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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7.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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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부인은 다갈색 무늬가 있는 모슬린 드레스로 갈아입고 있었는데, 
탐의 부축을 받아 뉴욕의 플랫폼에 내렸을 때 
그 옷은 비교적 큰 그녀의 엉덩이에 꽉 끼어 불편하게 보였다. 
그녀는 신문 판매점에서 '타운태틀'지 1부와 영화 잡지 1권, 
그리고 역의 약국에서 콜드크림과 조그만 병에 든 향수를 샀다. 
그리고 위층의 엄숙한 소리가 메아리 치는 주차장으로 나오자 
그녀는 택시 네 대를 그냥 보낸 뒤에 회색 의자 커버를 씌운 연자주색 새 차를 잡았다. 
차에 오른 우리는 혼잡한 역을 빠져나가 이글거리는 햇볕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그러나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고 있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홱 돌려 앞으로 굽히고는 차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저런 강아지를 한 마리 갖고 싶어요."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평소부터 아파트에 한 마리 기르고 싶었어요.
 멋진 일이잖아요, 강아지를 한 마리 기른다는 건 말이에요."
우리는 우습게도 차를 뒤로 몰게 해 준
 존 D. 록펠러(1839-1937, 미국의 자본가)를 빼닮은 백발의 노인에게로 갔다. 
노인의 목에 매달린 바구니 안에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혈통 좋은 강아지 10여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무슨 종이지요?"
노인이 차창으로 다가오자 윌슨 부인은 적극적으로 물었다.
"여러 종이 다 있지요. 어떤 걸 찾으시나요, 부인?"
"경찰견을 한 마리 갖고 싶어요. 그건 없는 것 같은데요."
노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바구니 속을 들여다보고는 
손을 집어넣어서 한 마리의 강아지 뒷덜미를 잡아 끌어올렸다. 
그 강아지는 두려운 듯 바둥거리고 있었다.
"그건 경찰견이 아니오."
탐이 말했다.
"네, 이놈은 진짜 경찰견이 아니지요."
노인은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놈은 에어데일종에 가깝죠."
노인은 한 손으로 갈색 타월처럼 부드러운 강아지의 등을 쓰다듬었다.
"이 털을 좀 보세요. 대단하지요. 잔병치레로 주인을 성가시게 할 개는 결코 아닙니다."
"아주 귀여운데요."
윌슨 부인이 사고 싶다는 투로 말했다.
"얼마지요?"
"이놈 말인가요?"
노인은 자랑스러운 듯 그 개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10달러만 주십시오."
그 에어데일은-분명히 어딘지 에어데일을 닮은 데가 있기는 했지만 유난히도 발이 희었다-
윌슨 부인 손으로 넘겨져 그녀의 무릎에 앉혀졌다. 
그녀는 강아지의 털을 황홀한 기분으로 어루만졌다.
"이건 수놈인가요, 암놈인가요?"
그녀는 자세히 물었다.
"그놈 말인가요? 수놈이지요."
"그건 암놈이지."
탐이 딱 잘라 말했다.
"자, 돈을 받으시오. 이 돈이면 강아지를 열 마리도 더 사겠다."
우리는 5번가 쪽으로 달렸다. 따뜻하고 온화한, 
거의 목가적이라고 할 만한 여름철의 일요일 오후였다. 
하얀 양떼가 그 거리의 모퉁이를 돌아다닌다 하더라도 나는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멈춰요."
내가 말했다.
"여기서 헤어져야겠어요."
"여기서는 안 돼."
탐이 급하게 가로막았다.
"자네가 아파트까지 같이 가지 않는다면 머틀이 기분 나빠할 걸. 안 그렇소, 머틀?"
"그래요, 함께 가요."
그녀가 권했다.
"제 동생 캐서린에게 전화하겠어요.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애가 아주 예쁘다고 칭찬을 하지요."
"글세, 가고 싶기는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이 차는 다시 한 번 
센트럴 파크를 가로질러서 웨스트헌드리즈 가 쪽으로 가고 있었다. 
택시는 158번가에서 멋지게 생긴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더니 한 동 앞에 멈춰 섰다.
윌슨 부인은 오랜만에 외출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강아지와 그밖에 사 온 물건들을 들고 거만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머키 부부를 불러야겠어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동생도 오라고 해야겠죠."
그녀의 아파트는 꼭대기 층에 있었는데,  

자그마한 거실과 식당, 침실 그리고 욕실로 나누어져 있었다. 갖가지 무늬를 한 양탄자가 깔려 있는 거실에는 방에 비해 너무 큰 가구들이 문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래서 방안을 거닐다 보면 양탄자에 그려진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에서 그네를 타는 귀부인들 위를 넘어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했다. 유일하게 걸려 있는 그림은 커다랗게 확대시킨 사진이었는데, 선명하지는 않지만 바위에 앉아 있는 암탉을 찍은 것이었다. 그러나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 암탉은 부인용 보네트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대하게 생긴 노부인이 빙그레 웃으며 방 안을 내려다보는 그림처럼 보이기도 했다. 테이블 위에는 묵은 '타운태틀' 지 5,6부와 '사이먼은 피터를 불렀다' 라는 소설책, 그리고 브로드웨이에 관련된 유치한 스캔들 잡지 몇 권이 놓여 있었다. 윌슨 부인은 강아지에게 모든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보이가 스트로 한 상자와 우유를 가지러 가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크고 딱딱한 개 먹이용 비스켓 한 통도 함께 가져왔다- 그 중 한 개의 비스켓은 우유잔에 담겨져 오후 내내 풀어질 대로 풀어지고 있었다. 그 동안 탐은 잠겨 있던 장식장 문을 열고 위스키 한 병을 꺼냈다. 나는 지금까지 취한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그 두 번째가 바로 이 날이었다. 오후 8시가 넘도록 따사로운 햇볕이 아파트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취했던 탓이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탐의 무릎에 걸터앉은 윌슨 부인은 전화로 사람들을 초대했다. 그 때 나는 마침 담배가 떨어져서 길모퉁이에 있는 약국으로 담배를 사러 나갔다. 담배를 사들고 돌아와 보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거실에 다소곳이 앉아 '사이먼은 피터를 불렀다'라는 책의 첫장을 폈다 -책이 형편없는 것이어서인지 아니면 위스키가 정신을 흐려 놓아서인지는 모르나, 그 책의 내용을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탐과 머틀(한잔하고 난 뒤부터 윌슨 부인과 나는 서로 이름을 부르기로 했다.)이 잠시 후 나타났고, 이어서 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머틀의 동생 캐서린은 가냘프고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아 보이는 30세 가량의 여자로, 붉은색 단발머리에 얼굴에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있었다. 눈썹을 모두 뽑고 보다 더 요염하게 그리려 노력했지만 본래의 정돈된 선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은 얼굴의 분위기를 깨뜨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양팔에 가득 찬 사기 팔찌들이 딸그락거렸다. 그녀는 마치 이 아파트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리나케 들어와서는 가구에 이상이 없는지 일일이 둘러보기에 나는 그녀가 이 곳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내가 그것에 대해 묻자, 그녀는 호들갑스럽게 웃고 나서 내 물음을 큰 소리로 되풀이한 뒤 자기는 여자 친구와 호텔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층에 산다는 머키는 얼굴이 창백하고 여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면도를 하다가 왔는지 광대뼈에 하얀 비누 거품이 묻어 있었다. 방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정중하게 인사를 한 그는 나에게 자신은 '예술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나중에야 그가 사진작가이며, 벽에 붙어 있는 윌슨 부인 어머니의 희미한 확대 사진도 그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아내는 호감가는 가냘픈 외모에 날카로운 목소리를 가졌는데 인상이 날카로워 보였다. 그녀는 자기 남편이 결혼한 이후로 자기 사진을 127장이나 찍어 주었다고 나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