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왜?
9-11. 왜 유월절 전날 밤에 효모가 든 음식을 찾아다닐까?
니산월 14일, 온 가족이 하루 종일 집안을 치우고 깨끗이 닦고 나면 저녁에 가장(家長)이 다시 한 번 방마다 다니면서 효모가 든 음식을 치우는 상징적인 종교의식을 행한다. 이 의식은 ‘이제 우리 집에는 효모의 흔적까지 모두 치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 중 한 명이 집안 여기저기에 작은 빵조각을 놓아 두는데, 각 방의 창틀에 놓는 경우가 가장 많다. 어떤 유대인들은 10개의 빵조각을 놓아 두는데 그 이유는 10조각이 유대 신비주의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열 가지 영역, 즉 10개의 세피롯(sefirot)을 상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또 어떤 사람은 10개의 빵 조각이 에스더서에 나오는 하만의 사악한 열 아들을 상징한다고 믿기도 한다.
빵조각을 방마다 놓는 일이 끝나면 가장은 아이들과 함께 다시 방마다 촛불을 들고 다니면서 미리 놓아 둔 빵조각과 부스러기들을 깃털로 나무 숟가락에 쓸어 담는다. 이렇게 모은 빵은 깃털, 숟가락과 함께 다음 날 아침에 태워버린다. 빵이 타는 동안에는 기도문을 외우며, 혼자서 사는 사람도 남자든 여자든 이러한 절차에 따라 의식을 의무적으로 실시한다.
이렇게 효모가 든 음식(chametz)을 찾아 다니는 풍습을 ‘베디캇 하메츠(bedikat chametz)’라고 한다. 출애굽기 13장 7~8절과 관련이 있는데 성경에는 “칠일 동안에는 무교병을 먹고 유교병을 너희 곳에 있게 하지 말며 네 지경 안에서 누룩을 네게 보이지도 말게 하며 너는 그 날에 네 아들에게 뵈어 이르기를 이 예식은 내가 애굽에서 나올 때에 여호와께서 나를 위하여 행하신 일을 인함이라 하고”라고 기록되어 있다
(번역자 주 - 전통적인 유대인들은 평소에 사용하던 그릇들을 부엌에서 다 치우고 유월절 그릇함에서 새로운 그릇들을 꺼내어 사용한다.)
그러나 평소에 사용하던 그릇이라도 유월절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들면 유리나 파이렉스(내열유리, pyrex)로 만든 그릇은 흡수성이 없으므로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꺼내어 깨끗이 닦은 후 24시간 동안 말리면 유월절 기간 중에 사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도자기 종류는 평소에 먹던 음식이 배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유월절 그릇이나 새 그릇으로 바꿔서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유월절에 사용하는 그릇은 모두 ‘코셔(kosher)’ 상태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을 ‘카셔(kasher)한다’고 한다. 식기와 마찬가지로, 금속 숟가락이나 포크 또는 나이프는 카셔가 가능하다. 그러나 나무로 만든 도구에는 효모 성분이 배어 있기 때문에 이를 완전하게 제거할 수 없으므로 새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성경에 ‘무교병(맛짜, matza)을 먹으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서둘러 애굽을 떠났던 사건(출 12:34)을 기념하라‘는 계명이 있기 때문이다.
이 계명은 신명기 16장 3절에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즉, “칠일 동안은 무교병을 …… 먹으라 이는 네가 애굽 땅에서 급속히 나왔음이니 이같이 행하여 너의 평생에 항상 네가 애굽 땅에서 나온 날을 기억할 것이니라”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랍비들은 이 구절이 무교병을 언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암시하고 있다고 한다. 즉 유월절 첫날 밤에는 무교병을 의무적으로 반드시 먹어야 하지만, 나머지 유월절 기간에는 효모가 들어간 음식(chametz)을 먹지만 않으면 의무적으로 무교병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9-14. 왜 무교병을 ‘가난한 자의 빵’이라고 부를까?
신명기 16장 3절이나 유월절 밤 축제(Seder) 때 읽는 ‘하가다(Haggada)’에 보면 무교병을 ‘렉헴 오니(lechem oni)’ 또는 ‘가난한 자의 빵’이라고 부르는데, 이 말은 ‘고통의 빵’으로도 번역될 수 있다.
무교병이 이러한 뜻을 가지게 된 것은 그 재료가 밀가루와 물로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부자의 빵’에 대해서는 다음 질문 참조)
9-15. 왜 유월절 밤 축제에서는 ‘마짜 아쉬라’를 쓰지 않을까?
‘마짜 아쉬라(matza ashira)’는 ‘부자의 빵’ 또는 ‘기름진 무교병’이라는 뜻이며, 여러 가지 맛있는 재료를 넣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일반적으로 유월절에 먹는 무교병은 밀가루에다 물만 섞어서 만든 것이지만, ‘마짜 아쉬라’는 밀가루 외에도 기름, 꿀, 달걀, 포도주 등을 추가하여 만든 것이다. 무교병에 비유하여 ‘마짜 아쉬라’는 ‘부자의 빵’으로 불린다.
탈무드(Pesachim 36a) 기준에 의하면, 이런 무교병은 성경에서 유월절 축제에 사용하도록 정해준 ‘렉헴 오니(lechem oni, 고통의 빵)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유월절 밤 축제에서는 ’마짜 아쉬라‘를 먹는 것이 금지되며, 다만 단단한 무교병을 먹을 수 없는 노약자에게는 예외적으로 허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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