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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Joyfule 2011. 3. 25. 09:02

  
  街角 15.3KB 6.위대한 개츠비 -  스콧 피츠 제랄드. 


그녀의 눈은 탐의 눈과 닮은 도전적인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소름 끼치는 자조적인 모습으로 웃어댔다.
"닳고 닳았지요. 정말 전 타락하고 말았다구요!"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그치고 나의 관심과 생각을 강제로 끌고 가던 그 무엇인가가 멈춘 순간,
 나는 그녀의 이야기가 처음부터 진실 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이 저녁이 내게서 어떤 어울릴 감정을 자아내기 위한 술책인 것처럼 여겨져 불안하기만 했다.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역시 생각한대로 그녀는 
그 사랑스러운 얼굴에 매우 능글맞은 웃음을 머금고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그녀와 탐이 속한 비교적 유명한 비밀 조직에 가입한 
그녀의 회원 자격을 내세우는 듯한 태도였다.
집 안에서는 진홍색 방이 등불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탐과 베이커 양은 긴 의자의 양끝에 앉아 있었는데, 
베이커 양이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지의 기사를 탐에게 읽어주고 있었다-
속삭이는 듯 하면서도 단조로운 목소리는 누군가를 달래는 듯한 음성으로 들렸다. 
램프의 불빛이 탐의 장화를 밝게 비치고 
가을 낙엽같이 노란 베이커 양의 머리도 희미하게 비치고 있었다. 
그녀의 가냘픈 두 팔이 움직이며 잡지를 넘길 때마다 종이도 따라 번득였다.

 

우리가 들어서자 그녀는 손을 들어 잠깐 멈춰 있으라고 신호를 보냈다. "다음 호에 계속!"하고 그녀는 잡지를 테이블 위로 던지며 말했다. 그러고는 힘들게 일어섰다. "10시군요." 그녀는 천장의 시계를 보고 중얼거렸다. "이 착한 아가씨가 잠자리에 들 시간이에요." "조던은 내일 웨스트체스터로 시합하러 간답니다." 데이지가 알려 주었다. "아..., 당신이 바로 조던 베이커군요." 나는 그녀의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듯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 호감을 주는, 남을 경멸하는 듯한 표정은 애쉬빌이나 호스트스프링즈나 팜비치 같은 곳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찍은 수많은 그라비야 사진 속에서 본 일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 대한 몇 가지 비판조의 좋지 않은 얘기도 들은 적이 있지만,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잊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녀는 다정스럽게 말했다. "절 8시에 깨워 주세요, 네." "네가 일어날 거라면." "일어나요. 안녕히 주무세요, 캐어웨이 씨. 그럼 또 뵙지요." "물론 만나야지." 데이지가 당연하다는 투로 대답했다. "실은요, 제가 오빠의 결혼을 주선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주 들르세요, 닉 오빠. 두 사람만의 자리가 되도록 기회를 마련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별안간 두 사람을 린네르 옷장에 가두어서는 보트에 태워 바다로 띄워 보낸다거나, 뭐 그런 일들 있잖아요?" "안녕히 주무세요." 베이커 양이 계단을 올라가며 소리쳤다. "전 한 마디도 안 들었어요." "아름다운 아가씨야." 탐이 잠시 후에 말했다. "이런 식으로 그녀가 전국을 쏘다니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되는데..." "누가 그렇게 해선 안 된다는 거지요?" 데이지가 차갑게 물었다. "누구긴 누구야. 그녀의 가족들이지." "그녀의 가족이래야 나이 많은 숙모 한 분뿐이에요. 게다가 그녀는 이제부터 닉 오빠가 돌봐 주실 텐데요, 뭐. 그렇지 않아요, 닉 오빠? 그녀는 올 여름 대부분의 주말을 이 곳에서 보낼 거예요. 우리의 가정적 분위기는 그녀에게 아주 유익할 거예요." 데이지와 탐은 잠시 말없이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 아가씨는 뉴욕 출신인가? 나는 재빨리 물었다. "루빌 출신이에요. 우리는 순결한 처녀 시절을 거기서 함께 보냈어요. 우리의 아름답고 순결한..." "당신 조금 전 베란다에서 닉에게 은밀한 이야기라도 했어?" 탐이 느닷없이 물었다. "제가 그랬던가요?" 데이지는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북유럽 민족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맞아요, 틀림없이 그랬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그 얘기가 나왔는데, 먼저 알아둘 것은요..." "데이지의 말은 믿지 말게, 닉." 탐은 내게 충고했다. 나는 아무 말도 듣지 않았다고 가볍게 받아넘기고 잠시 후 집에 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들은 문 앞까지 따라 나와서 사각형으로 비치는 불빛 아래 나란히 섰다. 내가 차의 시동을 걸고 있을 때 데이지가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기다려요! 뭘 좀 물어 본다는 게 그만 잊고 말았어요, 그건 아주 중요한 얘기예요. 오빠가 서부에서 약혼을 했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맞아, 그랬지." 탐이 데이지의 말을 거들었다. "우리는 자네가 약혼했다고 들었네." "그건 헛소문이야. 나같은 가난뱅이가 어떻게..." "하지만 우린 들었어요." 데이지는 끈질기게 되풀이했다. 그리고 다시 멋진 표현을 쓰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바람에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는 그 소문을 세 사람한테서 들었으니까 사실임에 틀림없어요." 물론 나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었지만, 나는 약혼 비슷한 것조차 한 적이 없었다.

 

내가 동부로 오게 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그 소문 때문이었다. 뜬소문 때문에 오랜 친구와 교제를 끊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내게는 뜬소문에 말려들어 결혼을 하려는 의도 또한 없었다. 탐 부부의 관심은 모름지기 나를 감동시켰고, 그래서 그들이 굉장한 부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차를 몰면서 머리가 혼란스러워지고 약간 불쾌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생각에는 데이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이를 안고 그 집에서 뛰쳐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데이지에게는 그렇게 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이 분명했다. 탐에 대해 말한다면 '뉴욕에 사귀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은 그가 책을 읽다가 우울해졌다는 것보다 더 의미 없는 일이었다. 뭔가가 그로 하여금 자신의 진부한 관념의 테두리를 갉아먹게 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마치 그의 건장한 육체적 이기성이 더 이상은 건방진 심성에 자양분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보이는 것과 같았다. 길가에 늘어선 집들의 지붕과 주유소들 앞은 이미 여름이 온 듯했고, 빨간색 새 휘발유 펌프들이 한꺼번에 불빛을 받아 근사하게 보였다. 웨스트에그의 내 집에 다다른 나는 차를 차고에 집어넣고 나서 마당에 내팽개쳐진 제초기에 잠시 걸터앉았다. 바람이 불어오자 밤하늘에 나무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고, 대지의 바람 그득한 풀무인 끊임없는 풍금 소리의 바람은 개구리들에게 생명을 가득 불어넣어 주었다. 달빛 속에 움직이는 고양이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었는데, 그걸 지켜보느라고 고개를 돌렸다가 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50피트 쯤 떨어진 곳에 있는 내 이웃의 저택 그늘로부터 어떤 사람의 모습이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은색 후추를 뿌려 놓은 것 같은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어딘지 여유 있어 보이는 그 몸놀림과 잔디를 밟고 서 있는 다리의 확고한 자세가 그 사람이 개츠비임을 짐작하게 했다. 그는 우리 고장의 하늘 중에서 자기 몫의 하늘을 찾아내기 위해 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베이커 양이 저녁 식사 때 그의 얘기를 한 것이 소개 역할을 해 줄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혼자 있는 것을 만족해하는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그는 어두운 바다를 향해서 기묘한 자세로 두 팔을 뻗치고 있었다. 나는 그와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그가 몸을 떨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나는 자신도 모르게 바다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하지만 어쩌면 부두의 끝일지도 모를 곳에서 녹색 불빛 하나가 반짝이는 걸 보았을 뿐 다른 것은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다시 개츠비 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의 모습은 어느 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래서 나는 불안스런 어둠 속에 또다시 홀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