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어느 날 드디어 나는 그 정체를 알아냈다.
그것은 우리가 워워크의 어느 집 파티에 갔을 때였는데,
그 때 그녀는 비가 오는데도
빌려 온 자동차의 지붕을 열어 놓은 채 주차시켜 두었다.
그리고 나중에 그 일을 거짓말로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내겐 문득 데이지의 집에 갔던 날 밤 건성으로 들었던
그녀의 신상에 관한 얘기가 떠올랐다.
그녀가 처음으로 대골프 선수권 대회에 출전했을 때,
그녀는 하마터면 신문에까지 날 뻔했다-
그녀가 준결승전 때 공이 어려운 곳에 가자
치기 쉬운 곳으로 몰래 옮겨 놓았었다는 말이 떠돌았던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추문으로 법정단계까지 갈 뻔했으나
한 캐디가 자기의 진술을 취소하고 또 유일한 목격자가
자신이 잘못 보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인정함으로써 잠잠해지고 말았다.
난 그 사건과 당사자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조던 베이커는 영리하고 약삭빠른 사람들은 될 수 있는 한 멀리했는데,
그것은 규범에서의 이탈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살아가는 것이
더 안전하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말할 수 없이 정직하지 못했고,
또한 자신이 부정하게 취급당하는 것을 참지 못했다.
내 생각에 그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렇듯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을 당하면 속임수로 얼버무려 온 것 같았는데,
그렇게 한 속마음은 세상에 대해서는 그 차갑고 오만한 미소를 잃지 않으면서도
자기의 단단하고 활기찬 육체의 욕구는 충족시키려한 데에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러한 일들이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여자의 부정직은 크게 비난할 것은 못 되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그런 면에 대해 간혹 아쉬워했으나 곧 잊어버렸다.
우리가 차를 운전하는 것에 관한 문제로 호기심을 끄는
대화를 나눈 것도 바로 그 워워크의 집에서 열린 파티에서였다.
그 대화는 그녀가 몇몇 노동자들 쪽으로 바싹 차를 몰아
차의 펜더가 한 남자의 코트 단추를 떨어뜨린 데에서 시작되었다.
"당신은 참 난폭한 운전사로군요."
나는 항의했다.
"조금 더 조심하든지 아니면 절대로 운전대를 잡지 말아요."
"전 조심하고 있어요."
"아니오, 당신은 그렇지 않아요."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조심해야죠."
그녀는 가볍게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죠?"
"다른 사람들이 길을 비켜야 한다는 뜻이죠."
그녀는 고집을 부렸다.
"사고는 혼자 내는 것이 아니에요."
"당신과 마찬가지로 조심성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해 봐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기를 바랍니다."
그녀는 대답했다.
"저는 조심성 없는 사람들은 질색이에요.
당신은 조심성이 많아 보이기 때문에 제가 좋아하는 겁니다."
햇빛 때문에 찡그린 그녀의 회색 눈은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와의 관계를 신중하게 유지해 왔기 때문에
한때 나는 내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나는 소심하고 자신의 욕망에
제동을 거는 내면적 규칙을 엄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우선 고향에서 있었던 그러한 굴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려면 요령 있게 끊어 버려야만 했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은 최소한 기본적 미덕을 하나쯤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나의 미덕은 바로 이것이다.
즉 나는 일찍이 내가 알고 있는 소수의 정직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인 것이다.
제4장
일요일 아침, 해안을 낀 여러 마을에 교회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동안
권력이나 재력이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개츠비의 저택으로 다시 모여 잔디밭 위를 들뜬 기분으로 거닐고 있었다.
"그는 주류 밀매업자라는군요."
젊은 여인들이 개츠비가 마련한 칵테일과
손질 잘 된 꽃밭 사이를 돌아다니며 말했다.
"그는 언젠가 한 남자를 죽였는데,
그 남자가 폰 힌덴부르크의 조카이자
악마의 육촌이라는 사실을 알아 냈기 때문이었때요.
저기 있는 장미꽃 좀 주세요.
그리고 저 크리스탈 글라스에다 한 잔만 더 따라 주겠어요?"
언젠가 나는 수첩 여백에 그 해 여름에
개츠비의 저택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보았다.
그 수첩은 이제는 다 낡아 버렸는데, 접힌 부분은 이미 해져 버렸다.
그 수첩에는 '이 예정표는 1922년 6월 5일 실행'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나는 아직도 그 수첩에서 낯익은 이름들을 읽을 수 있다.
그 이름들은 개츠비의 환대를 받고도 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아는 바 없다는 해괴한 말들을 하는 사람들에 관한
나의 총괄적인 설명보다도 더 강한 인상을 갖게 한다.
그 때 이스트에그로부터는 체스터 베커 부부, 리치 부부
그리고 내가 예일 대학에서 사귄 번슨이라는 남자와
작년 여름 메인 주에서 익사한 웹스터 시비트 박사가 왔었다.
또한 혼빔 부부와 윌리 볼테어 부부,
그리고 블랙버그라는 사람의 무리가 왔었는데,
그들은 언제나 한쪽 구석에 모여 앉아서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 녚으로 오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밖에 이즈메이 부부와 크리스티 부부
(부부라기 보다는 휴버트 오어바크와 크리스티의 부인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그리고 에드거 비버가 왔었는데,
사람들은 에드거 비버의 머리가 갑작스럽게
백발이 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해댔다.
클래런스 앤디브도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스트에그에서 왔었다.
그는 딱 한 번 왔었는데 니커보커즈 차림으로
정원에서 에티라는 주정뱅이와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롱아일랜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선 치들즈 부부와
O.R.P.슈레이더 부부가 왔었고
조지아 중제선 스톤월잭슨 에브리러햄 부부와 피사가드 부부,
그리고 리플리스빌 부부가 왔었다.
스넬은 개츠비의 저택에서 3일 동안 머문 뒤
주교도소에 수감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자갈길 차도로 나가게 되었고
율리시즈 스웨트 부인의 오른쪽 팔을 치었기 때문이었다. 댄
시 부부도 왔었고 예순은 족히 넘어 보이는 S.B 화이트베이트도 왔으며,
모리스 A. 플린크와헤머헤스 부부,
그리고 담배 수입업자인 벨루거와 그의 딸들도 왔었다.
웨스트에그에서 온 사람들은 폴 부부, 멀레디 부부,
세실 로벅과 세실숀, 주의회 상원 의원인 걸리크,
필름즈 파어 엑설런스를 관장하고 있는 뉴턴 오키드,
어코스트, 클리드 코헨, 돈 S. 슈와르츠(아들), 아서 매카티 등이었는데,
영화와 관련을 맺고 있는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들 외에도 캐틀립 부부와 벰버그 부부,
그리고 후일에 자기 아내를 교살한 바로 그 멀둔의 형인 G. 얼멀둔도 왔었다.
그리고 프로모터인 다 폰타노도 왔었고 에드 레그로스,
제임스 B. (로트거트) 페레트, 드종 부부, 어네스트 릴리도 왔었는데,
그들은 도박을 하러 왔었다.
페레트가 정원을 어슬렁거리고 돌아 다니는 것은
그가 돈을 몽땅 날려 버렸음을 뜻하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다음 날 연합 철도회사는 돈을 만들어 내느라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클립스프링거라는 이름의 남자는 너무 자주 왔고
또 머무는 기간이 무척 길었기 때문에 '하숙생'으로 통했다
-사람들은 그가 집이 없다고 했다.
연극계 인사로는 거스 웨이즈, 호레시스 오도너번,
레스터 마이어, 조지 더크워드, 프랜시스 불 등이 왔었다.
뉴욕 사람들로는 크롬 부부, 배키슨 부부, 데이커 부부,
러셀 베티, 코리건 부부, 켈러허 부부, 듀어 부부, 스컬리 부부,
S.W. 벨처, 스머키 부부, 그리고 지금은 이혼한 젊은 퀸 부부,
또 타임즈 광장의 지하철에 뛰어 들어 자살한 헨리 L. 팰메토가 왔었다.
베니 메클레나한은 언제나 네 명의 아가씨들과 함께 왔었다.
그들은 생김새로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하는 행동이 너무 닮아서
틀림없이 전에 개츠비의 저택에 자주 왔던 것처럼 생각되었다.
나는 그들의 이름은 잊어버렸다
-재클린 같기도 하고 아니면 콘수웰라,
아니면 글로리아나 주디 혹은 준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성은 그 어떤 리듬 있는 꽃이름이나 달의 이름이 아니면
미국의 대자본가들의 굉장한 성씨였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만약 성명을 가르쳐 달라고 조르면
그들은 아마 그 자본가들의 사촌쯤 된다고 털어놓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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