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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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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슨 부인은 다시 옷을 갈아 입었는데, 이번에는 크림색 모슬링 모닝 드레스였다. 
그 드레스는 그녀가 방안을 돌아다닐 때마다 
바스락 소리를 내었기 때문에 그녀의 품위마저 달라 보이게 했다. 
자동차 수리소에서 보여 주었던 그녀의 온몸에 넘쳐 흐르던 생기가 
이제는 인상적인 거만스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녀의 웃음소리와 몸놀림, 그리고 고집 센 말투는 시간이 갈수록 격렬해졌다. 
그리고 그녀의 존재가 커져 감에 따라 그녀를 중심으로 한 방은 점점 더 작아졌다. 
마침내 연기가 자욱한 방안에서 그녀는 
시끄럽게 삐그덕거리는 소리를 내는 회전축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얘!" 그녀는 거만한 목소리로 동생에게 말했다. "돈밖에 모르는 그런 사람들은 곧 너를 배신할 거야. 지난 주에 난 어떤 여자를 이 곳으로 불러 발을 진찰받았어. 그런데 그녀가 내민 청구서에는 맹장 수술을 한 만큼의 액수가 적혀 있지 않았겠니." "그 여자의 이름이 뭐였지요?" 머키 부인이 끼어들었다. "어버허트 부인이라고 했어요. 집집마다 직접 찾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다리를 진찰해 준다고 하더군요." "당신의 그 드레스, 정말 멋진데요." 머키 부인이 감탄했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윌슨 부인은 경멸하듯이 눈썹을 치켜 뜸으로써 그 칭찬을 무시했다. "이건 유행이 지난 옷이에요. 내가 외모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을 때 가끔씩 걸쳐 입는 옷이지요." "그래도 당신이 입으니까 잘 어울려요. 인사치레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구요." 머키 부인은 계속 물고 늘어졌다. "만약 그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당신을 체스터가 찍기만 한다면 무척 훌륭한 작품이 될 거에요." 우리 모두는 말없이 윌슨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을 가렸던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는 환한 미소를 띠며 시선을 맞추었다. 머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그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한 손을 자기 얼굴 앞에서 서서히 앞뒤로 움직였다. "조명을 바뀌야겠는데."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얼굴 윤곽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싶으니까. 그리고 뒤의 머리카락도 모두 담도록 해야겠어." "조명은 그냥 두는 편이 좋겠는데요." 머키 부인이 아는 척 나섰다. "제 생각으로는..." 그 때 머키가, "쉬!"하고 말을 가로막았다. 우리는 일제히 윌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그 때 탐 부캐넌이 큰 하품을 하면서 일어났다. "머키 씨 내외도 좀 드시지요." 그가 말했다. "머틀, 모두들 잠들어 버리기 전에 얼음하고 생수를 좀더 가져와요." "얼음은 그 보이에게 부탁해 두었어요." 머틀은 아랫사람들의 게으름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이맛살을 찌푸렸다.

 

 

 

"게으른 사람들! 도무지 재촉하지 않으면 일을 안 한다니까." 그녀는 나를 향해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강아지에게로 달려가 정신없이 입을 맞추고 나서는 많은 요리사들이 자기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이 서둘러 부엌으로 들어갔다. "롱아일랜드에서 근사한 사진을 몇 장 찍었답니다." 머키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말했으나 탐은 무표정하게 그를 쳐다보았다. "그 중에서 두 장은 액자에 넣어서 아래층에 걸어 두었지요." "어떤 걸 말하는 거요?" 탐이 캐물었다. "습작품에 불과하지요. 한 장은 '몬터크 갑-갈매기', 또 다른 한 장은 '갑-바다'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머틀의 동생 캐서린은 긴 의자의 내 곁에 앉았다. "당신도 롱아일랜드에 살고 있나요?" 그녀가 물었다. "네, 웨스트에그에 살고 있어요." "정말이세요? 전 한 달쯤 전에 파티가 있어서 거기에 갔었는데, 개츠비라는 분의 저택이었지요. 혹시 그분에 대해 들어 보셨어요?" "난 바로 그의 옆집에 살고 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 그분은 빌헬름 황제의 조카 아니면 사촌일 거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그분의 돈 전부가 거기서 온다는 거예요." "그게 사실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 그분이 왠지 기분 좋지 않아요. 그런 사람이 저에게 어떤 관심을 보이는 것은 질색이에요." 내 이웃에 관한 이 흥미로운 정보는 머키 부인이 갑자기 캐서린을 가리키며 말을 꺼내는 바람에 끊어지고 말았다. "체스터, 제 생각으로는 이분의 사진도 찍었으면 좋겠는데요." 그녀가 불쑥 말을 꺼냈으나 머키는 귀찮다는 듯이 고개만 끄덕이고 관심을 탐에게도 돌려 버렸다. "기회가 주어지면 롱아일랜드에서 일을 더 하고 싶습니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들이 나에게 일을 시작할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것뿐입니다." "머틀에게 부탁해 보시지요." 탐은 윌슨 부인이 쟁반을 들고 들어오자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이 사람이 소개장을 써 줄 겁니다. 그렇지 않소, 머틀?"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당신 남편에게 머키 씨를 소개하는 편지를 써 주구려. 그러면 머키 씨는 그 사람을 모델로 해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말이요." 뭔가 좋은 문구를 생각해 내려는 듯이 탐의 입술은 잠시 조용히 움직였다. "'휘발유 펌프 옆에 선 조지 B. 윌슨'이라든지, 아니면 그것과 비슷한 식으로 말이오." 캐서린은 내게로 몸을 바짝 기울이고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언니나 저분은 둘 다 결혼해서 살고 있는 상대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어요." "그래요?" "서로에 대해 불만이 많은 거죠." 캐서린은 머틀을 보고 나서는 다시 탐을 바라보았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서로 참고 견딜 수가 없을 정도이면 뭣하러 계속 같이 사느냐 하는 거예요. 저 같으면 당장 이혼해 버리고 재혼하겠어요." "머틀 씨도 역시 윌슨 씨를 좋아하지 않나요?"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뜻밖의 사람한테서 들을 수 있었다. 이 물음을 엿들은 머틀에게서였는데, 그 목소리는 거칠고 음탕한 것이었다. "그것 봐요." 캐서린이 의기양양하게 소리치고는 다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두 사람을 떼어 놓고 있는 사람은 탐의 부인이에요. 그녀는 카톨릭 신자인데, 카톨릭에서는 이혼을 인정하지 않거든요." 데이지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나는 이 완전한 거짓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다.

"두 사람이 재혼을 하게 되면 말이죠."하고 캐서린이 말을 이었다. "그 일이 잊혀질 때까지 한동안 서부에 가서 살 거예요." "유럽으로 가는 편이 더 좋을 텐데요." "어머나, 유럽을 좋아하세요?" 캐서린은 반갑다는 듯이 외쳤다. "전 몬테카를로에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었어요." "그래요?" "바로 지난 해에 여자 친구와 그 곳에 갔었지요." "그 곳에 오래 머물렀나요?" "아니에요. 우린 그저 몬테카를로만 다녀왔어요. 마르세유를 거쳐서 갔었지만요. 출발할 때는 1,200달러 이상 갖고 있었지만, 그 곳의 도박장에서 이틀 만에 몽땅 잃고 말았어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그 때문에 돌아올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그래서 아직도 몬테카를로라면 소름이 끼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