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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3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1. 23. 23:31

 

 

인간의 대지3 - 쌩 떽쥐뻬리

 

[1] 항공로


우리는 해안에까지 당도할 수 있을런지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가솔린도 떨어질지 모르니까.

그러나 해안에 가 닿는다하더라도 다시 착륙지를 찾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때는 달이 질 무렵이었다.

각도 보고가 없어 이미 귀머거리가 된 우리는 점점 장님이 되어 갔다.


마침내 달은 사위어가는 숯불처럼 눈벌판 같은 안개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하늘은 우리 머리 위에서 역시 구름에 뒤덮여 갔고,

지금부터는 이 구름과 안개 사이를 모든 빛과 모든 물체가 텅빈 세계 속을 비행하는 것이었다.
이제까지 우리에게 응답해주던 여러 비행장들도 우리 자신에 대한 정보를 보내기를 단념했다.

"위치 측정 보고 없음.... 위치 측정 보고 없음...

왜냐하면 우리들의 목소리가 그들에게는 사방에서 들려왔으므로

결국 아무데서도 들려오지 않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갑자기 우리가 이미 절망하고 있을 때

전방 좌측 수평선에 반짝이는 점 하나가 떠올랐다.

나는 북받치는 기쁨을 느꼈다.

네리는 내게로 몸을 굽혔고 나는 그가 노래하는 것을 들었다!

그것은 착륙 비행장이며 또 그 등불일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사하라 사막은 밤이 되면 완전히 빛을 잃고 하나의 광대한 죽음의 영토를 이루니까.

그런데 그 불빛은 잠시 반짝이더니 이내 꺼져버렸다.

우리는 사라지기 직전에 몇 분 동안 안개의 층과 구름 사이의 지평선에 보였던

별 하나를 향해 기수를 돌렸던 것이다.

그때 우리는 또다른 불빛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우리는 희미한 희망을 가지고 그 불빛 하나하나에 기수를 돌렸다.
그리고 그 불빛이 오래 지속되면 우리는 생사에 관계되는 실험을 시도했다.

"불이 보임. 신호등을 껐다가 세 번 켜라.

네리는 시스네로스 비행장에 명령했다.

시스네로스 비행장에서는 신호등을 껐다가 세 번 켰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지켜보던 그 무자비한 불빛,

지조 굳은 별은 도무지 깜박일 줄을 몰랐다.

가솔린이 점점 없어져 가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는 번번이 금빛 낚시에 덤벼들었다.

그럴 때마다 그것은 진짜 신호등이었고, 착륙 비행장이었고, 생명이었다.

그런 다음 우리는 별을 바꿔야만 했다.


그때부터 우리는 백의 손이 닿지 않는 떠돌이 별 가운데에서 단 하나의 진정한 별,

우리의 별, 우리 눈에 익은 풍경과 우리들의 정다운 집들과

우리들의 애정을 간직하고 있는 그 별을 찾다가 길을 잃었음을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그것만이 간직하고 있는 단 하나의 별...

나는 그때 내 눈앞에 나타난 그 모습을 말해 보련다.

혹시 당신에게는 유치하게 생각될지 모르지만,

그러나 사람은 위험의 한가운데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걱정거리는

여전히 지니고 있는 것이어서 나는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다.

만약 우리가 시스네로스를 찾아내기만 하면 가솔린을 보충 받고

비행을 계속하여 서늘한 새벽녘에 카사블랑카에 착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만 하면 일은 끝나는 것이다!

네리와 나는 함께 시내로 들어갈 것이다.

새벽녘에 일찍 문을 여는 작은 술집들이 거기 있다.

네리와 나는 안도감에 젖으며, 전날 밤의 일들을 웃으면서

뜨끈뜨끈한 끄롸상 빵과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식탁에 마주앉을 것이다.

네리와 나는 이 생명의 아침 선물을 받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농사꾼 할머니는 하나의 화상이나,

하나의 소박한 염주를 통해서 자기의 신과 만나게 된다.

우리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말로 우리에게 말해야 한다.

그래서 삶의 기쁨이 내게 있어서는 이 향기롭고 따끈한 처음 한 모금에,

이 우유와 커피와 밀가루의 혼합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평화로운 목장들과,

이국의 농장들, 수확물들과 하나가 되며,

그것을 통해서 사람들은 온 대지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저렇듯 많은 별 중에서 우리의 능력이 미치는 곳에 자신을 두기 위해,

새벽 식사의 이 향기로운 그릇을 차려주는 별은 단 하나, 이 지구밖에 없다.

그런데 뛰어넘을 수 없는 거리가

우리의 비행기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지 사이에 겹싸여 있었다.

세상의 모든 재물이 성좌들 가운데에서 길을 잃은 한 알의 먼지 속에 깃들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별을 찾아내려고 애쓰고 있는 천문가 네리는

계속해서 별들에게 애원하는 것이었다.

갑자기 그의 주먹이 내 어깨를 쿡 찔렀다.

그 주먹이 알려준 종이쪽지에서 나는 읽었다.

"됐어. 멋진 통신을 받았어...."

그래서 나는 가슴을 두근거리며

그가 우리를 구해 줄 대여섯 마디의 글자를 마저 써주기를 기다렸다.

마침내 나는 받았다. 이 하늘의 선물을.

그것은 어젯밤 우리가 출발했던 카사블랑카에서의 신호였다.

전송이 늦어졌기 때문에 이 무전은 2천 킬로 미터나 떨어진 바다 위의

구름과 안개 사이에서 길을 잃은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 온 것이다.

이 무전은 카사블랑카 비행장 주재의 항공관에서 보낸 것이었다.

나는 읽었다.
"쌩 떽쥐뻬리 씨, 귀하는 카사블랑카 출발시 지나치게 격납고 근처를 선회하였기에

본관은 부득이 귀하의 징계를 파리 당국에 신청함."

내가 격납고 근처를 너무 가까이 선회한 것은 사실이었다.

또한 이 남자가 화를 내며 직책을 수행하는 것도 틀림이 없다.

나로서도 이 비난을 어느 비행장의 사무실에서 듣는 것이라면

공손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여기, 와서는 안될 곳에 우리를 찾아온 것이다.

그것은 이 너무나도 드문드문한 별들,

안개의 층과 위협하는 듯한 이 바다의 맛 사이에서 폭발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굳게 움켜 쥔 손 안에 자신들의 운명을,

우편물과 탑승기의 운명을 쥐고 있었고,

살기 위해서 많은 곤란을 극복해야 할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이 관리는 자기의 하찮은 불만을 우리에게 내뱉고 있다.

그러나 네리와 나는 분노를 느끼기는커녕

도리어 커다란, 그리고 갑작스런 환희를 느꼈다.

여기, 하늘 밖에 있는 한 우리는 자유였다.

이 사실을 그 조그만 관리는 우리에게 발견시켜 주었다.

그 하사는 우리가 대위로 승진한 것을 우리 소매를 보고 몰랐단 말인가?

그래서 그는 우리가 이렇게 북두성과 사수좌 사이를 엄숙하게 오락가락하고 있을 때,

우리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유일한 문제는

오직 달의 배반뿐인 절박한 이때에 우리의 명상을 어지럽게 하는 것이었다.

절박한 의무,

저 사람이 존재를 표시하고 있는 저 지구의 유일한 의무는 천체 속에서

길을 잃은 우리의 계산의 기초가 되는 정확한 숫자를 알려주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 숫자들이 엉망이다.

그때 네리가 이렇게 써서 보여준다.

"쓸데없는 짓 대신 그들은 우리를 어디로든 이끌어줘야 할 게 아닌가...."

이 "그들"이란 그에게 있어서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

상원과 하원, 해군, 육군, 그리고 황제들까지도 통틀어 하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대들어 보겠다는 이 정신 나간 친구의 통신을 되읽으며

우리는 기수를 수성 쪽으로 돌리는 것이었다.

우리는 실로 기묘한 우연으로 살아났다.

시스네로스로 갈 생각을 단념하고 해안선을 향해 수직으로 기수를 돌려

가솔린이 다 떨어 질 때까지 방향을 바꾸지 않으리라고 결심한 순간이 마침내 온 것이다.

나는 이렇게 함으로써 바다 속에 잠겨버리지 않아도 될 약간의 찬스를 남겨둔 것이다.

불행하게도 눈을 속인 그 신호등들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갔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한 불행히도 일이 가장 잘 되어 유지에 당도했다

하더라도 한밤중에 짙은 안개 속을 사고 없이 착륙할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러나 내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상황이 지극히 분명한 것이어서 나는 우울하게 어깨를 흠칫했다.

그때 네리가 통신을 건네 주었다.

만약 그것이 한 시간만 일렀더라도 우리를 구해주었을 통신을.

"시스네로스가 우리 위치를 측정하기로 결정.

시스네로스의 지정. 확실치는 않으나 2백 60 도...."

시스네로스는 이제 어둠 속에 파묻혀 있지 않다.

시스네로스는 저기, 우리 왼편에 감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그러나 그 거리는? 네리와 나는 잠시 대화했다.

너무나 늦었다. 우리는 같은 의견이었다.

시스네로스는 날아가다가는 도리어 해안에 도달하지 못할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네리는 답전했다.

"가솔린이 한 시간 뿐이므로 기수를 93도로 고정하겠음."

그러는 중에 비행장이 하나 둘 깨어났다.

우리의 대화에 아가디르, 카사브랑카, 다까르 비행장의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각 도시의 무전 국들이 공항들에 급보를 보낸 것이다.

공항의 주임들은 동료들에게 급보를 보냈다.

이리하여 그들은 차례차례로

아픈 사람의 침대맡에 모여들 듯이 우리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것은 소용없는 정열이지만, 그러나 정열임에는 틀림없다.

헛된 충고이지만, 그러나 얼마나 다정스러운가?

그런데 갑자기 뚤루즈가 나타났다.

항공로의 시발점인 뚤루즈가 4천 킬로 미터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우리 사이를 헤집고 들어왔다.

그리고 느닷없이 묻는 것이었다.

"귀기는 F...."등록표지는 잊었다"가 아닌가?"

"그렇다."

"그렇다면 가솔린은 아직 두 시간 분이 있음.

그 기의 탱크는 표준형이 아님. 시스네로스로 기수를 돌려라."

이와 같이 직업이 강요하는 필요성이

세계를 근본적으로 바뀌게 하고 또한 풍요롭게 만든다.

정기 항공로의 조종사로 옛 풍경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와 같은 밤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승객들의 눈에는 싫증나고 단조로운 풍경도

승무원에게는 색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지평선을 가로막는 저 구름 떼도 승무원에게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고,

승무원들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그에게 여러 문제를 던져주는 것이다.

벌써 그는 그 구름 떼를 고려하고 그것을 자질한다.

그러면 어떤 참된 언어가 되어 그들과 구름 떼를 연결시켜 준다.

여기 산봉우리가 하나 보인다. 아직은 멀리 있다.

그것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달빛 아래서는 그것은 그것은 편리한 목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조종사가 만약 사리 분별에 어두운 안목으로 비행을 할 경우,

또는 기류 때문에 수평으로 밀려 항로에서 벗어났을 때

수정이 곤란하고 자기 위치에 의심이 갈 경우에 그 경우에

그 산봉우리는 폭발물로 변하고, 밤 전체를 위험으로 가득 채우고 만다.
마치 물 속에 잠겨 해류를 따라 표류하는 단 하나의 기뢰가 온 바다를 망쳐 놓듯이.

이와 같이 해양도 변한다.

단순한 여객에게는 폭풍우도 보이지 않는다.

아주 높은 곳에서 보면 파도는 전혀 두드러져 보이지 않고,

그 물거품 덩어리는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다만 엽맥과 얼룩이 보이는 커다란 흰 종려나무 잎사귀 같은 것이

서리에 얼어붙은 듯이 해면에 펼쳐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승무원들은 이런 곳에는 수면에 내리는 게 금지되어 있음을 판단한다.

그러한 종려잎은 그들에게는 커다란 독있는 꽃으로 보인다.

또 비록 그날의 비행이 행복한 것이었을 경우에도

항공로의 어느 한 부분을 비행하고 있는 조종사는

그저 단순한 경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땅과 하늘의 저 빛깔, 해상의 저 바람의 발자국들, 황혼의 저 황금빛 구름들,

이런 것들을 그는 감탄하지 않고 그것들을 묵상한다.

자기의 논밭을 돌아보는 농부가 천 가지 징조에 의해서 봄이 다가오는 것과,

서리의 위협과, 비가 올 기운을 짐작하는 것처럼

직업 조종사도 또한 눈의 조짐과 안개의 조짐, 다행한 밤의 조짐을 읽어내는 것이다.

기계, 처음에는 그를 자연계의 큰 문제들로부터 멀리 떼어 놓을 것 같았던 기계가

오히려 보다 더 엄격히 그를 그러한 문제들에 맞서게 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하늘이 마련해 주는 광대한 법정 한가운데서

이 조종사는 혼자서 산악과 해양과 번개와 비라는 개벽 이래의

세 가지 신들을 상대로 자기의 우편기를 사이에 두고 겨루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