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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5.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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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후 그를 다시는 보지 못했었다. 
그가 어떻게 개츠비의 장례식 소식을 듣게 되었으며, 
그리고 처음 개츠비의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의 두꺼운 안경으로 빗방울이 부딪히자 
그는 안경을 벗어 닦아 서둘러 다시 끼고는 
개츠비의 무덤에서 보호용 덮개를 걷는 것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때 잠시 개츠비에 관해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너무나 먼 곳에 가 있었으며, 
데이지가 조의를 표하기는커녕 조화 한 송이도 보내지 않은 데 대해 
더 이상 분개하지도 않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직이,
"죽은 자 위에 비가 내리니 복을 받을지어다."하고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서 올빼미 눈 같은 안경을 낀 사나이가 또렷한 목소리로,
"축복이 있기를, 아멘."하고 말했다.
모든 절차가 끝나자 우리는 빗속을 걸어 차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올빼미 눈 같은 안경을 낀 사나이가 입구에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분 댁으로 갈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분들도 아무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가!"
그는 놀라서 움찔했다.
"맙소사! 매일 밤 수백 명이 몰려가곤 했었는데."
그는 다시 안경을 벗어서 안팎을 닦았다.
"가엾은 사람."
그는 말했다.
내 머릿속에서 가장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 중의 하나는 예비교에서, 
그리고 후에는 대학에서 크리스마스 때 서부로 돌아가던 때의 일이다. 
시카고보다 더 멀리 가는 사람들은 
12월의 어느 날 저녁 6시에 오래 되고 침침한 유니언 역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벌써부터 그들대로의 크리스마스 휴일의 여러 가지 즐거움에 마음이 쏠려 있었다. 
몇몇 시카고 친구들과 황급히 작별 인사를 하곤 했다.
누구누구네 집에서 돌아오던 아가씨들의 모피 외투들, 
얼어붙은 입김 속의 잡담들, 옛 친지를 발견하고 머리 위로 흔들던 손들, 
그리고 '오드웨이 댁에 갈까? 허시 댁에? 슐츠 댁에?' 하면서 초
대에 같이 갈 사람을 찾던 사람들, 
또한 장갑 낀 우리네 손아귀에 꼭 쥐어 있던 길쭉한 녹색 차표들이 내 기억 속에 떠오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카고, 밀워키, 세인트펄 철도의 칙칙한 노란색 객차가 
출입구 곁의 철길 위에서 마치 그 자체가 
크리스마스인 것처럼 즐거워 보이던 일이 생각난다.
기차가 겨울 밤 속으로 미끄러져 나가고 
진짜 눈, 우리의 눈이 우리들 옆을 한없이 뻗쳐 나가면서 
차창에 부딪혀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며, 
조그마한 위스콘신 주 시골역들의 희미한 불빛들이 지나가면 
갑자기 공기 속에 예리하고 거친 꺽쇠가 나타났다. 
우리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싸늘한 차내 통로를 지나 
좌석으로 돌아오면서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 때 우리는 이 생소한 곳에서 1시간쯤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 대해 말로 표현은 못하나 의식하고 
그 공기 속으로 또다시 분간하지 못할 만큼 녹아 들어갔다.
이것이 내가 중서부에서 겪은 일이었다-
말이나 초원이나 없어져 버린 스웨덴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라 
내 젊은 시절의 가슴 울렁거리는 귀향 기차와 
서리 내리는 밤의 가로등과 썰매의 방울 소리, 
불 켜진 창문에서 눈 위로 던져진 접시꽃 다발의 그림자들이 그것이었다.
나는 그것의 일부분이었던 그 기나긴 겨울을 생각하면 좀 엄숙해지고, 
수십 년에 걸쳐 여전히 주소가 가문의 이름으로 불리는 
그런 도시의 캐러웨이 가에서 자라난 것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이것은 결국 하나의 서부 이야기였다는 것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탐과 개츠비, 데이지와 조던과 나, 우리 모두가 서부 출신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마도 동부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어떤 공통된 결함을 지니고 있었던 것같다.
동부에 가장 마음이 끌려 있을 때, 
그리고 어린이들이나 아주 늙은이들을 제외하고는 
한없이 이것저것 물어 대는 오하이오 주 너머의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기어가듯 뻗어 있고 커질 대로 커진 도시들보다 
동부 쪽이 훨씬 낫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때조차-
그런 때조차 내겐 동부 지방은 항상 일종의 왜곡된 모습으로 비치곤 했다. 
특히 웨스트에그는 여전히 나에게는 환상적인 꿈속에 그 모습을 나타낸다. 
엘 그레코가 그린 저녁 풍경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전통적인 동시에 괴상스러운 형태를 한 수백 채의 집들이 
침울한 하늘과 어슴푸레한 달 아래 쭈그리고 있다. 
그 전경에는 야회복 차림을 한 엄숙한 표정의 사나이들이 
흰 야회복을 입은 술 취한 여인을 들것에 뉘고 보도를 걷고 있다. 
들 것 가장자리로 축 늘어뜨려진 여인의 한 손에서 보석들이 싸늘하게 반짝거린다. 
사나이들은 조심스럽게 들것을 들고 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잘못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여인의 이름을 알려 하지 않고 
또 그 누구도 그러한 것에 개의치 않는다.
개츠비가 죽은 뒤론 나에게는 동부 지방은 이렇듯 자줏빛이었고 
내 눈의 힘으로는 바로잡기 어렵게 뒤틀어져 있었다. 
그래서 파란 연기같이 흩어지기 쉬운 나뭇잎들이 허공에 드리워져 있고, 
줄에 널린 젖은 빨래가 바람으로 빳빳해질 무렵 
나는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떠나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는 어색하고 불쾌한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처리해 두고 싶었다. 
그 친절하면서도 무관심해 보이는 바다에게 
내 일의 찌꺼기를 씻어 가도록 내맡기기는 싫었던 것이다.
나는 조던 베이커를 만났고 우리들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으며 
그 후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조던은 큰 의자에 누운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내 말을 듣고 있었다.
골프 복장을 한 그녀의 턱은 멋지게 살짝 치켜올려져 있었고, 
머리는 가을 나뭇잎 같은 색깔이었으며, 
얼굴은 그녀의 무릎에 놓인 벙어리장갑과 같은 자주색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그 당시 나에게는 멋진 삽화처럼 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이야기를 끝내자, 
조던은 내 말엔 아무런 대꾸도 없는 자기는 다른 남자와 약혼했다고 말했다. 
그녀에겐 고개만 끄덕이면 결혼할 수 있는 상대가 많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는 했으나 그녀의 말에는 왠지 모를 불안함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짐짓 놀란 척했다. 
잠시 혹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으나 
곧 나는 일의 끝을 재빨리 되새겨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작별 인사를 했다.
"하지만 당신은 저를 버리신 게 분명해요."
조던이 불쑥 말했다.
"전화로 저를 버리신 거예요. 
지금은 당신에게 아무런 미련도 갖고 있지 않지만, 
저로선 처음 경험한 일이어서 한동안 가슴아팠지요."
우리는 악수를 했다.
"아, 참! 그리고 혹시 기억하고 계신가요?"
그녀는 덧붙였다.
"언젠가 둘이서 자동차 운전에 관해 나누었던 말 말이에요."
"글세, 확실하지는 않지만..."
"당신은 서투른 운전자는 또 한 사람의 서투른 운전자를 만날 때까지만 안전하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저는 또 한 사람의 서투른 운전자를 만난 셈이지요? 
제가 이런 억측을 하는 건 제가 생각이 깊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저는 당신이 비교적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것이 당신의 유일한 자랑인 줄 생각했어요."
"나는 서른 살이오."
나는 말했다.
"나 자신을 속이고 그걸 명예라고 부르기엔 나이를 다섯 살이나 더 먹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