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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곽창렬, 박종인, 송혜진, 이용수, 이학준, 전병근, 최현묵, 한현우

Joyfule 2012. 3. 4. 19:47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곽창렬, 박종인, 송혜진, 이용수, 이학준, 전병근, 최현묵, 한현우 (지은이) | 시공사

 




"나는 돌 깨는 것밖에 몰라요. 글씨도 읽을 줄 몰라요.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네팔 소녀 루빠는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 조그마한 손에 쇠망치를 들고 건축용 자재로 쓰일 돌을 깬다. 가닌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아이는 이제 고작 여덟 살. 루빠처럼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아이는 전 세계에 3억 명이 넘는다. 1분마다 10명의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3분마다 1명씩 비타민A 부족으로 눈이 머는 세계.

「조선일보」'아워 아시아Our Asia' 취재팀이 2007년 1월부터 10월까지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네팔과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버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시작된 여정은 두 개의 대양을 건너 아프리카의 케냐와 우간다까지 10개월간 이어졌다.

그곳에서 목격한 참담한 현실, 가난하고 상처 입은 이들의 슬픔과 희망은 신문 기사와 방송 다큐멘터리로 제작되어 전국의 독자와 시청자를 만났다. 여행기가 발표된 후 신문과 방송을 통한 후원이 쏟아졌다. 여기에 기사나 방송으로 차마 꺼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더해 만들어진 책.



난민촌을 떠나 옛 마을로 돌아간 집들도 적지 않다. 얼마 전 난민촌을 떠난 열일곱 살 자할리니네 식구가 그렇다. 뜨내기 생활을 견디다 못한 식구들은 해안 가까이에 있는 폐허가 된 집을 다시 얼기설기 쌓아 올렸다. 고기잡이를 하기 위해서다. 정부가 위험 지역으로 선포한 곳이다.

"왜 겁이 나지 않겠어요. 하지만 먹고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자할리니의 아버지가 말했다. 어부의 삶은 다시 시작됐고, 가족은 굶주림을 면했다. 하지만 자할리니는 이웃 동네에 있는 학교까지 가기 위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야 한다. 4킬로미터를 걸어 선착장에 가면 구호단체가 마련해준 쪽배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이 마을에 20명이 넘는다.

우리는 자할리니가 다니는 학교를 따라가봤다. 자할리니가 다니는 임시 학교는 쓰나미 이후 들풀 만이 무성하던 공터에 만들어졌다. 가로 70미터, 세로 50미터 남짓한 터에 목재 골조와 양철 슬레이트 지붕으로 지어 올린 건물에서 학생 50여 명이 수업을 받는다.

교실 사이에 벽도 없어서, 옆 반 선생님 설명이 더 크게 들리기도 한다. 칠판은 공사장에서 쓰던 합판에 검은 페인트칠을 한 것이고 분필 지우개는 헝겁을 뭉쳐서 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보였다. 4학년 티시카란은 어차피 갈 데도 없는데 학교에 와서 친구들과 함께 지낼 수 있어 좋다고 했다. (95~97쪽, '바다가 삼켜버린 인도양의 눈물' 중에서)



곽창렬 - 조선일보 인터넷뉴스부 기자

박종인 -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여행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2003년 사진을 배우러 뉴질랜드에 가서 2년을 살았다. 2005년 신문사로 돌아와 주말섹션인 '주말매거진+2'를 맡다가 사회부로 가서 '박종인의 인물기행'을 연재했다. 2008년 현재 조선일보 영상뉴스취재팀장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나마스떼>와 <다섯 가지 지독한 여행이야기>, <한국의 고집쟁이들>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뉴욕 에스키모 미닉의 일생>이 있다.

송혜진 -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이용수 -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이학준 - 조선일보 인터넷 뉴스부 기자. '아워 아시아'를 기획했다.

전병근 -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최현묵 -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한현우 - 조선일보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세상의 지붕, 네팔에 가서 루빠를 만났습니다. 여덟 살 어린 나이에 하루 종일 채석장에서 돌을 깨는 소녀였습니다. 그 어린 소녀가 말했습니다. '가난은 내 운명'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큰 울림, 운명이라는 단어가 던지는 그 울림에 우리는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밤이면 세상을 축복하는 불꽃놀이가 흔히 벌어지는 남인도의 작은 마을 시바카시에서 문니스와리를 만났습니다. 배낭족들이 신비한 인도와 종교의 인도, 그리고 자비와 실천과 긍휼과 초월의 인도를 찾아 헤매는 동안, 바로 그 인도 소녀 문니스와리는 단순한 상상력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상상할 수 없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아이를 만났을 때, 문니스와리는 열세 살이었습니다. 갓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가 성냥공장 노동에 지쳐 독약을 삼켰습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조금 넘는 빚에 소녀네 가족은 노예처럼 공장에 얽매여 있었습니다. - 박종인(지은이 대표)



1분에 34명,하루 5만 명의 소중한 생명이 가난과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성경의 교훈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생명보다 귀한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이 책은 생명의 소중함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불행 속에 놓여 있는 어린이들에게 내일의 희망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정정섭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 회장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마을에 사는 아이들의 혹독한 생활이 손에 잡힐 듯 담겨 있는 이 책을 읽고 나는 한동안 할 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시련 속에서도 맑게 빛나는 아이들의 눈동자와 그보다 더 영롱한 아이들의 꿈을 발견하고는 더 오랜 시간 입을 굳게 다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팽팽한 이기심과 넘치는 욕심속에서 이 아이들의 맑은 꿈 한 자락은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고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맑은 거울이 되어 줄 것입니다. - 김수환 추기경

얼마 전, 이 책에 소개된 우간다의 '베나'를 만나러 갔습니다. 아이는 언제 심장병을 앓았냐는 듯이 건강한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맞으며 또박또박 "안녕하세요"인사를 했습니다. 저 먼 나라 우간다의 산골 마을에서 듣는 우리말 인사는 단순한 인사말이 아닌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감사함의 표현이었습니다. 이렇듯 우리의 정성이 모여 만들어진 거룩함은 또다시 나눔의 의지를 가다듬게 만들고 희망을 꿈꾸게 합니다. 겉옷의 주머니가 아닌 마음의 주머니를 연다면,이미 희망은 시작된 것이 아닐까요. - 조민기 배우

    

프롤로그 두렵지만 아름다웠던 여행

네 팔 꿈을 깨트리는 아이,루빠
네 팔 소년 차장 순버하둘의 귀향
테베트 히말라야를 넘는 티베트 아이들
인 도 성냥갑게 걷힌 문니스와리의 꿈
스리랑카 바다가 삼켜버린 인도양의 눈물
버 마 죽음을 가로질러 국경의 밤을 건넌 사람들
캄보디아 에이즈보다 가난이 무서운 거리의 소녀
필리핀 태풍도 쓸어가지 못한 아이들의 웃음
케 냐 메마른 사막에서 길어 올린 희미한 희망
우간다 전쟁,끝나지 않는 소년병의 아픔
파키스탄 무크타르가 된 여인,비비

에필로그 아워 아시아 그 후


    

눈물의 땅에서 천사를 만나다
“나는 돌 깨는 것밖에 몰라요. 글씨도 읽을 줄 몰라요. 내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게 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네팔의 소녀 루빠는 하루 종일 강가에 앉아, 조그마한 손에 쇠망치를 들고 건축용 자재로 쓰일 돌을 깬다. 맘껏 꿈도 꾸지 못하고 가난이 ‘운명’이라고 말하는 이 아이는 이제 고작 여덟 살. 루빠처럼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아이는 전 세계에 3억 명이 넘는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 요즘에도 아직도 1분마다 10명씩 아이들이 영양실조로 죽어가고, 3분에 1명씩 비타민A 부족으로 눈이 멀고 있다.
깡마른 아이들의 사진을 보면서 말문이 막혀버렸던 경험은 아마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작고 여린 아이들이 빈곤과 전쟁, 자연재해, 질병과 싸우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듯, 비행기로 채 하루도 걸리지 않는 가까운 곳, 가까워서 더 보지 못했던 곳에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다.

조선일보 ‘아워 아시아 Our Asia’ 특별취재팀은 2007년 1월 무거운 취재장비와 그보다 더 무거운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지구촌의 고통 받는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네팔과 인도, 파키스탄, 스리랑카, 버마, 캄보디아, 필리핀 등 아시아에서 시작된 여정은 두 개의 대양을 건너 아프리카의 케냐와 우간다까지 10개월간 이어졌다. 그리고 그곳에서 목격한 참담한 현실, 가난하고 상처 입은 아이들의 슬픔과 희망을 신문 기사와 방송 다큐멘터리로 담아, 전국의 독자와 시청자를 만났다. 그리고 너무 아파서 차마 꺼내놓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눈물의 땅에서 만난 천사들의 이야기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이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키우듯, 아이들의 가슴엔 꿈이 자란다
한달 학비 1500원이 없어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네팔의 돌 깨는 소녀 루빠는 친구들과 공부하고 싶다며 눈물을 쏟았다. 하루 두 끼의 식사를 월급으로 받으며 매연으로 매캐한 거리에서 버스 차장 일을 하는 순버하둘은 돈을 많이 벌어 엄마와 함께 사는 게 꿈이다. 오늘도 해발 6000미터 눈 덮인 히말라야 산맥 어딘가에는 중국이 점령한 티베트를 떠난 아이들이 혹한과 싸우며, 꿈을 찾아 망명정부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배낭족들이 자비와 긍휼을 찾아 인도를 누비는 동안, 노동에 시달리던 열두 살 문니스와리는 독극물을 삼키고 하늘로 ‘달아나려고’ 했다. 인도가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쓰레기더미의 높이도 높아지고,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앙코르와트의 나라 캄보디아의 열네 살 소녀 몽은 매일 아침 거리로 나와 남자들을 부른다. 아이는 에이즈에 걸리는 것보다 배고픔이 더 무섭다며 눈물을 삼켰다. 쓰나미가 덮친 스리랑카와 태풍이 쓸어버린 필리핀의 아이들은 부모형제도 잃고, 학교와 친구들도 잃었다. 쓰나미와 태풍이라는 말만 들어도 겁을 먹을 만큼, 천진한 웃음 뒤에 깊은 상처만이 남았다.
아프리카 케냐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물을 찾아 하루 종일 사막을 아장아장 헤매고, 메마른 땅을 파서 흙탕물을 마신다. 우간다의 조프리와 코마굼은 전쟁 중에 손과 입술, 귀를 잃고 소년병으로 끌려가, 삶이 뭔지도 모를 어린 나이에 살인을 배워야 했다.

이렇듯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암담한 현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세계의 맨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몰랐거나 때로 외면했던 진실 앞에서 우리가 누리는 풍요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것인지, 먹먹해지는 가슴을 참기가 어렵다. 저자들은 “여행 내내 뚜렷한 대상도 없이 욕설을 퍼붓고, 돌아와서도 분이 풀리지 않아 이유 없이 신을 저주하기도 했다”고 고백한다.
그럼에도, 저자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상처 입은 조개가 진주를 키우듯, 아이들의 상처 입은 가슴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고단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어른이 되면 자신처럼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말한다.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다가올 내일을 기다리며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과 나눔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저자들은 기적을 경험했다.

희망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신문과 방송을 통해 알려진 후, 전국 각지에서 후원의 물결이 쏟아졌다. 교도소 수감 중에 모은 영치금을 보내온 재소자부터, 어릴 적 이름도 모르는 외국인이 보내준 후원금으로 살아 왔다며 이제는 자신이 도울 차례라면서 후원금을 보낸 사람, 후원단체에 ‘힘내라’, ‘사랑해’라는 이름으로 입금을 한 무수한 천사들까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따뜻한 손길을 내밀었다. 작은 정성들은 아이들에게 전달되었고, 아이들의 삶은 달라졌다. 책 안에 담겨 있는, 작은 나눔이 만들어낸 큰 기적 그리고 아이들이 꿈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게 된다. 그 감동은 나눔의 의지를 가다듬게 만들고 모든 이의 가슴에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 바로 희망이다. 희망은 나눔과 사랑에서 시작된다는 소중한 진리를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어린이를 위한 책 ≪나는 네 친구야≫ 동시 출간
이 이야기는 어른을 위한 ≪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와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나는 네 친구야≫ 두 가지 책으로 만들어져, 동시에 출간되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며 감동을 공유하고, ‘나눔’과 ‘공동체적 삶’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어른들은 내 아이만 생각하던 이기심을 되돌아볼 수 있고, 아이들은 먼 나라의 친구들을 따뜻한 가슴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