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길 줄 아는 사람이 ‘리더’ 된다 2.
“유머는 카리스마의 부산물”
재미작가 겸 영어교재 저술가인 조화유(曺和裕)씨는 “정치인들이 유머 감각이 없으면 정치는 살벌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정계에서 출세하려면 조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으며 위대한 대통령들은 다 조크의 명수(名手)들이었다”고 말한다. 조화유씨는 또 “난마같이 얽힌 정치 문제도 유머와 조크를 통해서 잘 풀리는 수가 있다”면서 “정치인의 연설에서 조크가 빠지면 김빠진 맥주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서구에서는 정치인 유머 모음집이 수세기 동안 베스트셀러가 되지만 한국에서는 정치인의 유머만 모아서는 한 권의 책도 꾸미기가 어렵다. 우스개로 대중을 감동시킨 정치 지도자가 별로 없었다는 뜻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국무회의 토론 시간에 앞서 고양이와 개가 만나면 왜 싸우는지를 물었다. 국무위원들이 머뭇거리자 이렇게 말했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들고 살랑살랑 흔들고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내리는데, ‘고양이과 짐승’들은 기분이 나쁘면 꼬리를 빳빳하게 들고 공격자세를 취하고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딱 내린다고 한다.” 이어 노 대통령은 “개와 고양이가 만났을 때 개가 꼬리를 치켜들면 고양이는 ‘어 해보자는 거냐’라고 받아들이고, 반면에 개는 꼬리 내린 고양이를 보며 ‘너 긴장했냐’라고 반문한다”고 설명했다.
장관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농담은 빈번한 부적절한 언행 속에 나온 것이어서 높은 평점을 얻지 못했다.
유머는 카리스마의 부산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의 인생과 지위와 업적에서 오는 권위가 뒷받침될 때 유머는 빛이 나고 듣는 이를 즐겁게 한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의 유머가 빛나지 못하는 까닭은 스스로의 권위를 실추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적절치 못한 유머로 크게 손해를 본 대표적 정치인이다. 이회창씨는 2002년 스승의 날 일일교사로 모 여고를 방문해 여고생들에게 “빠순이들…”이라고 했다. ‘오빠부대’를 지칭한다는 것을 ‘빠순이’라고 말한 것이다. 그러나 ‘빠순이’는 술집 접대부(호스티스)를 지칭하는 은어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회창씨의 경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한 부적절한 유머의 사례가 많다. 차가운 인상에 유머 한 마디 할 줄 모른다는 이미지는 치명적 약점이 되었고 그는 끝내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토론 문화가 유머 발달시켜
적절한 유머 한 마디는 자신의 이미지를 확 바꿔놓기도 한다. 2000년 6월,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을 끝내고 오찬장에서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를 두 영수 사이에 앉히면서 “대통령께서 이산가족이 된 줄 알았습니다. 여기까지 오셔서 이산가족이 될 게 뭐 있습니까?”라고 농담한 것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조크는 지금까지 외부 세계에 비쳐졌던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서울에 주재하는 일본 기자들은 5공화국 초기 시중에 떠돌던 ‘박사보다 육사가 높고 육사보다 보안사가 높고 보안사보다 높은 것은 여사’라는 농담에 배꼽을 잡고 웃었다고 한다. 일본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유머였기 때문이다.
한국 취재 20년인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한국 정치인들은 일본인이 부러워할 정도로 말을 잘한다”면서 “이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사무라이 문화가 말보다는 행동을 중시하고 현대 일본 정치가 막후협상 정치를 강조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한국 정치인들이 일본 정치인에 비해 말은 잘하지만 유머 감각은 서구 정치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다. 한국 정치가 살벌하게 보이는 것은 은유와 직유가 없이 직설과 독설만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서구 정치에서 유머가 발달한 것은 토론문화에서 찾기도 한다.
링컨이 젊은 시절 하원의원으로 출마했다. 합동정견발표회에서 그의 라이벌 후보는 링컨이 신앙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고 나서 청중을 향해 “여러분, 천당에 가고 싶은 분들은 손을 들어보세요”라고 소리쳤다. 물론 모두들 높이 손을 들었으나 링컨만은 손을 들지 않았다. 그러자 그 후보는 링컨을 향해 “미스터 링컨, 당신은 손을 들지 않았는데, 그럼 지옥으로 가고 싶다는 말이오?”라고 물었다. 그러자 링컨 후보는 빙긋이 웃으며 “천만에요. 나는 지금 천당도, 지옥도 가고 싶지 않소. 나는 국회의사당으로 가고 싶소!”라고 대꾸해 청중을 웃겼다. 물론 링컨은 당선되었다.
프랑스 정치가 조르주 클레망소에게 신문기자가 물었다.
“지금까지 본 정치가 중에 누가 가장 최악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아직 최악의 정치가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러자 조르주 클레망소가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저 사람이 최악이다 하는 순간에 꼭 더 나쁜 사람이 나타나더군요.”
클레망소는 직설적으로 누구는 이래서 나쁘고 누구는 저래서 나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프랑스인들은 클레망소의 말에서 정치판의 현실을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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