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Daddy Long Legs - Jean Webster -

Joyfule 2017. 9. 26. 16:44
    
    
     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아저씨께.   
    12월 14일
    어젯밤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습니다.
    책방에 갔었어요.
    그런데 가게 점원이 신간 서적을 내왔어요.
    그 제목은 '주디 애버트의 일생과 편지' 이었어요.
    분명히 기억해요.
    빨간 천으로 장정되어 있고, 커버에 존 그리어 고아원의 그림이 있었어요.
    첫페이지에 제 초상화가 실려있고, 
    그 밑에 '당신의 성실한 주디 애버트' 라고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겨 제 비석의 비문을 읽으려고 했을 때 
    그만 잠을 깨고 말았어요.
    너무 신경질 나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제가 누구와 결혼하는지, 
    언제 죽는 지 알 수 있었을텐데 말이죠.
    자신의 전기를 ㅡ 신처럼 무엇이든지 잘 알고 있는 작가의 손으로 적힌 ㅡ 
    실제로 읽을 수가 있다면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그리고 다음과 같은 조건으로 읽는다고 해요.
    그 전기를 읽고 절대로 잊지 말것.
    그러니까 자기가 한 모든 일이 마지막에 
    어떤 결과가 되는지를 분명하게 미리 알면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기가 죽는 날을 정확한 시각까지도 알면서 일생을 살아야 한다.
    만약 이런 조건이라면 과연 몇 사람이나 자기 전기를 읽을 용기가 있을까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얘기를 읽지 않을 만큼
    자기 호기심을 억누를 수 있겠어요?
    그런 것을 읽으면 희망도 없고, 그리고 놀랄 일도 없이 
    일생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도, 
    읽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그런 호기심 말이에요.
    인생이라는 것은 어차피 단조로워요.
    먹고 자고, 자고 먹고의 반복이죠.
    그런데 식사와 식사 사이에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일이 하나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세상이 무미건조 하겠어요?
    어머, 어머!
    아저씨 이건 잉크 자국이에요.
    그래도 벌써 3페이지나 썼으니까 새로 다시 쓸수는 없어요.
    올해도 계속 생물학을 들어요.
    아주 재미있는 과목이랍니다.
    지금 소화기관을 공부하고 있어요.
    고양이 십이지장의 횡단면이 현미경으로 보면 얼마나 예쁜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드디어 올해부터 철학을 듣게 되었어요.
    재미있지만 종잡을 수가 없어요.
    저는 생물학이 좋아요.
    연구 중인 문제를 제목에 따라서 하나하나 흑판에 핀으로 꽂아 놓을 수가 있으니까요.
    어머. 또 잉크 자국이네!
    어머, 또 하나 더!
    이 펜은 맨날 이렇게 울어요.
    부디 펜의 눈물을 용서해 주세요.
    아저씨는 '자유의지'의 존재를 믿으세요?
    저는 전적으로 믿어요.
    '행동은 모두 원인이 집성하는 절대적이고 불가피하고 자발적인 결과이다'라는 
    철학자의 의견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어요.
    이런 설은 들은 것 중에서 가장 비도덕적인 교리에요.
    그럼 인간은 무엇을 해도 좋다는 뜻이잖아요.
    만약 사람이 숙명론을 믿게 되면 당연히 그 사람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신의 뜻대로' 라고 하면서 신에게만 의지 하겠죠.
    그리고 죽을 때까지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게 되고 말아요.
    저는 절대적 제 자신의 자유의지를 믿어요.
    그리고 일을 성취해가는 제 자신의 힘을 믿어요.
    이것이야 말로 산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확고한 신념이에요.
    제가 미래에 대작가가 되는 것을 봐주세요!
    이미 새책을 4장까지 썼고, 5장의 초고가 완성되어 있어요.
    이 편지는 아주 심오한 편지군요.
    아저씨, 머리 아프시죠? 
    자아, 이쯤에서는 편지를 그만 쓰고 이제부터 퍼지 (설탕과자)를 만들어야겠어요.
    아저씨께도 하나 보내드리고 싶은데, 유감이군요.
    진짜 크림과 버터볼 세 개를 넣어서 만드니까 다른 때보다 훨씬 맛있어요.
    애정을 담아 당신의 주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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