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당신의 아이를 칭찬하는 방법
지은이: 세키네 마사아키
제2장 칭찬하는 마음을 뒤돌아보자
2편 자식에게 지나치게 집착하는 어머니
3. 마음의 편력에 담긴 의미
여러 차례에 걸쳐 그 어머니가 털어놓은 심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어머니의 술회는 선생인 내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털어 놓은 이야기였다.
그 어머니의 술회를 듣자니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를 고쳐간다는 게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상담이란 그런 메카니즘을 갖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인간 마음의 불가사의함을 절감했다.
"...저는 제가 원해서 남편과 결혼했습니다.
제 친정에서는 결혼을 반대했지요.
이유는 집안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거였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저에게,
'저쪽은 커다란 회사를 경영하는 자산가의 아들인데 이쪽은 변변치 못한 봉급쟁이의 딸이야.
게다가 저쪽은 일류대학 출신인데 이쪽은 고작 지방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뿐이야.
집안 따위는 옛날 이야기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생각하는 방식이나 느끼는 방식이 크게 달라.
아마 너는 오랫동안 적응하지 못할거야. 아니,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낯설 거다.'
하시며 반대하셨지요.
나중에 들으니 남편 집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해요.
어쨌든 우리는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했어요.
지금 '우리는'이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제 자발적인 의사보다는 남편의 고집에 이끌려 결혼한 면이 컸어요.
그때 우리는 젊었으니까요.
어렵사리 들어간 시댁이었기에 저는 무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집안 사람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모든 행동을 조심하며 신경을 썼습니다.
그것은 남편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구요.
시어머니는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쁜와중에서도 며느리인 저에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다도법, 꽃꽂이, 예법, 때로는 서예까지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시어머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시하려고 그런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나 싶어요.
당신은 결코 속이 좁지 않은 화통한 시어머니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 모르죠.
저는 시어머니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머리가 나쁜지 아니면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지,
아마 두 가지 다라고 생각하지만, 무엇을 하더라도 시원찮은 며느리라는 평가를 받았답니다.
직접 대놓고 그런 말씀을 하시지는 않았지만, 시어머니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지요.
저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바로 그 무렵, 저는 아이를 가졌습니다.
임신을 계기로 저는 마음을 다잡아먹고 분가를 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한 말이었지만 남편은 뚱한 얼굴로 이렇다저렇다 말을 하지 않았지요.
저는 집안에서 외톨이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니 외로움도 가셨습니다.
시어머니는 손자를 귀여워하셨지요.
시어머니는 당신 친구들에게 '손자가 생겼지만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는 건 사양하겠어.'하고
지적이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지만, 식구들과 지낼 때는 정반대였습니다.
시어머니의 처세술과 허세를 보는 듯했습니다.
유모도 있었지만, 아이는 저 혼자의 힘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제힘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는 틈나는 대로 그건 이렇게 하는 거란다라든가
그것을 이렇게 하면 좋단다 하는 식으로 참견을 했습니다.
저는 시어머니가 보는 데서는 시키는 대로 했지만,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는 제 방식대로 했습니다.
아이들이 잇따라 태어나 세 명이나 되었지만 모두 제 방식대로 키웠습니다
저 나름대로 '세상살이에 제법 도가 텄는 걸.'하고 생각했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을 대하는 얼굴과 자식을 대하는 얼굴도 달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때와 장소에 따라서 처신을 달리 하는 것이 세상사는 요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할머니가 안 계시니까 이걸 먹어도 돼.'하고 단것을 주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나갔다 들어오면서 '아버지에게는 비밀이야.'하는 식으로 일렀습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어떻게 느꼈을까요?
제 말을 잘 듣고 안 듣고를 떠나서 제가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를 비판했는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은 상대의 안색부터 살피면서 이런저런 일을 하는 처신,
그래서 하루도 마음편할 날이 없는 생활방식에 물들까 두려웠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그것을 참지 못하고 가출하고, 혼자만의 세계에 파묻히고, 반항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