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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14.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2. 6. 18:24

 

인간의 대지14.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5)
쥐비에서 오늘 케말과 그의 동생 무얀이 나를 초대했다.

나는 그들의 천막에서 차를 마신다.

무얀이 말없이 나를 쳐다본다.

그는 입술 위까지 덮는 남색 베일을 벗지 않는다.

그것은 미개인의 경계의 표시다.

케말만이 나에게 말을 하며 경의를 표한다.

"내 천막도, 낙타도, 아내들도, 노예들도 모두 당신 것이오."

무얀은 여전히 내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자기 형에게 몸을 숙여 몇마다 하고는 다시 입을 다문다.

"뭐라고 하는 거요?"
"보나푸가 게이바네 낙타를 천 마리나 강탈해 갔다는군요."

아따르의 낙타부대 장교인 이 보나푸 대위를 나는 모른다.

모르인들 사이에서의 그의 전설같은 이름은 나도 들어 알고 있다.

이 형제들은 그에 대해서 분개하며 말하자면,

 마치 신이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의 존재가 사막에 가치를 부여한다.

오늘도 그는 어떻게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남쪽으로 진격중인 아랍인 습격대의 배후에 나타나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재물을 구하기 위해

되돌아가도록 만들고는 수백 마리의 낙타를 약탈해 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천사장과도 같은 이 출현으로 이따르를 점령하고는

석회암 고지에 야영하면서, 잡으러 오라는 불모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그의 위력은 대단해서 부족이 그의 군도를 향해 전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무얀이 더 거칠게 나를 바라보며 또 뭐라고 지껄인다.

"뭐라고 하는 거요?"
"우리도 내일 보나푸에게 진격한다. "소총 3백 자루로,"라고 하는군요."

나도 무엇인가 짐작은 하고 있었다.

이미 사흘 전부터 뻔질나게 우물가로 끌고 가는 낙타들이며,

그 수군거림과 그 열정. 눈에 보이지 않는 범선을 채비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밀고 갈 바닷바람은 벌써 일고 있다.

보나푸 때문이 남쪽을 향한 한 걸음 한 걸음이 영광에 가득 찬 발걸음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러한 출발이 증오를 품은 것인지,

사랑을 내포한 것인지 분별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암살해야 할 그렇게도 훌륭한 적을 가졌다는 것은 호사스러운 일이다.
그가 모습을 나타내면, 그 근처의 부족들은 정면으로 맞닥뜨릴까봐 겁이 나

천막을 걷고 낙타들을 끌어 모아 도망치지만,

극히 먼 데 있는 부족들은 사랑과도 비슷한 현기증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들은 천막의 평화에서, 여인들의 포옹에서, 달콤한 잠에서 빠져나와,

두 달 동안이나 남쪽으로 기운 빠지는 행군을 하고,

타는 듯한 갈증을 참고, 모래바람 밑에서 웅크리고 기다리고 하던

어느 날 새벽 갑자기 아따르의 이동 부대를 만나,

신이 허락한다면 거기서 보나푸 대위를 죽인다는,

그 일만큼 훌륭한 일은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보나푸는 힘이 세오."
케말이 고백한다.

이제야 나는 그들의 비밀을 알겠다.

그것은 마치 한 여인을 욕망 하는 뭇 남자들이,

여인의 냉담한 산책의 발걸음을 꿈꾸면서,

그들의 꿈속까지 따라와 괴롭히는 그 냉담한 산책에 속 태우거나

몸이 달아 밤새껏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듯이,

먼 곳에서의 보나푸의 발걸음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덤벼드는 습격대를 교묘히 비켜가면서, 이 모르인 차림의 기독교도는

2백 명의 모르인 역적들 선두에 서서 불귀순 지구로 침입해 들어갔다.

그곳은 프랑스의 속박을 벗어난 그의 부하들이 제일 하급자조차도

벌 받지 않고 종의 신분에서 벗어나 자기의 신을 위해

돌상 위에 제 몸을 제물로 바칠 수 있으며,

또 거기서는 이 신의 위력만이 그들을 제지 할 수 있으며,

그의 약점조차도 그들을 떨게 한다.

그래서 오늘 밤도 모르인의 어설픈 잠 속을 멋대로 오락가락하면서

그의 발자국 소리가 사막 복판에까지 울리는 것이다.

무얀은 천막 안쪽에서 푸른 화강암에 새겨진 그림처럼

여전히 꼼짝도 않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오직 두 눈과, 이제는 장난감이 아닌 은제 단도만이 번쩍인다.

습격대에 가담한 뒤로 그는 얼마나 변했던가!

그는 그전과는 달리 자신이 고귀하다고 깨닫고, 그의 경멸로써 나를 압도한다.

왜냐하면 그는 이제 보나푸를 향해 진격할 것이고,

사랑과 아주 흡사한 증오에 부추김을 받아 내일 새벽에는 진격할 것이니까.
그는 다시 한번 형에게로 몸을 숙이고 나직한 소리로 말을 하고 나를 쳐다본다.

"뭐랍니까?"
"요새에서 떨어진 데서 만나면 당신을 쏘겠다군요."
"왜요."
"당신은 비행기와 무전기와 보나푸도 갖고 있다.

그러나 진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무얀은 조각과 같은 주름이 달린 푸른 베일 속에서 꼼짝도 않고 나를 재판한다.

"당신은 염소처럼 샐러드를 먹는다. 당신은 돼지처럼 돼지를 먹는다.

당신네 여자들은 수치심 없이 얼굴을 드러낸다.

 "나는 많이 봤다"라고 말합니다."

당신은 도무지 기도를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비행기도, 무전기도, 보나푸도 무슨 소용인가?

진리도 없으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자유를 지키려는 것도 아니며

(사막 안에서는 사람이 항상 자유로우니까),

눈앞의 재화를 지키려는 것도 아니며(사막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단지 남모를 왕국만을 지키고 있는 이 모르인들을 감탄한다.

모래 물결의 침묵 속에 보나푸는

늙은 해적 모양으로 자기 부하들을 이끌고 돌아다니고 있다.

그 덕택으로 쥐비 곳의 이 야영지는 이제 한가로운 목자들의 보금자리가 아니다.

보나푸라는 폭풍이 그 옆구리를 위협하고,

그 때문에 밤이면 사람들은 천막들을 밀집시키고 잔다.

침묵이 남쪽에서는 얼마나 가슴을 조이게 하는가!

그것은 보나푸의 침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늙은 사냥꾼 무얀은 바람 속을 걸어오는 보나푸의 발자국에 귀를 기울인다.
마침내 보나푸가 프랑스로 돌아간다면, 그의 적들은 기뻐하기는커녕 울 것이다.

마치 그의 출발이 그들의 사막에서 한쪽 끝을 빼앗아 갔거나,

그들의 생활에서 위신의 한 부분을 빼앗아 가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그들은 내게 말할 것이다.

"왜 가버렸소, 당신에 보나푸는?"
"글쎄요...."

그는 자기 생명을 그들의 생명에 걸고 지내 왔다.

그것도 여러 해 동안이나, 그는 그들의 규율을 자기의 규율로 삼아 왔다.

그는 그들의 돌을 베개 삼아 잠들었다.
끊임없는 추격 속에서 그도 또한

그들과 같이 별과 바람으로 된 바이블(코란)의 밤을 알았다.

이제 그는 떠나면서 그가 꼭 필요해서

이 도박을 해온 것이 아님을 그들에게 보여준 셈이다.

그는 시원스럽게 자리를 뜬다.

그래서 그 노름판에 혼자 남겨둔 모르인들은,

이제는 사람들을 피와 살과 함께 끌고 들어가게 했던

이 생명의 도박에 대한 신념을 잃고 만다.

그들은 아직도 그를 신뢰하고 싶어 한다.

"당신네 보나푸 말이오. 꼭 돌아오겠지요?"
"글쎄요."

그가 돌아올 거라고 모르인들은 생각하고 있다.

유럽의 도박만으로는 그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교클럽에서의 브리지도, 승진도, 여인들도 잃어버린 고귀함을 잊지 못해

한 걸음 한 걸음이 사랑을 향해 가는 발걸음처럼

가슴을 뛰게 하는 이 사막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는 여기에는 다만 모험으로 살았을 뿐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거기, 고향에서나 찾을 수 있다고 믿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일하고 진정한 보화는

이곳 사막에서만 가졌었다는 것을 그는 환멸 속에서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사막의 매력이며, 이 밤, 이 침묵과, 이 바람과 별들의 나라를.

그리고 어느 날 보나푸가 다시 돌아오면,

그 소식은 첫 밤부터 불귀순 지구에 퍼질 것이다.

사하라의 어딘가에 2백 명의 부하들 한가운데서

그가 자고 있다는 것을 모르인들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침묵 속에 낙타들을 우물가로 끌고 갈 것이고,

저장 보리를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총 놀이 쇠를 검사할 것이다.

그 증오 또는 그 애정에 부추김 받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