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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13.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2. 4. 20:16

인간의 대지13. - 쌩 떽쥐뻬리

 

[6] 사막에서


(4)
그곳에서 우리들은 불귀순 모르인들과 접촉이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

우리가 비행할 때 넘어 다니는 지역 안쪽에서 불쑥 나타나는 것이다.

그들은 빵이나, 설탕이나, 차를 사러 쥐비나 시스네로스 초소에까지

위험을 무릅쓰고 나타났다가는 다시 그들의 신비속으로 잠겨 들어가곤 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가는 그들 중의 몇을 구슬려 보려고 마음먹었다.

그가 유력한 두목일 경우에는 그들에게 넓은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회사 간부의 동의를 얻어 가끔 비행기에 태워주기도 했다.

그들의 오만을 꺾는 것이 문제였다.

왜냐하면 그들이 포로로 한 백인들을 학살하는 것은

증오에서보다는 오히려 경멸때문이었으니까.

초소 근처에서 우리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들은 욕설조차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외면을 하면서 침을 뱉는 것이다.

그런데 이 오만은 자기네들의 힘에 대한 착각에서 오는 것이다.

소총 3백 정의 군대를 전투 준비시켜 놓고는

그들 중의 얼마나 많은 자가 이런 말을 나에게 되풀이했던가.

"당신들은 운이 좋소. 걸어서 백 날이나 걸릴 프랑스에 있으니 말이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여행시켜 주었고,

그들 중의 세 사람은 그 미지의 프랑스까지 방문했다.

그들은 언젠가 나를 따라 세네갈에 갔을 때

나무들을 처음 보고는 울음을 터뜨린 패들과 같은 종족이었다.

내가 그들을 자기네 천막 속에서 다시 만났을 때,

그들은 나체의 여인들이 꽃들 가운데에서 춤추는

뮤직 홀을 침이 마르도록 찬양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나무도 샘물도 장미꽃도 본 적이 없었고,

그들이 천국이라고 부르는 시냇물이 흐르는 정원이 있다는 것을

 "코란"에 의해서만 알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30년 동안의 비참한 생활 끝에 이교도의 총탄을 맞고

모래 위에서 쓰라린 죽음을 함으로써 그런 천국과,

거기 갇혀 있는 미녀들을 얻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알라신은 그들을 속이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모든 보화가 주어져 있는 프랑스 사람들에게

그 신은 갈증의 보상도, 죽음의 보상도 요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지금 그 늙은 두목들이 생각에 잠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천막 주위에 인적 없이 펼쳐져 있고,

죽을 때까지 그렇게 하찮은 기쁨밖에 주지 않는 사하라를 바라보면서

그들이 신세타령을 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무래도... 프랑스 사람들의 신이...

모르인의 신이 모르인에게 해주는 것보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더 잘 해주는 것 같아!"

몇 주일 전에 그들을 사보아에 데리고 간 일이 있다.

안내인이 그들을 포효하는 원기둥을 꼬아놓은 것 같은 굉장한 폭포 앞으로 데리고 갔다.

"맛을 보시오"
안내인이 말했다.

그런데 그것은 단물이었다.

물! 여기서는 가장 가까운 우물에 가려 해도 며칠을 걸어야 하며,

또 그것을 찾아냈다 해도 그 속에 메워진 모래를 파내어,

낙타 오줌이 섞인 흙탕물이 나오기까지 몇 시간이 걸려야 했던가!

물! 쥐비 곶이나, 시스네로스나, 뽀르 에띠인에서는 모르인 아이들이 돈을 달라지 않는다.

빈 깡통을 손에 들고 그들은 물을 구걸한다.

"물 좀 줘요, 물...."
"얌전하게 굴면 준다."

물 한 되가 금 한 되 값이 나가는 물 한 방울만으로도

모래에서 풀의 초록빛 불꽃을 끌어낼 수 있는 물.

어디에서 비가 오는 날이면 사하라는 대 이동으로 활기를 띤다.

많은 부족들이 3백 킬로 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돋아나올 풀을 찾아 내려간다.

그런데 그렇게도 인색하고, 뽀르 에띠엔에서는

10년 내내 한 방울도 떨어진 적이 없는 그 물이

거기에서는 바닥 없는 저 수통에서 온 세계의 물이 쏟아져 나오듯이

울부짖어대는 것이었다.

"이제 갑시다."

안내인이 말했다. 그러나 그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좀 더 있게 해주오."

그들은 입을 다물고 엄숙히 벙어리가 되어,

이 장엄한 신비가 전개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산의 뱃속에서 솟아나오는 그것은 생명이었고, 사람의 피 바로 그것이었다.

1초 동안에 쏟아지는 물이면, 갈증에 못이겨

소금과 신기루의 호수의 무한 속으로 영원히 빠져들은

저 많은 대상들을 소생시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신이 여기에 나타나 있었다.

어찌 그에게 등을 돌리고 갈 수 있으랴.

신은 그의 수문을 열고 자신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세 사람의 모르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무얼 더 보겠다는 거요? 갑시다."
"기다려야지."
"기다리다니, 무얼?"
"끝을."

그들은 신이 자기의 미치광이 짓에 지쳐버릴 때까지 기다릴 셈이었다.

워낙 인색한 신이니까 이내 후회할 것이다.

"하지만 이 물은 천 년째나 흐르고 있는 걸...."

그래서 오늘밤에 그들은 폭포에 대해서는 고집부리지 않는다.

어떤 기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무는 편이 낫다.

그보다도 그것을 너무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모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네 신을 의심하게 된다.

"프랑스 사람들의 신은, 아무래도...."

그러나 나는 나의 미개인 친구들을 잘 안다.

그들은 지금 신앙이 흔들리고, 넋이 나가

금방이라도 귀순하고 싶은 심정이 되어 있다.

그들은 프랑스군 보급대로부터 보리를 보급 받고,

우리 사하라 부대에 의해 안전하게 보호받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귀순만 하면 물질적 이득을 얻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 셋은 뜨라르자의 추장 엘 맘문의 혈족이다.

(이 이름은 틀릴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우리의 부하였을 적에 알았다.

그 공으로 공적인 명예가 허용되었고 총독에 의해 부자가 되었고,

여러 부족들로부터 존경받는 그는 세상의 영화에는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어느 날 밤, 그와 사막을 동행하던 장교들을 학살하고,

낙타와 소총을 빼앗아 불귀순 부족들한테로 돌아갔다.

앞으로는 사막에서 추방될 이 한 두목의 영웅적이고도 절망적인

이러한 불의의 반항과 도주, 오래지 않아 아따르의 이동기병대의 탄막 앞에서

봉화처럼 사라져버릴 이 잠시 동안의 영광을 사람들은 배반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 미치광이 짓에 놀라는 것이다.

그러나 엘 맘문의 이야기는 다른 여러 아랍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는 늙어갔다. 늙으면 사람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자기가 이슬람의 신을 배반했다는 것과,

또 자기에겐 치명적인 계약 조인을 기독교도의 손에 함으로써

자기 손을 더럽혔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 보리나 평화가 그에게 무슨 소용이었던가?

낙오된 무장이 양치기가 된 것쯤인 그는 사하라에 살던 때를 회상하는 것이다.

거기는 모래의 주름마다에 감추어진 위협으로 풍요로웠고,

밤에 전방으로 이동한 야영에서 불침번이 파견되었고,

적의 동정을 알리는 정보들이 화톳불 주위에서 기슴을 뛰게 하던 일들을.

그리고 한 번 맛보기만 하면 한평생 잊을 수 없는

저 큰 바다의 맛을 회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지금 모든 위엄을 잃어버린 평온한 모래 위를

아무 영광도 없이 헤매고 있다.

오늘이야말로 그에게 사하라는 사막이다.
그가 암살했던 장교들을 어쩌면 그는 존경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알라신에 대한 사랑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

"안녕히 주무시오. 엘 맘문."
"신이 그대를 보호하시기를!"

장교들은 담요를 둘둘 말고, 뗏목 위에서처럼 별을 향해 모래 위에 눕는다.

뭇 별들이 천천히 들고, 온 하늘이 시간을 새겨 간다.

달은 자신의 "예지"에 의해 무에로 이끌려 모래밭 위로 기울어진다.

기독교인 장교들은 이내 잠이 들 것이다.

이제 몇 분만 지나면 별들이 반짝이게 되겠지.

그러면 타락한 부족들에게 지난 날의 영광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것만이 모래를 빛나게 하는 그 추격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자기들의 잠 속에 잠겨 들어간 저 기독교들의 조그만 부르짖음만으로 충분할 것이다.

이제 몇 초만 더 지나면, 그 돌이킬 수 없는 일에서 하나의 세계가 태어날 것이다.

그래서 잠든 훌륭한 중위들은 학살당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