가... 그 후 성경을 제대로 읽고 믿음과 기도의 방법론에 대해서 깨달은 후에는 뭘 주시옵소서라는 기도는 쏙 들어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저 나의 죄를 용서해달라는 기도만 자꾸 나오는지..뭘 구하려고 해도 해결되지 않은 나의 더러운 죄 때문에 구하기도 민망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해 보고 안 되면 구하자는 결심이 들었습니다.
주님께서 진정으로 요구하는 기도의 방법을 알고 나니, 나의 소욕을 구하는 기도는 엄두도 못 내고 공의로운 기도로 방향을 틀어버리니까 오히려 개인적인 어려움들은 기도도 안 했는데 어느새 해결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더 잘 될 걸 믿습니다. 라고 기도해야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나는 아무것도 안 하면서 의도적으로 기도만 해서 해결하려고 한다면 이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러분의 자녀가 공부도 안 하고 시험 보는데 부모가 자식을 위해 대신 나서서 시험 볼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부모라면 시험은 대신 못 봐줘도 자식이 공부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되기 위해 서포트는 해 줄 것입니다. 주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스스로 하려고 하길 바라시면서, 우리의 영적인 정서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켜주실 것입니다.
아프면 무조건 먼저 병원에 가십시오. 암에 걸려도 병원에 가서 치료하시고 그 후의 일은 전적으로 주님의 주권에 맡기세요. 고쳐도 주님의 은혜이고, 그렇지 아니하실지라도 주님의 은혜입니다. 왜냐하면, 주님이 하시는 일은 옳지 않은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든 걸 주님의 절대 주권에 맡기고 기도하는 것이 올바른 믿음의 태도입니다. 누워서 감이 떨어지길 구하는 것은 아주 미련한 자입니다. 차라리 이렇게 기도하세요.
"주님~ 제가 지금부터 감을 따기 위해 나무에 오를 터인데 발을 헛디뎌서 떨어지지 않게 보호해 주십시오" 이게 옳바른 기도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자식을 아무 노력도 안 시키고 해달라는 것을 말만 하면 다 들어주었을 때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까요? 그냥 나이 들어가면 알아서 철이 드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어른으로 성장해 가면서 매우 나태하고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며 오로지 일가친척들에게 도움만 바라면서 살아가는 잉여인간으로 발전해 갈 것입니다. 하나님도 우리의 영을 다루는 방법이 이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우리가 쉽게 할 수 있는 걸 기도 한마디에 다 들어주시면 우리의 영은 나태해지고 간절함도 사라지고, 공의가 무엇인지, 주님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웃사랑이 무엇인지, 감각도 없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인생을 살다가 주님으로부터 토해냄을 당할 것입니다.주님은 이런 결과를 아시기에, 주님은 우리가 원하는 걸 주시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채워주십니다.
저의 주변에 자기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아무것도 안 하면서 믿음으로 구하는 기도를 하는 사람을 보고 생각나서 우리는 그러지 말자는 취지에서 글을 한번 써 봤습니다.
쓰고 보니 별 심각한 내용도 아니고 크게 은혜도 안 되는 글이네요.. 삭제할까 하다가 글 쓴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혹시나 잘못되게 기도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알게 되면 좋겠다는 바램에 삭제하지 않고 올려봅니다.
작성자-랑별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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