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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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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사람들 외에도 포스티나 오브라이언이 
적어도 한 번은 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또한 베데커 자매들과 전쟁에서 총에 맞아 
코가 떨어져 나간 청년 앨브럭스버거와 그의 약혼녀 하그 양, 
아디타 피츠피터즈와 한때 미국재향군인회 회장이었던 P.주이드, 
클라우디어 히프 양과 그녀의 운전사로 알려진 남자, 
그리고 우리들이 공작이라고 불렀던, 
그 이름을 그 때는 알았는지 몰라도 지금은 잊어버리고 만 어떤 왕자가 왔었다.
이 모든 사람들이 그 해 여름에 개츠비의 저택에 왔던 것이다.
7월 말의 어느 날, 아침 9시에 개츠비의 호화 승용차가
자갈이 RKffls 차도를 지나 나의 집 문 앞까지 와서는 
다양한 음색의 자동차 나팔로 요란스럽게 경적을 울려 댔다. 
그전에 나는 그의 파티에 두 번이나 참석했었고 그의 수상기도 탔었으며, 
그의 간곡한 권유로 그의 소유인 해변도 여러 번 이용했었지만, 
그가 직접 나를 찾아온 것은 그것이 처음이었다.
"안녕하신가요, 친구분. 
오늘은 점심이나 같이 하려 하는데 별다른 일은 없겠지요?"
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미국인 특유의 몸놀림을 보이며 
차의 계기판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런 동작은 젊어서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해 본 적이 없거나 
아니면 그보다도 신경에 관계되는 운동을 때때로 한 데서 얻은 
보이지 않는 우아함에서 익힌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의 그런 행동은 침착성이 없는 경박스러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했다. 
항상 발로 어딘가를 툭툭 차거나 손을 오므렸다 폈다 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차에 감탄하는 것을 보았는지 조용히 말했다.
"멋진 차지요? 그렇죠, 친구분?"
그는 내가 더 잘 볼 수 있도록 차에서 뛰어내렸다.
"이런 차를 전엔 본 적이 없었나요?"
나는 본 적이 있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본 적이 있는 차로, 
니켈 장식이 번쩍이는 짙은 크림색이었다. 
굉장히 긴 차체의 여기저기가 화려한 장식들로 꾸며져 있었다. 
그리고 연장 상자들이 불룩불룩 튀어나와 있고 여러 단으로 복잡하게 끼워진 
10여 개의 통풍창들이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여러 겹의 유리로 둘러싸인 그 차를 타고 우리는 시내로 출발했다.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그와 대여섯 번 정도 얘기를 나누었는데, 
평소에 그가 별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좀 실망했었다. 
그래서 막연하게나마 대단히 위대한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던 
그에 대한 나의 첫인상은 차츰 시들해지고 
그저 인사나 하며 알고 지내는 이웃집의 주인 정도로만 보이게 되었다. 
그 무렵 그가 날 찾아와 자동차를 같이 타게 되었던 것이다. 
차가 웨스트에그 마을에 도착하기도 전에 개츠비는 
자기가 하던 품위 있는 말을 멈춘 채 
캐러멜색 양복의 무릎 부부을 손바닥으로 방정맞게 치고 있었다.
"나 좀 봐요, 친구분."
그는 불쑥 이렇게 말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죠?"
약간 압도되어 버린 나는 그 질문에 맞을 것 같은 평범한 말로 답변해 주었다.
"그러면 내 인생에 대해 좀 얘기해 드리겠소."하고 그는 내 말을 가로챘다.
"당신이 들었을 그 많은 이야기로 나를 잘못 판단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까."
그러고 보니 그는 자신의 저택에 있는 여러 개의 홀에서 이야기되었던,
 자신에 대한 야비한 비난을 이미 알아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모르는 사실을 얘기하겠소."
그는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하느님의 벌을 받겠다고 맹세했다.
"나는 중서부의 어느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부모님은 이미 돌아가셨지요. 난 미국에서 자라났지만, 
교육만큼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받았답니다. 
나의 선조들이 모두 거기서 여러 해 동안 교육을 받아 왔기 때문이었지요. 
그것은 우리 가문의 전통이었습니다."
그는 곁눈질로 나를 쳐다보았다
-문득 나는 조던 베이커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던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교육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받았답니다.'라는 대목에서 
질타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처럼 빠르게 말했다. 
아니, 말끝을 삼켜 버렸다고 할까,
아니면 그 말은 목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이렇게 의심하고 보니 그가 했던 얘기 전부가 거짓말처럼 여겨지고 
결국 그에게 어떤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중서부 어느 지방이지요?"하고 나는 별 생각 없이 물었다.
"샌프란시스코입니다."
"그래요?"
"가족들은 모두 죽었지요. 그래서 나는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되었답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자기네 가문의 급작스런 몰락을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 괴로운 듯 엄숙하게 말했다. 
나는 한순간 그가 나를 놀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했지만, 
그의 맑은 두 눈을 보고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믿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유럽의 여러 수도-파리, 베네치아, 
로마-에서 인도의 젊은 왕자처럼 살아 왔지요. 
보석을 수집했고 맹수 사냥도 했으며 가끔 그림도 그렸는데, 
그것은 모두 나 혼자만의 일이었지요. 
그리고 나는 어렸을 때 당했던 아주 슬픈 일을 잊어버리려고 애썼습니다."
나는 그의 거짓말에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가 지금 하고 있는 말은 속이 훤히 드러날 정도로 닳아빠져서 
마치 터번을 쓴 '임금'이 호랑이를 추격해 볼로뉴 숲 속을 누비면서 
자기의 갖가지 본성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밖에 주지 못했다.
"바로 그 무렵 전쟁이 일어났어요, 
친구분. 그것은 나를 살려 주는 계기가 되었지요. 
나는 죽으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었으니까요. 
그러나 내 목숨은 무던히도 질겼던 모양입니다.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육군 중위로 임관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르곤 숲 전투에서 기관총 대대의 살아 남은 대원을 인솔했는데, 
너무 앞서서 인솔했기 때문에 양쪽에 있던 보병 부대가 전진하지 못하고 
아군과 적군 사이에 2분의 1마일 가량의 틈이 생겼어요.
그 지점에서 우리는 130면의 병사와 루이스 경기관총 16자루로 
이틀 밤낮 동안 적군과 대치했습니다. 
마침내 보병 부대가 당도했을 때, 
그들은 시체 더미 속에서 독일군 3사단의 휘장을 발견했어요. 
나는 소령으로 진급되었고 연합군 정부는 모두 내게 훈장을 수여했습니다
-심지어는 몬테네그로, 아르리아 해의 
작은 몬테네그로 정부에서까지도 말입니다."
작은 몬테네그로! 
그는 이 말을 힘주어 말하더니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시련을 겪은 몬테네그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몬테네그로 국민의 용감한 투쟁을 동정한다는 미소였다. 
그 미소는 몬테네그로의 따뜻하며 자그마한 갓므으로부터 
이런 훈장이 나오게 했던 국가 정세의 연쇄성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그를 믿지 못하던 마음이 사라지고 나는 그의 매력에 빨려 들어갔다. 
그것은 산만스럽게 흩어져 있는 여러 권의 잡지를 
건성으로 책장을 넘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더니 잠시 후
 리본에 달린 메달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이게 몬테네그로부터 받은 훈장입니다."
그것은 진짜처럼 그럴 듯해 보였다.
'다닐로 훈장'이라는 글자가 원형으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몬테네그로, 니콜라스 왕.'
"훈장 뒷면을 봐요."
"제이 개츠비 소령."
나는 소리내어 읽었다.
"특별 무공에 대해서."
"그리고 여기 내가 언제나 지니고 다니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옥스퍼드 시절 트리니티관의 한 모퉁이에서 찍은 겁니다.
 내 왼쪽에 있는 사람이 지금의 돈캐스터 백작이지요."
블레이저 코트를 입은 5,6명의 젊은이들이 
많은 첨탑들을 배경으로 아치 밑을 서성거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그들 중 개츠비가 제일 젊어 보였고 
그의 손에는 크리켓 방망이가 쥐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중국의 대운하 위에 있는 
그의 대저택 속의 불타는 듯한 호랑이 모피들을 보았다. 
그리고 루비가 들어 있는 상자를 열고 빛나는 그 진홍빛 보석을 바라보며
상처 입은 가슴의 아픔을 달래고 있는 그의 모습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