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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1. 08:27


 

  街角 15.3KB 1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그래, 이제 좀 정신이 드세요?"
"약간 나아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은 뭐라고 말할 수 없소. 
이 곳에 온 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거든. 내가 책에 관해 말했었소? 
그 책들은 진짜라오. 저것들은..."
"말씀하셨어요."
우리는 그와 정중하게 악수를 나누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정원의 천막 안에서는 무도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늙은 남자들은 젊은 여자들을 뒤로 밀어내며 너무나 어색하게 빙빙 돌리고 있었고,
 거만스러운 남녀들은 구부정하면서도 우아하게 
서로 껴안고 구석 쪽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파트너 없는 수많은 여자들이 혼자서 춤추거나 혹은 
잠시 밴조나 타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수고를 덜어 주고 있었다. 
밤이 깊어지게 되자 분위기는 한층 더 무르익어 갔다. 
유명한 테너 가수가 이탈리아어로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인기 있는 콘트랄로 가수는 재즈곡을 불렀다. 
그리고 오케스트라가 쉴 때마다 정원 곳곳에서 사람들이 장기자랑을 했고, 
동시에 유쾌한 것 같지만 얼빠진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여름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한 쌍의 무대 연예인-알고 보니 노란 드레스를 입은 그 아가씨들이었다-
이 의상을 갖춰 입고 유치한 단막극을 선보이고 있었다. 
핑거볼보다 큰 샴페인 잔이 돌았다. 달은 더 높이 솟아올라 
롱아일랜드 해협에 지느러미같이 떠 있었는데, 
마치 잔디 위에서 울려 대는 밴조 소리에 맞춰 파르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조던 베이커와 같이 있었다. 
우리는 내 나이 또래의 한 남자와 호들갑스런 아가씨와 같이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그 아가씨는 별일 아닌 이야기에도 커다란 웃음을 터뜨렸다. 
나 역시 이젠 나름대로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그 핑거볼보다 큰 잔으로 샴페인을 두 잔이나 마셨기 때문인지 파티가 흥겹게 느껴졌다.
분위기가 좀 가라앉자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어디선가 많이 본 인상인데요."
그는 공손하게 말했다.
"혹시 전쟁중에 제1사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았습니까?"
"네, 그래요. 제28보병 연대에서 근무했지요."
"나는 1918년 6월까지 제16보병 연대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왠지 낯이 익다 했더니."
우리는 프랑스의 어떤 축축하고 잿빛이 도는 
작은 마을에 대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히 그는 이 근처에 사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는 얼마 전에 수상기를 샀는데 
내일 아침에 시승해 보려고 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있으면 함께 타지요. 친구분? 해협의 해변 가까이 있으니까요."
"몇 시예요?"
"당신이 편한 시간 언제라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막 물어 보려는 순간 조던이 내게로 고개를 돌리고 미소를 지었다. 
"이젠 재미를 붙였나요?"
그녀가 물었다.
"아까보다는 재미있군요."
나는 새로 사귄 사람에게로 다시 얼굴을 돌렸다.
"이런 파티는 처음입니다. 아직 주인을 만나 보지 못했으니까요. 
나는 저기서 살고 있습니다."
나는 멀리 있는, 보이지도 않는 울타리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집 주인인 개츠비 씨가 운전사에게 초대장을 들려 보냈더군요."
잠시 그는 마치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개츠비입니다."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띠며 말했다.
"뭐라구요?"
나는 소리쳤다.
"이거 정말 실례했습니다."
"난 당신이 알고 계신 줄로 생각했습니다, 
친구분. 내가 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 하고 있군요."
그는 이해하는 듯이-아니 이해 이상의 뜻이 담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것은 일종의 무한한 다짐이 담겨 있는 한평생을 통해서 
몇 번 볼까말까한 아주 진기한 미소였다. 
그것은 한순간이었지만 세계 전체를 대하고 있었다. 
아니 대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그 다음에 억누를 수 없는 편견으로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려고 온 정신을 쏟고 있었다. 
그것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만큼 상대방을 이해해 주는 미소였고, 
상대방이 믿어 주기를 바라는 만큼 상대방을 믿어 주는 확신이 있는 미소였다. 
또한 상대방이 최선의 상태에서 전달하고 싶어하는 인상을 
정확하게 파악했음을 암시하는 미소였다. 
그런데 정확하게 그 시점에서 그 미소는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나는 서른을 한두살 넘긴 듯한, 우아하며 건장한 한 청년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빈틈없이 꾸민 말투는 간신히 어색함을 면했다. 
나는 그가 자기 소개를 하기 얼마 전에 말을 
조심성 있게 골라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다.
개츠비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있을 때 
하인이 달려와서 시카고에서 전화가 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에게 차례차례로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실례한다고 말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뭐든 그저 청하기만 하십시오, 친구분."
그는 내게 말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나중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자리를 뜬 뒤 나는 즉시 조던을 돌아다보았다
-나의 놀라움을 그녀에게 확인시켜야만 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껏 개츠비를 중년의 혈색 좋고 뚱뚱한 사람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좀 알고 있소?"
"개츠비라는 이름의 남자라는 사실밖에 몰라요."
"내 말은 어디 출신이냐는 겁니다. 뭐하는 사람이죠?"
"이제 당신까지 신상 조사를 하기 시작하는군요."
그녀는 잔잔한 미소를 띄며 대답했다.
"글쎄요. 언젠가 제게 옥스퍼드 대학 출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막연하게나마 그의 배경에 대해 머릿속에 그려보기 시작했으나 
그녀의 다음말로 그것은 지워져 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전 그 말을 믿지 않아요."
"왜요?"
"정확히 이유를 댈 수 없어요."
그녀는 짓궂게 말했다.
"단지 저는 그분이 옥스퍼드에 다녔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투는 앞서의, '사람들은 그분이 전에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대요.' 
라는 말을 생각하게 했고, 또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개츠비가 루이지애너의 소택지라든지 뉴욕의 이스트사이드 하부 지대 같은 곳의 
출신이라는 정보였던들 나도 의심 없이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그것은 이해가 될 듯했다. 
그러나 아직 젊은 사람으로서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롱아일랜드 해협 지대에 호화 주택을 샀다는 사실은 
시골 출신인 나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쨌든 그분은 호화로운 파티를 자주 열고 있어요." 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싫어하는 도시인 특유의 기질을 보이며 조던이 화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저는 호화로운 파티를 좋아해요. 호화로운 파티는 정말 친밀감이 들어요. 
작은 파티에서는 개인적인 자유를 가질 수가 없잖아요."
큰북이 둥둥 울리고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목소리가 
정원의 소음을 억누르고 갑자기 울려 퍼졌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소리쳤다.
"개츠비 씨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월 카네기 홀에서 많은 관심을 끈 적이 있는 
블라디미르 토스토프 씨의 최신 작품을 연주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신문을 읽으신 분은 그것이 음악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을 아실 것입니다.
그는 즐거움이 찬 겸양의 미소를 짓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약간 충격이었죠."
그 말에 모두들 웃었다.
"이 곡은 블라디미르 토스토프 씨의 '세계 재즈사'라는 곡입니다."
그는 활기차게 말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