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그의 두 눈은 아무 것도 보지 않으면서 끊임없이 방안을 두리번거렸다.
"그 애는 미쳤어요."
그는 말했다.
"그는 미치광이였음이 분명하오."
"커피라도 좀 드시겠습니까?"
나는 무언가를 계속 권했다.
"난 아무 것도 생각 없소. 이젠 괜찮아요. 그런데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케러웨이입니다."
"음, 난 이제 어느 정도 쉬었소. 지미는 어디에 안치했소?"
나는 그를 아들이 안치되어 있는 객실로 데리고 가서 혼자 남겨 두고 나왔다.
사내아이들 몇이 돌층계를 올라와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 아이들에게 도착한 분이 누구라는 것을 말해 주자
그들은 마지못해 가 버렸다.
잠시 후 개츠는 문을 열고 나왔는데,
입은 좀 벌어지고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으며,
두 눈에서는 눈물 방울이 간간이 맺혀 나왔다.
그는 이미 죽음에도 초연해질 그런 나이였던 것이다.
그는 그제야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다가 천장이 높고 화려한 홀과
큼직큼직한 방들이 또 다른 방들과 이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사이 그의 슬픔은 두려움 섞인 자랑과 뒤범벅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그를 부축해서 이층의 한 침실로 인도했다.
그가 양복 상의와 조끼를 벗고 있는 동안
나는 모든 장례 절차를 그가 올 때까지 미루어 왔다고 일러주었다.
"어떻게 하시고자 할지를 몰라서 그랬지요, 개츠비 씨-."
"내 이름은 개츠요."
"-개츠 씨. 유해를 서부로 운구하길 원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지미는 항상 동부 쪽을 더 좋아했소. 동부에서 이만큼 성공을 했잖소.
당신은 우리 아이의 친구였나요? 그런데 성이 어떻게 되지요?"
"우리는 친한 친구였습니다."
"그 아이는 장래성이 있었소. 알겠소?
그 애는 아직 젊은이에 지나지 않았지만 여기서 많은 두뇌적 역량을 발휘했소."
그는 다짐하듯이 자기 머리를 매만졌다. 나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만약 그 아이가 계속 살아만 있다면 큰 인물이 될 거요.
제임스 J. 힐 같은 사람이 될 거요. 그 애는 국가 건설에도 공헌을 하게 될 거요."
"옳은 말씀입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말했다.
그는 수가 놓인 침대 커버를 손을 더듬거리며
벗겨 내리려고 하다가 그대로 뻣뻣이 드러눕고 말했다.
그러고는 곧 잠이 들었다.
그 날 밤 분명히 크게 놀란 듯한 어떤 사람이 전화를 걸어 와
자기 이름을 대기도 전에 내게 누구냐고 물어 댔다.
"캐러웨이입니다."
나는 말했다.
"아아!"
전화를 건 사람은 그 때야 마음이 놓이는 듯이 말했다.
"나는 클립스프링거입니다."
나는 마음이 놓였다.
왜냐하면 그것은 개츠비의 장례식에 한 명의 친구가 와줄 것을 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신문에 광고를 내어서 구경꾼들이 몰려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몇 사람에게만 전화로 알리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찾아내기란 대단히 힘든 일이었다.
"장례식은 내일입니다."
나는 말했다.
"이 곳 집에서 3시에 거행됩니다.
개츠비 씨와 친했던 사람이면 누구에게든 연락을 좀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아아, 그렇게 하고말구요."
그는 급하게 말했다.
"아무도 못 만날 것 같지만 만나기만 한다면 알리도록 하지요."
그의 목소리는 나를 반신반의하게 했다.
"물론 당신은 오시겠죠."
"글쎄요, 꼭 참석하도록 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전화를 드린 용건은-."
"잠깐만요."
나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오시겠단 말씀이죠?"
"그런데 사실은-
솔직이 내 사정이란 난 이 곳 그리니치에
어떤 사람들과 함께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내일도 내가 자기들과 같이 있어 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실은 피크닉이라고 할까, 그런 걸 하기로 했답니다.
물론 최선을 다해서 빠져나가도록 해 보겠습니다만..."
나는 참을 수가 없어 '허!'하고 어처구니없다는 소리를 냈다.
그도 그 소리를 들은 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그는 신경질적으로 이렇게 말을 이었던 것이다.
"내가 전화를 건 이유는 거기에 두고 온 내 구두 때문입니다.
미안하지만 하인을 시켜서 그걸 내게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건 테니스화여서
그게 없으면 난 꼼짝도 할 수가 없습니다. 내 주소는 B.F-."
나는 그 이름의 나머지 부분은 자세히 듣지 못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렇게 한 후 나는 개츠비에 대해 알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내 전화를 받은 한 신사는 개츠비가 받아야 할 것을
자기가 대신 받았다는 뜻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것은 내 실수였다.
내가 그 사람은 개츠비가 내준 술로 용감해져서
개츠비를 가장 신랄하게 비난하던 사람들 중의 하나이므로,
전화를 걸지 않는 편이 나았을 거라는 사실을 미리 알았어야만 했다.
장례를 치르던 날 아침 나는 뉴욕으로 마이어 울프심을 만나러 갔다.
그 방법 외에는 그를 만날 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보이가 일러주는 대로 내가 밀고 들어간 문에는
'스와스티커 주식보유회사'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처음에는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았으나 내가 몇 번인가
'여보세요.' 하고 소리치자 칸막이 뒤에서 말다툼이 벌어지고
얼마 후 귀엽게 생긴 유태인 여자가 안쪽 문가에 나타나 적의를 띤
까만 눈으로 나를 경계하며 훑어보았다.
"아무도 안 계신데요."
그녀는 말했다.
"울프심 씨는 시카고에 가셨는데요."
그녀의 첫마디는 분명히 사실이 아니었다.
왜냐하면 안에서 누가 '로저리'를 음정에 맞지 않게
휘파람으로 불고 있었기 때문이다.
"캐러웨이란 사람이 만나 뵙자고 한다고 제발 좀 전해 주시오."
"제가 그분을 시카고에서 돌아오시게 할 수 있는 능력은 없어요."
바로 그 때 틀림없는 울프심의 목소리가 문 저 쪽에서 '스텔라!'하고 불렀다.
"그러면 책상에다 명함을 놓아두세요!"
그녀는 황급히 말했다.
"그분이 돌아오시면 전해 드릴 테니까요."
"하지만 지금 그분이 뒤쪽에 계시다는 걸 난 알고 있소."
그녀는 내 앞으로 한 걸음 다가서서는 화가 난 듯이
두 손으로 엉덩이를 아래위로 더듬기 시작했다.
"당신 같은 젊은이들은 언제라도 이 곳으로 마음만 먹으면
밀고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녀는 나무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