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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 Long Legs - Jean Webster

Joyfule 2017. 10. 9. 21:26
    
    
     Jean Webster
     Daddy Long Legs
    
     그리운 키다리 아저씨께  
    7월 14일 
    일을 하는 것은 즐거운 겁니다.
    혹시 아저씨는 일을 한 번도 안해 본 분은 아니시겠죠?
    더구나 그 일의 종류가 이 세상에서 
    제일 하고 싶었던 일일 경우에는 더더욱 즐겁답니다.
    이번 여름에 저는 매일매일 펜이 움직이는 한 열심히 쓰고 있어요.
    단 한 가지 제가 분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면,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아름답고 멋지고  재미있는 생각들을 
    남김없이 쓰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다는 것이지요.
    2회의 초고를 다 썼고, 내일 아침 7시 반부터는 3회로 들어갑니다.
    이번에는 지금까지는 없었던 아주 재미있는 작품이랍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제 머릿속은 이 책에 대한 일로 가득 차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잠옷을 갈아입고 
    아침 식사를 해야하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죽겠어요.
    아침 식사가 끝나면 열심히 써요.
    그러면 마지막에는 갑자기 피곤해져서 몸이 축 늘어져 버려요.
    그러면 이번에는 콜린(양을 지키는 새로운개)을 데리고 바끙로 나가 
    들을 산보하거나, 다음날에 대비해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비축해 둬요.
    지금까지는 없던 아주 멋진 책이에요.
    어머, 죄송해요.
    아까도 말씀 드렸죠.
    아저씨, 제가 너무 자만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으시죠?
    저는 결코 자만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좀 흥분하고 있을 뿐이에요.
    분명 나중에는 냉정하고 비판적이고 건방져 질지도 모르겠어요.
    아니에요, 절대로 그렇지 않을 거에요!
    이번에야말로 본격적인 작품을 쓰고 있어요.
    기다려 주세요.
    읽어 보시면 알아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하죠.
    아마사이와 캐리가 작년 5월에 결혼했다는 것을 알려드렸던가요?
    두 사람 다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두 사람은 결혼해서 오히려 더 나빠진것 같아요.
    예전에 캐리는 아마사이가 진창에 걷거나 
    바닥에 재를 쏟거나 하면 재미있어 하면서 웃었는데 요즘에는 안 그래요.
    캐리가 아마사이에게 고함치는 모양을 보셔야 하는데!
    그리고 이젠 예전처럼 머리에 컬도 하지 않아요.
    예전에는 양탄자를 두드려 달라고 해도,
    장작을 운반해 달라고 해도 언제나 고분고분 일을 잘 하던 아마사이도 
    요즘에는 부탁을 하면 투덜거려요.
    그리고 넥타이도 정말 지저분해요.
    시커먼 갈색이 되버렸어요.
    늘 보라색이나 짙은 빨간색이었는데 말이죠.
    저는 결혼은 절대로 안 하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결혼은 분명 사람을 타락시키는 과정이에요.
    농장의 소식은 별로 대단한 것이 없어요.
    동물들은 모두 건강해요.
    돼지는 너무 살이 쪘어요.
    암소는 지극히 만족스러운 상태고, 암탉은 달걀을 잘 낳고 있어요.
    아저씨는 닭에 흥미가 있으세요?
    만약 그러시다면 '일년에 한 마리의 닭에서
    2백 개의 달걀을 얻는 방법' 이라고 하는 굉장히 유익한  팜플렛을 읽어보세요.
    저는 내년 봄에는 부화기를 사용해서 구이용 닭을 길러 볼 생각이에요.
    이제 제가 앞으로도 내내 록 윌로우에 정착할 생각이라는 것을  아시겠죠.
    저 안토니 트롤로프의 어머니 처럼 114권의 소설을 다 쓸때까지 
    저는 이곳에 있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제 일생 동안의 일이 모두 다 끝나면 문단에서 은퇴하고 여행을 떠날 거에요.
    지미 맥브라이드 씨가 지난 일요일에 왔어요.
    저녁 식사는 프라이드 치킨과 아이스크림 이었는데 
    모두 맛있게 먹는 것 같더군요.
    그 사람을 만나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사람은 제게 록 윌로우 바깥에 넓은 세상이 있다는 사실을 
    순간 떠올리게 해줬어요.
    가엾게도 지미는 증권을 팔러 다니느라 상당히 고생하고 있었어요.
    사거리에 있는 농협에서는 지미의 주식이
    연 6퍼센트 때로는 7퍼센트의 이자가 붙는다고 말해도 
    전혀 상대해 주지 않는다는 군요.
    결국 언젠가는 우스터의 집으로 돌아가서 아버지의 공장일을 맡아서 하게 되겠지요.
    그 사람은 너무 솔직하고, 사람을 잘 믿고,동정심이 많아서 
    도저히 금융 일에서는 성공하지 못할 거에요.
    하지만 경기가 좋은 작업복 공장의 지배인이 되다니 정말로 괜찮은 신분이잖아요?
    아직은 작업복 같은 것은 우습게 보지만, 결국 지미는 작업복으로 돌아갈 거에요.
    저는 적어도 아저씨께서 이 긴 편지가 손가락의 경련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이 보낸 것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역시 아저씨를 너무 좋아해요.
    그리고 아주 행복해요.
    주위에는 아름다운 경치가 있고, 먹는 것도 잔뜩있고, 
    게다가 잠잘 때 근사한 네 기둥이 있는 침대가 있고, 
    일련의 원고 용지가 있고, 일파인트의 잉크가 있고, 
    세상에서 이 이상 무엇을 더 바라겠어요?
    변함 없이 당신의
    주디 올림
    추신 -- 우체부 아저씨가 새 소식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이번 금요일부터 일 주일간 예정으로 저비 도련님이 오신대요.
    이건 정말 기쁜 추신이에요.
    단지 걱정 인 것은 제 소설이 성가시게 되겠죠.
    저비 도련님은 아주 까다로운 분이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