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12.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3)
불귀순 지역과 접경해 있는 뽀르 에띠엔은 도시가 아니다.
그곳에는 초소와, 격납고와,
우리 회사의 승무원들을 위한 바라크가 한 채 있을 뿐이다.
둘러싸고 있는 사막이 너무나 절대적이어서
빈약한 군사 시설에도 불구하고 뽀르 에띠엔은 난공불락이다.
그것을 공격하려면 굉장한 모래와 폭염의 넓은 띠를 돌파해야 하기 때문에
아랍인 습격대들은 기진맥진하고 물이 다 떨어지고 나서야 그 곳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기억할 수 있는 한 옛날부터,
북쪽 그 어디엔가에서 뽀르 에띠엔을 향해 진격해 오는 습격대들이 항상 있었다.
사령관인 대위가 우리한테 차를 마시러 올 때마다
그는 지도를 펼쳐 놓고, 그 습격대의 진격로를
마치 아름다운 공주의 전설을 이야기하듯 그려 보여 주곤 했었다.
그러나 그 습격대는 강물처럼 모래에 빨려 들어갔는지 결코 오지를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유령 습격대라고 불렀다.
정부가 나누어 준 수류탄과 탄약통들도
밤이면 우리 침대 밑의 상자 속에서 잠을 잔다.
그러니 우리는 우선 우리의 비참함에 보호받아,
침묵이라는 적 외에는 싸울 상대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비행장 주임인 뤼까는 낮이고 밤이고 축음기만 틀어놓고 있다.
그 축음기는 생명의 저 먼 곳으로부터 반은 잊어버린 말로
우리에게 말을 하면서 야릇하게도 갈증과 비슷한
목적 없는 우울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초소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사령관 대위는 그의 정원자랑을 했다.
그는 정말 프랑스에서 보낸 진짜 흙이 들은 궤짝 셋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이렇게 4천 킬로 미터를 건너온 것이다.
거기에는 파란 잎이 3개 돋아나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보석처럼 손끝으로 어루만진다.
대위는 그것을 이렇게 말한다.
"이건 내 공원이오."
그리고 모든 것을 말려 벌리는 모래 바람이 불 때면 이 공원은 지하실로 내려간다.
우리는 초소에서 1킬로 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다. 그
래서 저녁식사를 하고 나면 달빛을 이고 우리 초소로 돌아온다.
달빛을 받으면 모래는 분홍빛이 된다.
우리는 우리의 빈곤만을 느끼는데, 모래는 분홍빛이다.
그러나 보초의 부르짖음이 온 세상에 감동을 되찾게 한다.
우리들의 그림자에 놀란 사하라 전체가 우리에게 누구냐고 묻는다.
아랍 습격대가 진격 중이니까.
보초의 부르짖음에 사막의 모든 소리가 메아리 친다.
사막은 이제 빈집이 아니다. 모르인의 대상이 밤에 자기를 띄운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가! 질병이니, 사고니, 습격대니,
이 얼마나 많은 위협들이 전진해 오고 있는가!
인간은 보이지 않는 사격수들을 위한 땅 위의 과녁이다.
그리고 세네갈 사람인 보초가 예언자처럼 우리에게 그것을 일깨워 준다.
우리는 "프랑스인 이다!"라고 대답하고 그 검은 천사 앞을 통과한다.
그러면 숨을 들이킨다.
이런 위협이 우리에게 얼마나 고귀함을 되돌려 주었던가...
오오! 그 위협은 아직 몹시도 멀리 있고, 그다지 급하지도 않고,
그 숱한 모래들에 의해 완화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는 이미 전과 같지 않다.
이 사막은 다시 사치스러워진다.
어디에선가 전진 중이면서 결코 여기까지는 도달하지 못할 습격대가
이렇게 해서 자기의 신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지금은 밤 11시다.
뤼까가 무전 국에서 돌아와 자정쯤에 다까르발 비행기가 도착한다고 알려 준다.
기상에는 모든 것이 이상 없다.
0시 10분이면 우편물을 내 비행기에 옮겨 싣고 나는 북쪽을 향해 이륙할 것이다.
쪽이 떨어진 거울 앞에서 나는 조심스레 면도를 한다.
이따금 수건을 목에 건 채 나는 문 앞으로 가서 발가숭이 모래밭을 바라본다.
날씨는 좋지만 바람이 잤다. 나는 거울 앞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생각한다.
여러 달을 불던 바람이 자면 온 하늘을 어지렵혀 놓는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복장을 갖춘다.
비상 신호등을 허리띠에 매고, 고도계며, 연필을 챙긴다.
오늘 밤 내 무전사가 될 네리 한테로 간다.
그도 면도를 하고 있다. 그에게 말을 건넨다.
"어떤가?" 지금으로선 만사 OK이다.
이러한 예비 작업은 비행에 있어 가장 쉬운 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푸드득거리는 소리를 듣는다.
내 램프에 잠자리 한 마리가 부딪친 것이다.
왠지 모르나 그 잠자리가 내 가슴을 죄인다.
다시 한번 밖에 나가서 바라본다. 모든 것이 맑다.
비행장 경계선을 이루고 있는 절벽이 날이 샐 때처럼 하늘에 또렷이 드러나 보인다.
사막 위에는 정돈된 집과 같은 깊은 침묵이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초록나비 한 마리와, 잠자리 두 마리가 내 램프에 와 부딪친다.
나는 또 다시 야릇한 감상에 싸인다.
그것은 어쩌면 기쁨일지도, 불안감일지도 모르나
어쨌든 나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것이며,
아직은 막연하고, 이제 겨우 드러났을 뿐이다.
누가 아주 멀리서 내게 말한다.
이것이 본능이란 것일까? 나는 또 밖으로 나간다.
바람은 완전히 자 버렸다. 여전히 서늘하다.
그런데 나는 어떤 예고를 받았다.
나는 나를 기다리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니, 알아차렸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내 착각일까? 하늘도 모래도 아무런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나 두 마리의 잠자리가 내게 말해 주었고, 또 초록나비도 그랬다.
나는 모래언덕에 올라가 동쪽을 향해 앉는다.
만약 내가 옳다면 그것은 오래지 않아 올 것이다.
오지의 오아시스에서 수백 킬로 미터나 떨어진
이곳에 잠자리가 무엇을 찾아왔단 말인가?
바닷가에 밀려 온 하찮은 표류 물들이 바다를 휩쓰는 사이클론 태풍의 증거가 된다.
마찬가지로 이 곤충들도 열사의 폭풍이,
멀리 야자나무 숲에서 그 초록나비를 쫓아낸 동쪽으로부터의 폭풍이
다가오고 있음을 내게 가르쳐 준다.
그 거품이 벌써 나를 스쳤다.
그리고, 하나의 증거이기에 장엄하게,
중대한 위협이기에 장엄하게,
또한 그것이 폭풍을 머금고 있기에 장엄하게
이 동풍은 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 가느다란 한숨이 이제 막 내게 와 닿았을까 말까이다.
나는 그 물결이 다가와 핥는 마지막 경계석이다.
내 뒤 20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천막 하나 펄럭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 뜨거운 기운은 단 한 번 죽음 같은 애무로 나를 휩쌌다.
그러나 나는 다음 순간에는 사하라가 숨을 돌이켜
두 번째 입김을 내뿜으리란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는 3분도 못가서 우리 격납고의 통풍 통이 떨리기 시작할 것이다.
10분도 못가서 모래가 하늘을 뒤덮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곧 이 불길, 사막이 내뿜는 불길 속을 이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내 마음을 흥분하게 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니다.
야만적인 기쁨으로 나를 채워 주는 그 것은,
천지의 비밀의 언어를, 귀띔만으로도 내가 알아차렸다는 것이며,
모든 미래가 가벼운 웅얼거림으로 예고되는 원시인처럼,
어떤 발자국을 내가 냄새 맡아냈다는 것이며,
또 그 천지의 분노를 한 마리 잠자리의 날개가 푸덕임에서 읽어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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