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왜?
7-11. 왜 유대인들은 종교적인 물건에 입을 맞출까?
성경에 보면, 입맞춤은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애정과 헌신, 그리고 경의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나와 있다.
예를 들면, 에서와 야곱이 오랜만에 만났을 때 입을 맞추었고, 아론도 모세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무엘은 사울왕에게 입을 맞추었고, 오르바는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입을 맞추었다.
거룩한 물건에 입을 맞추는 것도 성서시대부터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충성을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회당 행렬에서 토라가 지나갈 때 또는 토라에 대한 축복문을 낭송할 때 사람들은 토라에 입을 맞춘다.
세파르디 유대인들은 토라가 너무 멀리 있어서 입을 맞출 수 없을 경우, 토라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한다.
집에 나드는 사람들은 문설주에 달린 메주자를 만진 후 그 손을 입으로 가져가 입을 맞춘다.
탈릿을 쓸 때는 그 탈릿 술에 입을 맞추고, 거룩한 책(기도서 또는 성경)을 떨어뜨렸을 경우에는 즉시 주워서 책에다 입을 맞춘다.
오늘날에는 지역에 따라 입맞추는 관습이 많이 달라졌다.
러시아계 유대인들은 메주자에는 검지로 입을 맞추고, 토라에는 계지(새끼손가락)로 입을 맞추는 흥미로운 관습도 지켜지고 있다.
7-12. 왜 어떤 유대인들은 몸을 흔들면서 기도할까?
유대인들이 기도할 때 몸을 흔드는 관습(이디쉬어 shuckling)은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것이다.
2세기 학자인 랍비 시몬 바 요카이가 저술한 조하르(the Zohar)에 보면, 이 관습은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랍비 호세(Jose)는 랍비 아바(Abba)에게 질문한다.
“왜 세상의 모든 민족들 중에 유독 유대인들만 율법을 공부할 때 몸을 흔드는 버릇이 있습니까?”
랍비 아바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들의 영혼이 우수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잠언 20장 27절의 말씀대로 사람의 영혼은 하나님의 등불이다.
등불의 불꽃은 토라의 빛과 조화를 이루어 깜박이고 흔들린다”
12세기 스페인계 시인 겸 철학자인 예후다 할레비(Yehuda Halevi)는 그의 유명한 저서 ‘쿠짜리(The Kuzari)’에 다음과 같이 기록하였다.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여러 명이서 한권의 책을 함께 봐야 할 때가 종종 있었다.
내용을 읽기 위해 사람들은 허리를 굽혀 책을 보고 다시 허리를 펴야 했다.
바닥에 놓인 책을 읽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가 물러가는 행동이 이 관습의 시초가 되었다.
이렇게 몸을 흔드는 풍습은 책이 많아진 후에도 계속되었다”
또 다른 설을 주장한 사람도 있다.
14세기 독일태생 랍비 야곱 벤 아쉐르(Jacob ben Asher)는 “‘모세가 십계명을 받는 것을 볼 때에 떨며’라는 출애굽기 20장 18절 말씀의 ‘떠는 행위’는 경외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몸을 흔들며 토라를 공부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내 모든 뼈가 (떨며) 이르기를 여호와와 같은 자 누구리요’라는 시편 35편 10절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외에 일부 권위있는 학자들은 ‘기도문을 읽을 때 박자를 맞추기 위해 몸을 흔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7-13. 왜 공적인 예배시간에 ‘아멘’이라는 말을 자주 할까?
탈무드(Shabbat 119b)에는 ‘아멘’이 히브리어로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왕이시다’라는 뜻의
‘엘 멜렉 네에만(El Melech Ne'eman)’이라는 세 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아멘’은 민수기 5장 22절에 처음으로 나온다.
회중은 기도에 반응할 때(시 89:52)나 ‘정말로’ 또는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신 27장)’라는 뜻으로 이 말을 사용하였다.
그후 성전시대에는 제사장들이 축복기도를 하면 회중은 보통 ‘그의 영광스러운 이름을 영원히 찬송할지어다’라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성전이 무너진 이후로는 이 말 대신 ‘아멘’이라는 말이 일반화 되었다(Taanit 16).
7-14. 왜 어떤 기도를 마칠 때 ‘아멘’이라는 말을 할까?
초기에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유대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예배를 인도하는 사람이 기도문 전체를 읽었다.
회중은 기도문을 듣고 난 후 마지막에 ‘아멘’이라는 말로 응답했다(7-13 참조).
특히 아미다(Amida, 묵도)나 카디쉬 기도를 드리고 난 후에 아멘을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7-15. 왜 유대인들은 종교의식 중에 무릎을 꿇지 않을까?
예루살렘 성전에서의 행사나 의식에서는 절을 하거나 무릎을 꿇는 것이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2차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던 시절, 학사 에스라가 예루살렘에 모인 회중 앞에서 토라를 읽는 장면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에스라가 광대하신 하나님 여호와를 송축하매 모든 백성이 손을 들고 아멘 아멘 응답하고
몸을 굽혀 얼굴을 땅에 대고 여호와께 경배하였느니라(느 8:6)”
회당에서도 이런 자세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탈무드(Berachot 36a)에 보면, 랍비 아키바(Akiba)는 혼자서 기도할 때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기도하였으며,
이것을 반복하다보니 방의 한쪽 구석에서 기도를 시작한 것이 조금씩 이동되어 반대쪽 구석에서 마치게 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도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기도한다는 소식을 들은 랍비들은
오히려 회당에서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이를 금지시켰다.
다만, 대속죄일에 옛날의 성전 이야기를 하는 순서에서만 예외적으로 무릎을 꿇도록 허락하였다.
이 시간에는 이야기를 읽는 사람과 듣는 회중이 모두 예전 대제사장이 제사를 드릴 때 취했던 자세를 따라 무릎을 꿇고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