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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6. 10:28

 


  街角 15.3KB  7.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제2장
웨스트에그에서 뉴욕으로 가는 중간쯤에서 자동차 도로는 
철도 쪽으로 합해져서 4분의 1마일쯤 뻗어 나가다가 
어떤 황량한 곳에 이르러 좁아지며 끝난다. 
그 곳에 바로 재의 계곡이다-
재가 밀처럼 자라서 산마루도 되고 언덕도 되며 괴이한 정원도 되는 해괴한 농장이다. 
그 곳에서 재는 또 집이나 굴뚝 그리고 피어오르는 연기, 
마침내는 어떤 대단한 노력을 거쳐서 잿빛 인간으로까지 변하는 것이다. 
그 인간들은 먼지투성이의 공기 속에서 무기력하게 움직이며 이미 거의 다 쓰러져 가고 있다. 
가끔 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차 행렬이 끝없는 도로를 따라 들어와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멈춰 서면 곧 잿빛 사람들이 떼지어 
납빛 삽들을 가지고 모여 먼지 구름을 더욱 크게 일으켜 놓았다. 
그 먼지 구름이 그들의 희미한 동작을 가려 버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게 한다.
그러나 잿빛 땅과 그 위를 끊임없이 떠도는, 
경련적으로 일어나는 먼지 구름 넘어 살며시 T.J. 에클버그 박사의 눈이 나타난다. 
푸른빛을 띤 데다 위압감이 느껴질 정도로 큰 눈이-망막은 높이가 1야드나 된다. 
그 눈은 얼굴에서가 아니라 있지도 않은 콧등에 가로 걸려 있는 
어마어마한 노란색 안경 너머로 이 쪽을 보고 있다. 
분명히 어떤 뻔뻔한 안과 의사가 퀸즈 구에서 
거창하게 병원을 차리려고 그 곳에 설치해 놓았으나, 
그 후 그 자신이 영원히 미지의 세계로 사라져 버렸거나 아니면 
그 선전 간판을 설치해 놓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이사를 한 것이리라. 
어쨌든 페인트도 칠해지지 않은 그 눈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햇빛과 비에 
시달려 좀 흐려진 채 이 엄숙한 쓰레기 하치장을 아직도 의연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이 재의 계속 한쪽에는 작고 더러운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화물선이 지나갈 수 있게 다리가 올라갈 때면 정차한 기차 안의 승객들은 
길게는 30분 동안이나 그 음울한 광경을 지켜보면서 기다려야 했다. 
기차는 그 곳에서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1분간은 정차해 있었다. 
내가 탐 부캐넌의 정부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것도 이 때였다.
탐에게 정부가 한 명 있다는 사실은 그가 나타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화제가 되었다.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정부를 데리고 대중 카페에 나타나 
여자 혼자 자리에 남겨 두고 여기저기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아는 사람들과 잡담 나누는 모습을 좋은 시선으로 보아주지 않았다. 
나는 그 여자를 한 번 보고 싶었지만 일부러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만났다.
어느 날 오후 나는 탐과 함께 뉴욕행 기차를 탔다. 
기차가 잿더미 곁에 정차하자 탐은 벌떡 일어나더니 
내 팔꿈치를 잡고서 막무가내로 나를 차에서 내리게 했다.
"내려야겠어."
그는 고집을 부렸다.
"내 여자를 소개해 주고 싶거든."
그는 점심때 뭘 잘 먹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를 대하는 모습은 거의 폭력에 가까웠다. 
그는 마침 일요일 오후라 내게 별다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를 따라 하얗게 칠한 나지막한 철로변 담을 넘었고, 
에클버그 박사의 끈질긴 시선을 받으며 기차를 타고 왔던 길을 100야드나 되돌아갔다. 
눈에 보이는 건물이라고는 오직 
그 황무지 가장자리에 서 있는 조그맣고 노란 벽돌 건물뿐이었는데, 
그것은 이 황무지에 자리한 일종의 압축된 중심가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건물에는 세 개의 가게가 있었는데, 하나는 임대로 내놓은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야간 영업 레스토랑이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자동차 수리소였다
-각종 수리, 조지 B. 윌슨. 자동차 매매라는 팻말이 산만하게 붙어 있었다-
나는 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안은 생각보다 초라하고 썰렁했다. 
보이는 것이라곤 어두운 구석에 처박혀 있는, 먼지투성이의 고물 포드 승용차 한 대뿐이었다. 
어쩌면 이 보잘 것 없는 자동차 수리소는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한 겉치레이고, 
사치스럽고 로맨틱한 아파트가 위층에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그 때 정비소 주인이 헝겊 조각으로 손을 닦으며 사무실 문간에 나타났다. 
금발의 그는 건강이 좋지 않은지 생기가 없어 보였으며 윤곽만은 제법 뚜렷한 미남이었다. 
우리를 본 그의 연푸른 두 눈에 흐릿한 희망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안녕하십니까, 윌슨 씨?" 탐이 활기에 찬 목소리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장사는 잘 됩니까?" "그저 그렇습니다." 윌슨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제쯤 그 차를 파시겠습니까?" "다음 주에. 지금 사람을 시켜서 차를 손질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 사람은 일하는 속도가 좀 느린 모양이죠." "아니, 그렇지 않소." 탐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런데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차라리 어디 다른 곳에다 파는 게 낫겠소." "아니 절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닙니다" 윌슨이 재빨리 변명했다. "내 말은 그저..." 그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탐이 초조하게 실내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 때 층계 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잠시 후 좀 뚱뚱해 보이는 여자가 사무실 문으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막아버렸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그녀는 좀 뚱뚱하긴 했지만 관능적인 몸매를 지니고 있었다. 짙푸른 점무늬의 크레프드신 드레스 위로 솟은 얼굴은 아무리 뜯어 봐도 평범할 뿐이었다. 그러나 온몸의 신경이 끊임없이 불에 그을리고 타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어디서나 눈에 띌 정도로 몸 전체에 생기가 흘러 넘쳤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마치 남편이 유령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 옆을 바짝 지나쳐 열정적인 눈으로 탐을 쳐다보며 그와 악수했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입술을 살짝 축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남편에게 나직하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의자라도 가져와요. 왜 가만히 있어요? 그래야 손님이 앉으실 수 있잖아요?" "아, 그래야지." 윌슨은 황급히 대답하고 나서 벽의 시멘트 색깔과 섞여 사라지듯이 조그마한 사무실 쪽으로 갔다. 하얀 재먼지가 주변의 모든 것을 먼지로 덮어 버린 것과 마찬가지로 윌슨의 검정색 양복과 연한 빛의 머리칼도 먼지로 덮여 있었다. 그러나 탐 곁에 바싹 다가와 있는 그의 아내만은 예외였다. "만나고 싶소." 탐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 기차를 타도록 해요." "알았소." "길 아래쪽의 신문 판매점 옆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가자마자 조지 윌슨이 의자 두 개를 가지고 나타났다. 우리는 길 아래쪽에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그녀를 기다렸다. 그 날은 독립기념일인 7월 4일을 며칠 앞둔 날이었는데, 회색 옷을 입은 바싹 마른 이탈리아계 어린애가 철로 위에 딱총알을 일렬로 올려놓고 있었다. "지독한 동네군. 그렇지 않아?" 하고 탐이 얼굴을 찡그리고 에클버그 박사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형편없는 곳인데." "여기를 떠나는 게 저 여자에게는 이로울 거야." "남편이 반대하지 않나?" "윌슨 말인가? 그는 아내가 뉴욕에 있는 처제를 만나러 가는 걸로 알고 있지. 너무 멍청해서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조차도 모르고 있어." 이리하여 탐 부캐넌과 그의 정부,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은 함께 뉴욕으로 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함께 갔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윌슨 부인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다른 칸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탐은 혹시 그 기차에 탔을지도 모를 이스트에그 사람들의 구설수에 그만큼 신경을 썼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