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지28. - 쌩 떽쥐뻬리
[8] 인간들의 모순
(1)
나는 또 한번 하나의 진리에 접근했으면서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나는 모든 것이 파멸되어 절망의 밑바닥에 닿은 것으로 믿었는데,
일단 단념을 하고 나자 평화를 알게 됐다.
그런 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자기 자신의 유일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우리 속에서 우리 자신도 알지 못했던 그 어떤
본질적인 욕구를 채워주는 충만감보다 나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각건대 바람을 쫓아 가느라고 자신을 망가뜨렸던
보나프는 이런 고요한 편안함을 알았으리라.
기요메도 또한 눈 속에서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나 자신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랴. 모래 속에 목까지 파묻히고,
서서히 갈증으로 목이 졸리면서,
그 별들의 외투 아래서 마음이 그다지도 포근했던 때의 일을.
우리 마음 속의 이러한 일종의 해방감을 어떻게 하면 복돋아줄 수 있을까?
인간에게 있어서는 모든 것이 모순 투성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마음껏 창작할 수 있도록 생활을 보장해 주면 그는 잠들고 만다.
승리를 거둔 정복자는 연약해지고,
인심 좋은 사람도 부자가 되면 수전노가 되고 만다.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주장하는 정치상의 주의라는 것도,
그것이 어떤 종류의 인간들을 행복하게 할 것인가를
우선 알지 않고서는 우리에게 무슨 중요성이 있겠는가?
누가 태어나려는가?
우리는 살만 찌우면 되는 가축이 아니며,
가난한 한 사람의 파스칼의 출현이
어느 이름 없는 부호의 출현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다.
무엇이 본질적인 것인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제각기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가장 흐뭇한 기쁨들을 맛보았다.
이러한 기쁨들이 우리에게 그다지도 사무치는 노스탤지어를 남겨 주었기에
우리의 비참함까지도 그리워하게 된다.
동료들과 다시 만났을 때 우리는 모두가 쓰라린 추억들의 기쁨을 맛보았던 것이다.
우리를 윤택하게 해주는 미지의 조건이 있다는 것 이외에 우리가 무엇을 안단 말인가?
인간의 진실은 어디에 깃들이고 있는가?
진리란 증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곳이 아닌 이 땅에서만 오렌지 나무들이 튼튼한 뿌리를 뻗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면 이 땅이 바로 오렌지 나무의 진리이다.
다른 어느 것이 아닌 이 종교가, 이 문화가, 이 가치의 기준이,
이 활동 형태가, 인간 속에 이러한 충만감을 주고,
그의 마음속에 알지 못하던 하나의 왕자를 해방시켜 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 가치 기준, 그 문화, 그 활동 형태가 바로 인간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논리는? 논리가 인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좀더 고생을 겪어내어야 한다.
이 책에서 나는 내내 어떤 지상의 천성에 따라,
이를테면 다른 사람들이 수도원 택하듯이 사막이나
항공로를 택한 사람들 중의 몇 사람의 이야기를 해왔다.
그러나 내가 당신들에게 이 사람들을 찬양해야 할 것은
그들의 바탕이 되어 준 대지이다.
천품도 물론 어떤 작용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네 가게 안에 틀어박혀 있다.
또 어떤 사람들은 필요한 방향을 향해 감연히 그들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우리는 사람들의 어린 시절의 역사 속에서
그들의 운명을 설명해 줄 힘의 싹을 발견한다.
그런데 사후에 읽혀지는 역사는 눈을 석이는 법이다.
이러한 힘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찾아 볼 수 있다.
난파나 화재가 일어난 밤에 그들 자신 이상의
위대한 활동을 보인 상인들을 우리는 다들 알고 있다.
물론 그들은 자기네가 발휘한 푸진 힘의 특질에 대해 과대 평가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화재는 그들의 생애에서 예외적인 하룻밤일 테니까.
다만 새로운 기화나, 알맞은 대지나, 또는 엄격한 종교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이 간직한 위대함을 알지 못한 채 다시 잠이 들고 만다.
분명히 천성은 해방되고자 하는 인간들을 도와준다.
그러나 그러한 천성을 해방시키는 일도 똑같이 필요하다.
하늘에서의 밤들이며, 서막에서의 밤들...
이런 것도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는 드문 기회이다.
그러나 사태가 그들을 부추길 때, 그들은 모두 똑같은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러한 것에 대해서 내게 많은 교훈을 준
스페인에서의 하룻밤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이 주제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
나눈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 대해서 너무 많이 이야기했으니,
이제는 보통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그것은 내가 통신원으로서 방문했던 마드리드 전선에서의 일이었다.
그날 밤 나는 지하 대피소 안에서
한 젊은 대위의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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