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지은이: 세키네 마사아키
제1장 칭찬하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
3편 칭찬하는 마음의 표현인 '화답'
4. 믿음에도 절도가 필요하다.
학생과 선생 사이의 인간관계에서는 앞에서 예를 든 어느 무사의 경우처럼
자기를 억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흔히 말하듯이 '자기 기분에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떤 교사는 자기 기분에 취해 빚은 실패담을 이렇게 술회했다.
단숨에 마음이 통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 해에 내가 맡은 반의 첫인상은 무척 좋았다.
똑똑해 보이는 얼굴, 밝은 표정의 아이들은 무슨 일을 하더라고 활발하고 적극적이었고,
모두들 사이가 좋아서 분위기도 좋았다.
김차돌이라는 남학생과 한시내라는 여학생이 반장이었는데, 발표력도 좋았고 서로 협력도 잘했다.
'올해는 우리 반이 잘 되겠는데, 무엇이든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생각이 학기초부터 들어 나도 적극적이 되었다.
내 의식 속에는 반장인 두 학생에게 무슨 일을 시키더라도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사실 두 학생도 담임인 나의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나의 생각과 의도를 먼저 알고 미리 일을 처리하고는 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나와 학생들은 서로를 신뢰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한 사람의 생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보다는 일단 생겨난 신뢰관계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고 내가 속단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두 학생, 특히 김차돌에게 여러 가지 일을 시켰다.
그에게 기대는 마음이 있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어쨌든 나는 그에게 이것저것을 시키며 내 뜻대로 좌지우지하려고 했다.
"이렇게 해줘", "그렇게 하면 좋겠는데" 하는 식으로 나의 요구수준은 점점 높아졌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건 아무래도
김차돌에게는 무리겠다 싶은 일들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요구를 계속했다.
직접 해달라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차돌이도 자신을 신뢰하는 나의 마음의 증표로 느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반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차돌이만 편애한다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내 마음에는 김차돌과, 한시내, 특히 차돌이를 편애하는 심정이 있었다.
편애까지야 아니라고 할지라도 반 아이들이 그렇게 느끼는 눈치가 보였다.
아직 경험이 짧았던 나는 나의 마음을 감추려는 의도로 일부러 차돌이를 들볶았다.
내가 뜻하는 대로 학급일이 잘 안되면,
"차돌이는 이런 것도 제대로 못 하나? 그런 것도 몰랐단 말이야?"하고
일부러 차돌이를 깎아내리는 말을 했다.
그래서 반 아이들에게, 차돌이라고 특별히 봐주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의 내면에는 내가 아무리 차돌이의 행동을 야단치는 말을 하더라도
차돌이는 내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 내멋대로의 생각이었다.
어느 누구라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야단을 맞는다면 참담한 기분을 맛볼 것이다.
아무리 서로간의 믿음이 깊었다 하더라도 야단맞은 차돌이의 감정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차돌이는,
'내가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그렇게 노력을 했는데
선생님께서 나를 그렇게 대할 수가 있단 말인가! 울분이 울컥울컥 솟구쳤을 것이다.
김차돌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날부터 급격하게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고 태도도 시큰둥해졌다.
지금까지 화기애애하던 반 분위기도 어색해졌고 학급의 단결도 깨지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은 담임인 내가 차돌이에게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게 느낀 것인지도 몰랐다.
어쨌든 일단 어색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데에는 꽤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나 혼자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가장 믿음이 가는 김차돌을 야단친 것이 무엇보다 큰 실수였다.
교사인 내가 스스로 나와 김차돌과 우리 학급을 불안한 상태로 몰고간 것이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예의와 절도는지켜야 한다.
이것이 내가 이 실패를 통해서 절절이 깨달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