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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4. 9. 10:28

 
  街角 15.3KB  18.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오늘은 친구에게 한 가지 중요한 부탁을 드려야겠습니다."
개츠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기념품들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 넣으면서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러나 알다시피 나는 언제나 낯선 사람들 틈에 끼여 있지요. 
그건 내가 겪은 가슴아픈 일을 잊으려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는 다음 말을 망설였다.
"오늘 오후에 그 얘기를 해 드리지요."
"점심때 말입니까?"
"아니, 오후에요. 
난 우연히 당신이 베이커 양과 가깝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혹시... 베이커 양을 사랑하나요?"
"아닙니다, 친구분. 난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베이커 양은 친절하게도 
이 문제를 당신에게 얘기해 주도록 응낙을 했습니다."
나는 그가 말한 '이 문제'라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나에게 별다른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성가신 일이었다. 
나는 제이 개츠비의 얘기를 하려고 
조던에게 차를 마시러 오라고 청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그의 부탁이 아주 엉뚱한 것일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고, 
한동안 내가 사람이 우글거리는 그의 저택을 찾아갔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뉴욕이 가까워지자 그의 자세는 더욱 단정해졌다.
우리는 빨간 띠를 두른 원양어선이 얼핏 보이는 루스벨트 항을 지나 
제법 손님도 북적거리는 어두컴컴하고 낡아빠진 
1900년대의 술집들이 즐비한 빈민가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러자 차는 이윽고 양쪽에 재의 골짜기가 펼쳐진 길로 접어들었다. 
나는 윌슨 부인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주유소의 휘발유 펌프를 힘들게 잡아당기는 모습을 언뜻 보았다.
우리는 차의 흙받기를 날개같이 활짝 펴고 
아스토리아 마을 중간까지 먼지를 뿌리며 달렸다
-중간까지만 그렇게 달렸다. 
왜냐하면 우리가 고가도로의 기둥들 사이로 꺾어 들었을 때 
'부르릉 부르릉'하는, 귀에 익은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더니 
야비한 표정을 지으며 경찰이 옆으로 달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뭔지 아나?"
개츠비가 소리쳤다. 우리는 속력을 줄였다. 
그는 지갑에서 하얀 카드를 꺼내더니 그것을 경찰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알아뵙지 못하고."
경찰은 그를 알아보고는 모자를 슬쩍 들어 올렸다.
"다음부터는 알아서 모시겠습니다, 개츠비 씨. 실례했습니다!"
"뭘 보여 준 거죠?"
내가 물었다.
"옥스퍼드에서 찍은 그 사진이었나요?"
"언젠가 한 번 이 곳 경찰서장의 부탁을 들어 준 적이 있었소. 
그 후로 매년 크리스마스 때가 되면 카드를 보내 오더군요."
넓게 잘 뚫린 고가도로 사이로 내리비치는 햇빛이 
지나가는 자동차들 위에서 끊임없이 빛났다. 
강 건너편에는 '더럽지 않은 돈으로'라는 희망으로 세워진 
휜색 집들과 네모 반듯한 건물들이 우뚝우뚝 솟은 도시가 보였다. 
퀸즈보로교에서 바라보는 그 도시는 세계의 모든 신비와 아름다움을 
조화롭게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감동을 주는 도시였다.
국화꽃을 완전히 뒤덮힌 영구차가 우리 옆을 스쳐 지나갔다. 
그 뒤를 휘장을 친 두 대의 마차가 따르고 다음에는 
고인의 친구들이 탄, 앞선 두 대의 마차보다는 슬픔이 덜한 몇 대의 마차가 뒤따랐다. 
그 친구들은 동남부 유럽인 특유의 짧은 윗입술과 
비극적인 눈망울로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개츠비의 호화판 자동차가 그들의 우울한 
휴일의 구경거리 속에 끼어든 것이 나는 기뻤다. 
블래크웰 섬을 지나칠 때 리무진 한 대가 우리를 스쳐 갔는데, 
백인 운전사가 모는 그 차에는 당시 유행하던 옷차림을 한 
두 흑인 남자와 한 흑인 여자가 타고 있었다. 
그들의 달걀 노른자위 같은 눈동자가 거만스러운 경쟁 의식으로 
우리를 바라볼 때 나는 그만 소리내어 웃고 말았다. 
'이제 이 다리를 건너왔으니 무슨 일이 벌어지겠지.'
나는 혼자 상상을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가!
개츠비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왁자지껄한 정오였다. 어느 환기 잘 되는 42번가의 지하실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나는 개츠비를 만났다. 
바깥 거리의 찬란한 햇살에 익숙해 있던 나는 
어떤 남자와 옆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를 간신히 찾아 낼 수 있었다.
"캐러웨이 씨, 이분은 내 친구인 울프심 씨입니다."
키가 작고 코가 납작하게 생긴 유태인이 커다란 머리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는 양쪽으로 가른 탐스러운 머리칼을 양 콧구멍까지 길게 내려뜨리고 있었다. 
나는 지하 식당에 들어간 지 한참 후에야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의 아주 작은 눈을 발견했다.
"그래서 난 그 자를 한 번 보았지요."
"어떤 것에 대해서요?"
내가 겸손하게 물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는 내게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내 손을 놓은 그는 그 표정이 풍부한 코로 개츠비를 뒤덮었으니까.
"나는 개츠포에게 돈을 전해 주고 이렇게 말했지요.
 '좋아, 개츠포, 그 녀석이 입을 다물기 전에는 한 푼도 지불하지 마.' 
그랬더니 그 자는 금방 입을 다물어 버리더군요."
개츠비는 우리 두 사람의 팔을 잡아 끌고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울프심은 막 시작한 말을 끊고 
마치 몽유병에 걸린 사람처럼 멍한 상태에 빠져 버렸다.
"하이볼로 드릴까요?"
웨이터 장이 물었다.
"이 곳은 근사한 식당이로군요."
울프심이 천장에 그려진 기독교풍의 요정을 쳐다보며 말했다.
"하지만 길 건너편 식당이 더 좋아요."
"네, 하이볼로 주세요."
개츠비는 이렇게 대답하고 나서 울프심을 향해 말했다.
"하지만 그 집은 너무 더워요."
"덥고 좁지요. 맞아요."
울프심이 말했다.
"그렇지만 갖가지 추억이 가득차 있잖아요."
"식당 이름이 뭐지요?"
"구메트로폴입니다."
"구메트로폴!"
울프심이 갑자기 우울한 표정으로 변하더니 잠깐 생각에 잠겨 말했다.
"그 곳은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린 얼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제는 다시는 만날 수 없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지요. 
그것에서 로지 로센탈이 총을 맞은 날 밤의 일을 영원히 잊을 수가 없을 거예요. 
우리는 여섯이서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었지요. 
로지는 밤새 실컷 먹고 마셨습니다. 
새벽이 거의 다 되었을 때였는데 웨이터가 이상스러운 표정으로 
그 친구에게 다가오더니 어떤 사람들이 밖에서 잠깐 보자고 한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로지는 '좋아.'하고는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그 때 난 그 친구를 잡아당겨 자리에 도로 앉히고 말했지요.
 '볼일이 있으면 그놈들더러 안으로 들어오게 해, 로지. 
나를 계속 도와 주려면 자네는 절대 이 방 밖으로 나가서는 안 돼.' 
그땐 벌써 새벽 4시였는데, 만약 블라인드로 올렸다면 
떠오르는 햇살을 보았을 겁니다."
"그런데 밖으로 나갔나요?"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물론 나갔습니다."
울프심의 코가 분개한 듯 나에게로 홱 돌려졌다.
"그는 문 앞에서 우리를 향해 뒤돌아보며 말했지요.
 '웨이터에게 내 커피를 치우지 못하게 해 줘.' 
그리고는 그는 바깥 보도로 나갔습니다. 
그러자 놈들이 그의 불룩한 배에다 총을 세 발이나 쏘았어요. 
그리고는 잽싸게 차를 몰고 도주해 버렸습니다."
"그중의 네 놈은 전기 의자로 처형되었지요."
그의 콧구멍이 흥미있게도 내게로 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