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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대지30. - 쌩 떽쥐뻬리

Joyfule 2011. 2. 25. 11:04

인간의 대지30. - 쌩 떽쥐뻬리


[8] 인간들의 모순

2
여기서 인간이 나타난다.

여기서 인간이 논리의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상사는 웃고 있지 않은가! 도대체 이 유혹은 무엇인가?

메르모즈와 내가 몇몇 친구들과 함께 축배를 들던 파리에서의 어느 밤이 생각난다.

무슨 기념일 이었는지는 모르나 우리는 너무 많이 지껄이고,

너무 많이 마시고, 공연히 피로해진 데 진저리가 나서

새벽녘에 어느 바의 문간에 서 있었다.

그런데 하늘이 벌써 희끔해져 있어, 갑자기 메르모즈가 내 팔을 움켜잡았다.

그것도 그의 손톱이 느껴질 정도로 억세게.

"이봐, 지금쯤 다까르에서는...."

그것은 정비공들이 눈들을 비비며 프로펠러의 커버를 벗기는 시각이며,

조종사가 기상 통보를 알아보러 갈 시각이며,

땅 위의 온통 동료들만으로 가득 찰 시각이었다.

벌써 하늘은 붉게 물들고, 벌써 사람들은 잔치를,

다른 사람들을 위한 잔치를 준비하고,

벌써 우리는 참석하지 못 할 연회의 식탁보를 펼치고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각자의 위험을 무릅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긴 얼마나 불결한가...."

메르보즈가 말을 맺는다.
그런데 자네, 상사여,

자네는 죽음에 값할만한 어떤 연회에 초대를 받았던 말인가?

나는 이미 자네의 속내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다.

자네는 내게 신상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네는 바르셀로나 어느 곳의 보잘 것 없는 경리사원으로서

전에는 숫자를 늘어놓고 있었다.

자네 나라가 갈라져 있다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도 없이,

그런데 한 동료가 지원 입대했다.

이어 또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

그리하여 자네는 어리둥절해서 어떤 야릇한 변화를 받아들였다.

자네의 하는 일이 점점 시시하게 여겨졌다.

자네의 기쁨들도, 걱정들도,

하찮은 일상의 안락함도 모두가 예 시대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여기에 있지 않았다.

마침내 자네 동료의 한 사람이 말라가 근처에서 전사했다는 소식이 왔다.

자네가 그 복수를 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를 그 친구 하나가 문제가 아니었다.

정치란 것도 일찍이 자네의 마음을 어지럽힌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 죽음 소식이 바다의 돌풍처럼 자네 위를,

자네의 좁다란 운명 위를 스쳐 갔다.

그날 아침 한 동료가 자네를 쳐다보며 말했다.

"갈까?"
"가자."
그래서 자네들은 "갔던" 것이다.

자네가 말로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그 명백한 사실을 자네를 지배했던 그 진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몇 가지 일들이 내 머리에 떠올랐다.

이주기에 기러기가 날아갈 때, 그들이 굽어보는 지역 위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그것은 집오리들이 그 거창한 삼각형의 날개에 끌리듯이

서투른 날개짓을 시작하는 것이다.

야성의 부름 소리가 그들 속에 있는 무엇인지 모를 어떤 야성의 흔적을 잠깨운 것이다.

즉, 농가의 오리들이 잠시 철새로 바뀐 것이다.

웅덩이니, 벌레니, 오리집이니 하는 하찮은 영상만이 내왕하던

그 작은 무긴 머리 속에, 대륙의 드넓음과,

큰 바닷바람의 맛과, 해양의 진리가 전개된 것이다.

이 짐은 제 골이 이렇듯 놀라운 것들을

간직할 수 있을 만큼 넓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이제는 그 날개를 치고,

 낟알과 벌레들을 깔보며, 오직 기러기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히 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내 영양들이다.

나는 쥐비에 있을 때 영양들을 길렀었다.

거기서는 모두들 영양을 길렀다.

우리는 그것들을 창살 달린 우리 속에 가두어 한데다 두었다.

영양에게는 유동하는 공기가 필요하고, 또 그들만큼 허약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붙잡혀서라도 자라고, 시림 손에서 풀을 먹게 된다.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있고, 그 촉촉한 콧잔등을 손바닥에 파묻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놈들이 길이 든 줄로 안다.

사람들은 소리도 없이 영양의 씨를 없애고,

살그머니 그들을 죽이는 알지 못할 괴로움으로부터

그들을 보호해 주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데 그놈들이 조그만 뿔로 사막 쪽을 향해

울타리를 떠받는 것을 발견하는 날이 온다.

그놈들은 자석에 이끌린 것이다.

그놈들은 사람들에게서 도망친다는 것도 모른다.

조금 전에도 당신이 갖다준 우유를 막 먹고 난 참이다.

그것들은 아직도 쓰다듬어 주면 가만히 있고,

콧잔등을 손바닥에 더 다정스레 파묻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들은 놓아주기가 무섭게 기뻐서 껑충거리는 듯이 보이다가는

다시 창살 있는 데로 돌아가는 것을 볼 것이다.

그리고 당신이 간섭하지 않으면,

그냥 거기 서서 울타리와 싸워볼 생각은 없어 그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뿔로 죽어라 하고 울타리를 떠받는 것이다.

발정기라서 그런가? 아니면 숨이 차도록 뛰놀고 싶은 단순한 욕구 때문일까?


그놈들은 그것을 모른다.

사람들이 붙잡아 왔을 때는 아직 눈도 뜨지 않았었다.
그놈들은 수컷의 냄새를 모르듯이 사막에서의 자유도 전혀 모른다.

그러나 그대들은 그 양들보다 더 영리하다.

그놈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그대들은 안다.

그것은 그놈들의 소원을 채워 줄 넓은 들판이다.

그놈들은 영양이 되어 저희들의 불꽃을 피하려는 듯이 갑작스런 도약을 섞어 가며,

시속 1백 30킬로 미터의 줄달음질을 맛보고 싶은 것이다.

두려움을 맛보는 것이 영양들의 진리이고,

그 두려움만이 그들에게 제 힘 이상을 해내게 하고,

가장 높은 재주를 끌어내게 하는 것이라면, 샤깔이 무슨 문제이겠는가!

폭양 밑에서 맹수의 발톱에 찢겨 죽는 것이 영양들의 진리라면,

사자가 무슨 상관이겠는가!

그대들은 그들을 들여다보며 생각할 것이다.

그놈들이 향수에 사로잡혀 있다고 향수,

그것은 알지 못할 그 무엇인가에 대한 동경이다.

동경의 대상이 있기는 하다.

다만 그것을 표현할 말들이 없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무엇이 그립단 말인가?

상사여, 자네는 여기서 자네의 운명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결심을 할만한 그 무엇을 발견했단 말인가?

어쩌면 그것은 자네의 잠든 머리를 쳐들어준 그 우애로운 팔이거나,

또는 동정은 아니나, 나누어주는 그 정다운 미소가 아닐까?

"이봐, 친구!"

동정한다는 것은 아직도 둘로 있다는 뜻이다.

아직도 갈라져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감사도 연민도 똑같이 의미를 잃게 되는 인간 관계의 높이가 있다.

사람이 해방된 포로처럼 숨을 쉴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다.

2대의 비행편대로 아직 귀순하지 않은 리오 데 오로 지방을 날아 넘었을 때,

우리는 이러한 결합을 맛보았었다.

나는 조난자가 구조자에게 감사하는 말을 일찍이 들은 적이 없다.

오히려 흔히 우리는 이 비행기에서 저 비행기로

우편 행낭을 옮겨 싣느라고 애를 쓰는 동안에도 서로 욕지거리를 하곤 했었다.

"망할 자식! 내가 고장이 난 건 네 탓이야.

미쳤다고 그 역풍 속을 고도 2천으로 날아!

좀더 낮게 날 따라 왔더라면 우린 벌써 뽀르 에띠엔에 가있을 게 아냐!"

그러면 목숨을 내맡기고 따라 왔던 상대편은

망할 자식이 된 부끄러움을 깨닫게 된다.

하기야 무엇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도 역시 우리 생명에 대한 감사를 할 수 있었겠는가?

그도 역시 우리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한 나무의 가지들이다.

그리고 나는 나를 구해준 자네가 자랑스러웠다!

상사여, 죽음을 위해 자네에게 준비를 시켜주던 그 병사가 왜 자네를 동정했겠는가?

자네들은 서로를 위해 이 위험을 택했던 것이다.

바로 그 순간에 사람들은 이미 언어가 필요치 않은 일치감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자네의 출발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쩌면 자네가 바르셀로나에서 가난했고,

일이 끝난 후에는 외로웠고, 자네 몸을 편히 쉴 곳조차 없었을지 모르지만,

여기서는 자네 자신이 완성되는 느낌을 맛보게 되었고,

또 우주적인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따돌림받던 자네가 사랑으로써 맞아 들여졌던 것이다.

어쩌면 자네를 충동질했을지도 모르는 저 정치가들의 호언장담이 진정했고 안했고,

또 이치에 맞지 않고를 나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씨앗들이 싹을 틔우듯이 그 말들이 자네를 붙들었다면,

그것은 그 말들이 자네의 욕구와 합치됐기 때문이다.

자네만이 심판관이다. 밀을 알아 볼 줄 아는 것은 대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