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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9. 09:17
  街角 15.3KB 10.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늦은 오후의 하늘은 지중해의 푸른 바다색으로 잠시 창문에 머물렀다. 
바로 그때 머키 부인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나서 나는 정신을 차렸다.
"하마터면 실수를 할 뻔했었지요."
머키 부인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몇 해 동안이나 제 뒤를 쫓아다니던 조그만 애송이와 하마터면 결혼할 뻔했던 거죠. 
그 애송이는 저보다 형편없다는 걸 전 알고 있었지요. 
주위에서도 '루실, 그 사람은 너보다 훨씬 못한 남자야!' 하고 모두들 늘 말했어요. 
하지만 제가 체스터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틀림없이 저를 차지했을 거예요."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머틀 윌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적어도 당신은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잖아요."
"그래요."
"그런데 나는 그와 결혼을 했어요."
머틀은 애매하게 대답했다.
"바로 그것이 당신 경우와 내 경우의 다른 점이지요."
"그런데 왜 결혼했어요, 머틀 언니?"
캐서린이 따지고 들었다.
"그 누구도 언니에게 강요하지 않았는데."
머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을 신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 그와 결혼했던 거야." 머틀은 이렇게 말했다. "교양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 그런데 그것은 내 착각이었어." "하지만 언니는 한동안 그 사람에게 빠져 있었잖아요." 캐서린이 말했다. "그 사람한테 빠졌었다고?" 머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내가 그 사람한테 빠졌었다고 말을 한 게 누구지? 나는 누구에게 미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적이 없어." 그러면서 느닷없이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들 나를 힐책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관심 따위는 기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얼굴에 나타내려고 애썼다. "내가 단 한 번 미친 듯이 그에게 반했던 것은 결혼식 때였어. 그러나 나는 곧 내가 실수했음을 깨닫게 되었지. 그는 결혼식 때 다른 사람의 양복을 빌려 입었으면서도 나에게 그런 얘기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어. 그런데 하루는 그가 외출했을 때 그 옷 임자가 빌려 준 옷을 찾으러 왔어. '어머, 그게 정말 댁의 양복이에요?' 하고 난 말했지. '양복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었거든요.' 나는 그 옷을 임자에게 돌려 주고는 오후 내내 침대에서 한없이 울었어." "언니는 그 사람과 빨리 헤어져야 해요." 캐서린이 다시 나에게 말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그 자동차 수리소 이층에서 11년 동안이나 함께 살아 왔어요. 그리고 탐은 언니의 첫사랑이구요." 술을 전혀 않했으나 마치 마시기라도 한 것처럼 거나해진 캐서린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이 때 위스키병-두 번째 병-을 계속 찾고 있었다. 탐이 벨을 눌러서 보이를 불러 유명한 가게로 샌드위치를 사러 보냈는데, 그것으로 저녁식사가 해결되었다. 나는 밖으로 나가 부드러운 황혼 속의 공원을 향해 동쪽으로 걷고 싶었다. 그러나 나오려고 할 때마다 요란하고도 귀에 거슬리는 말다툼에 휘말려 마치 밧줄에 매여 끌리듯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래도 그 때 그 도시의 공중 높이 줄지어 있는 노란색 창문들은 어두워져 가고 있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올려다보는 어떤 사람에게 창문이 떠맡은 인간의 비밀을 알려 주고 있었을 것이다. 난 이상하다는 듯이 올려다보고 있는 그 사람을 보았다. 나는 인생의 무한한 다양성에 이끌림과 동시에 반발도 하면서 창문 안팎으로 방황을 했다. 머틀은 자기가 앉은 의자를 내 의자 가까이로 끌어당기더니 따뜻한 입김을 내뿜으며, 갑자기 탑을 처음 만났을 때의 이야기를 나에게 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언제나 맨 마지막까지 빈자리로 남아 있던, 마주 보고 있는 두 개의 작은 의자에서였어요. 전 뉴욕으로 와서 동생을 만나고 그날밤은 여기서 묵을 생각이었지요. 그이는 야회복에 에나멜 구두를 신고 있었는데 전 그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그이가 저를 바라볼 때마다 저는 탐의 머리 위쪽의 광고를 보고 있는 척해야만 했어요. 우리가 뉴욕 역에 도착했을 때, 그리는 바로 제 곁에 서 있었는데, 그이의 흰 셔츠의 가슴 부분이 제 팔을 눌렀어요. 그래서 전 그이에게 순경을 부르겠다고 말했지요. 그러나 그이는 제가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어요. 전 너무 흥분했던 탓이 그이와 함께 택시를 탔을 때도 거의 알아채지 못했어요. 제가 그때 머릿속으로 되풀이해서 생각한 것은 '어차피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닌데...'라는 말뿐이었어요." 그녀가 머키 부인을 돌아보자 방안은 온통 머키 부인의 부자연스런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보세요." 머틀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드레스를 오늘 벗는 대로 당신에게 줄게요. 내일 다른 것을 사면 되니까. 난 마련해야 할 물건의 목록을 만들려고 해요. 마사지 크림과 개 목걸이, 용수철 장치가 된 작고 예쁜 재떨이, 그리고 어머니 무덤 앞에 놓아 둘, 여름 내내 시들지 않을 비단 나비따가 달린 꽃다발 말이에요. 목록을 만들어서 사야 할 물건들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해야겠어요." 9시였다-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내 손목 시계를 보니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머키는 꽉 쥔 두 주먹을 무릎 위에 얹은 재 사진 속의 모델처럼 의자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손수건을 꺼내 오후 내내 나의 음을 거슬리게 했던, 그의 광대뼈 위에 말라붙은 비누 거품 얼굴을 닦아 주었다. 강아지는 테이블 위에 앉아서 자욱한 연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이따금씩 나직하게 낑낑거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라졌다가는 다시 나타나 어디론가 갈 계획을 세우고는 서로 행방을 모르게 되어 같이 찾아다니다가 몇 발짝 안 가서 서로 찾아 내곤 했다.

 

자정이 가까워지자 탐 부캐넌과 윌슨 부인은 마주 보고 서서 열띤 목소리로 윌슨 부인이 데이지의 이름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을 놓고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데이지! 데이지! 데이지!" 윌슨 부인인 악을 썼다. "내가 부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부를 거예요! 데이지! 데이..." 탐 부캐넌은 빠르고 익숙하게 그 큰 손으로 그녀의 코를 후려쳤다. 이어서 바닥에 피투성이의 타월들이 쌓이고 여자들의 아우성이 들렸으며, 그 소리보다 한층 높게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바람에 머키가 잠에서 깨어나 멍한 상태로 문을 향해 걸어갔다. 반쯤 가서야 그는 비로소 몸을 돌려 눈앞의 광경을 둘러보았다 -그의 아내와 캐서린은 응급 치료 약품을 들고 비틀거리면서 꽉 들어간 기구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가해자를 비난하고 피해자를 위로하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머틀은 긴 의자 위에 앉아 피를 줄줄 흘리면서 '타운 태틀'지 1부를 양탄자에 그려진 베르사유 궁전의 경치 위에 펼쳐 놓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 때 머키는 몸을 돌려 문 밖으로 걸어 나섰다. 나는 샹들리에에 걸어 두었던 모자를 집어 들고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언제 한 번 점심이나 함께 하러 오십시오." 엘리베이터 속에서 머키가 말했다. "어디서요?" "아무 데서나요." "레버에 손을 대지 마십시오." 엘리베이터 보이가 불쾌한 듯 말했다. "미안해요." 머키가 점잖게 말했다. "거기에 손이 닿은 줄 몰랐군." "좋습니다." 나는 동의했다. "기꺼이 가지요." ...나는 그의 침대 곁이 서 있었고, 그는 속옷 바람으로 두 손에 커다란 서류첩을 든 채 홑이불 속에 들어가 앉아 있었다. "미녀와 야수..., 외로움..., 식류품 가게의 늙은 말..., 브루클린교..." 이윽고 나는 펜실베니아 역의 싸늘한 아래층 플랫폼에 쪼그리고 앉은 채 '트리뷴' 지 조간을 들여다보며 4시에 떠날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