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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일대일 결투에 나서다 1.

Joyfule 2006. 3. 4. 01:31

호메로스 : 일리아드 (liad) ★ 일대일 결투에 나서다 1. Jean-Auguste-Dominique Ingres, Jupiter and Thetis 열이틀째 되는 날, 벼락의 신 제우스가 올림포스 산 위로 돌아왔다. 테티스는 제우스에게 다려가 트로이아 군에게 한 차례 승리를 안겨 달라고 탄원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대왕 아가멤논과 그리스 연합군의 장군들이 자기 아들 아킬레우스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해 달라고 빌었다. 제우스는 그러고 싶지는 않았지만 테티스의 부탁이니 들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다 그 날 밤. 나무로 지은 막사에서 잠을 자고 있는 아가멤논으로 하여금 가짜 꿈을 한 토막 꾸게 했다. 가짜 꿈에서는 현명한 노장군 네스토르가 대왕의 침대 옆에 서서 이렇게 말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왕 중의 왕이신 전하, 군대에 전투를 준비하게 하십시오. 제우스 신께서는, 만일 대왕께서 내일 트로이아를 공격한다면 전화의 군대에게는 승리, 트로이아 군대에게는 슬픔과 죽음을 안기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아가멤논이 꿈에서 깨어난 것은 희붐한 새벽 빛이 문간을 밝히고 있을 때였다. 그는 꿈을 떠올리자 기대로 가슴이 부풀었다. 그러나 새벽 빛이 빛줄기로 변할 즈음부터는 꿈이 사실과 반대일 수 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아가멤논은 변덕이 심한 사람이었다. 침대에서 일어난 그는 갑옷을 입고 부하들에게 전투 준비 명령을 내리는 대신 여느 때 입는 헐거운 겉옷과 망토를 걸치고 손에는 대왕을 상징하는 금장식이 수놓인 올리브 나무 지팡이를 쥐었다. 그런 다음 왕과 장군들을 소집하여 꿈 이야기를 들려 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물어 보았다. 걱정스러워하는 대왕의 마음이 전해지자 듣고 있던 군사들 중에서도 싸우자고 고함을 지르는 이는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염려스러운 듯이 서로의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대왕이 엉뚱한 제안을 했다. 연합군의 정신 상태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연합군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할 생각이었다. 포위 공격전을 너무 오래 끌어왔으니 이제는 배를 바다 쪽으로 돌리고 막사는 모두 불태워 버리고 그리스 본토로 돌아가겠다고 말이다. 만일 자신의 말을 곧기 듣고 배 쪽으로 달려가는 병사들을, 그들이 미처 배에 이르기 전에 지휘관들이 다시 돌려 세운다면 분위기가 좀더 살아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포위 공격전은 실제로도 너무 지루하게 끌어오고 있었다. 병사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고향 땅과 두고 온 처자식이 그리워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병사들은 아가멤논의 말을 듣자마자, 서풍 앞에서 파도를 일으키는 바다처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성을 지르며 배 쪽으로 달려갔다. 그들 뒤로 먼지 구름이 일었다. 지휘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만은 바위처럼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지휘관들에게 대왕이 농담 삼아 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그렇게 오래도록 공격해 온 트로이아를 두고 떠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외쳤다. 그는 외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지팡이를 지휘봉 삼아 흔들면서 마치 양치는 목동처럼 병사들을 제자리로 내몰았다. 병사들은 모두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지만 낙심천만이었다. 사기가 오를 리가 없었다. 병사 중의 한 명이 항의했다. 테르사테스라는 이름의 안짱다리 병사였다. 그는 무리 가운데서 앞으로 나와 장군들을 조롱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지휘관들을 욕보이는 한편, 병사들에게 따를 만한 가치가 없는 지휘관들을 떠나 싸움터에서 도망치라고 말했다. 오뒤세우스는 서둘러 테르사테스의 입을 막지 않으면 병사들의 마음이 흔들릴 것으로 판단하고는, 그를 붙잡아 왕위를 상징하는 지팡이로 흠씬 두들겨 주었다. 테르사테스는 피를 흘리면서 어린애처럼 비명을 질러댔다. 오뒤세우스는 데르사테스를 땅바닥에다 내동댕이친 다음 실컷 비웃어 주었다. 가까이 있던 이들도 모두 그를 비웃었다. 웃음은 무리 속으로 퍼져갔다.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병사들은 영문도 모른 체 따라 웃었다. 그들은 창칼을 높이 치켜들고는 오뒤세우스를 환호했다. 오뒤세우스와 백발의 네스토르는 대왕을 대신해 전투 준비를 외쳤다. 그리스 군은 각 부대별로 자기네 왕과 장군과 지휘관들의 명령에 따라서, 사로잡은 말에 마구를 채워 전차를 끌게 했다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한 덩어리가 되어 물밀듯이 들판을 휩쓸고 나아갔다. 그 모습은 마치 짝짓기 철이 되어 먼 땅에서 원래 살던 늪으로 돌아오는 두루미떼 같았다. 아킬레우스가 싸움터에서 등을 돌렸다는 소식에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트로이아 연합군은 그리스 연합군을 맞기 위해 성에서 몰려 나왔다. 포위전이 시작된 이래 실로 처음으로 두 군대가 맞붙은 것이었다. 두 개의 긴 전투 대열이 서로 마주 보고 섰다. 트로이아 군에서는 파리스가 거들먹거리며 평원으로 나왔다. 그는 어깨에 표범 가죽을 걸치고, 손에는 두 개의 청동머리 장식이 박힌 창 두 자루와 큰 활을 들고 있었다. 그는 그리스 군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누구든지 나와서 자기와 일대일로 싸우자고 말이다. 헬레네의 지아비인 메넬라오스는 먹이감을 앞에 둔 사자처럼 좋아했다. 그는 전차에서 뛰어내렸다. 갑옷이 햇빛에 번쩍거렸다. 그러나 자기와 싸울 상대가 누구인가를 알아 낸 파리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무섭기도 한 데다 몹시 부끄러워진 그는 트로이아 군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헥토르는 파리스를 겁쟁이라고 놀려준 뒤, 어떻게 하든 그의 용기를 북돋워 주려고 했다. 파리스가 다시 용기를 내자, 헥토르는 그리스 군에게 파리스와 메넬라오스와 일대일 싸움으로 전쟁을 아예 끝내 버리자는 제안을 했다. 그의 제안은 곧 사생결단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헥토르는 만일 그 싸움에서 파리스가 지면 헬레네를 금은보석과 함께 첫 지아비인 메넬라오스와 그의 군사들에게 돌려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반대로 메넬라오스가 그 싸움에서 목숨을 잃는다면 헬레네는 트로이아에 그대로 남고 그리스 연합군은 빈손으로 바다를 건너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스 군은 이에 동의했다. 헥토르는 신들도 이 일대일의 조건부 대결을 용납할 것인지 그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트로이아 성안으로 사람을 들여보내 제물로 쓰일 양 두 마리를 몰아 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