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록 윌로우에서 아저씨께
4월 4일
소인을 보셨나요?
샐리와 저는 부활제 휴가 동안 록 윌로우 농장에 와 있어요.
우리는 열흘 간의 휴가를 어떻게 하면 가장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한 끝에,
어딘가 조용한 곳에 가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이제 더 이상은
퍼거슨 기숙사에서 식사를 할 수가 없을 정도였어요.
400명이나 되는 여자애들과 같은 방에서 식사하는 것은
피곤할 때면 지옥과 같은 고통이에요.
시끌시끌, 와글와글, 너무 시끄러워서 손을 메가폰처럼 만들어
소리를 높여 얘기하지 않으면 테이블을 마주보고 앉은 사람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을 정도에요.
정말이에요.
샐리와 저는 산보를 하거나 독서를 하고,
글도 쓰면서 즐겁고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 스카이 힐의 정상에 올라 갔어요.
예전에 저비 도련님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던 곳이지요.
벌써 2년이나 지났다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군요.
우리들이 피운 불 때문에 바위가 까맣게 그을은 곳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이상한 일이네요.
어떤 장소와 어떤 사람들을 관련지어서 다시 그 장소에 갔을 때
그 일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는 것이 말이에요.
저비 도련님이 그곳에 없어서, 아주 쓸쓸했어요.
2분 동안만요.
요즘 제가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틀림없이 질리지도 않느냐고 흉보시겠죠.
책을 쓰고 있어요.
3주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제 비결을 알았어요.
저비 도련님이나 그때 그 편집자의 말이 옳았어요.
자기가 알고 있는 일에 대해 쓰는 것이 제일 독자들에게 호소력이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구석구석까지 잘 알고 있는 일에 대해 쓰고 있어요.
무대를 어디로 잡았는지 알아맞혀 보시겠어요?
존 그리어 고아원이에요!
아주 멋져요, 아저씨.
저 정말로 걸작이라고 생각해요.
매일매일 일어나는 극히 사소한 일들을 쓴 거에요.
지금의 저는 리얼리스트에요.
낭만주의는 버렸어요.
멋 훗날에 제 자신의 파란만장한 장래가 시작 된다면
다시 낭만주의로 되돌아갈지도 모르지만요.
이번에 쓰는 책은 꼭 완성하겠습니다.
그래서 출판할 거에요!
꼭 그렇게 해보겠습니다.
한 가지 일을 열심히 원하고, 계속 노력을 아끼지 않으면 꼭 소원을 이룰 수가 있어요.
저는 4년 동안이나 아저씨로부터 편지를 받으려고 노력해 왔어요.
하지만 아직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답니다.
안녕, 그리운 아저씨.
(저는 그리운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 아주 좋아요. 시의 두운 같잖아요.)
애정을 담아 주디 올림
추신 ㅡ 농장의 소식을 알리는 것도 잊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슴 아픈 소식뿐이에요.
아저씨가 혹 흥분하는 것이 싫으시다면 이 추신을 읽지 말아주세요.
가엾게도 그로브는 죽었어요.
씹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비칠비칠해져서 어쩔수 없이 총살하게 되었답니다.
9마리의 닭이 지난주에 족제비인지 스컹크인지
아니면 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죽어 버렸어요.
소 한 마리가 병에 걸려 본니리그 사거리에 있는 수의사를 불렀어요.
아마사이가 이 소에게 아마인유와 위스키를 주기 위해 밤새도록 잠도 안 자고 기다렸죠.
하지만 우리는 그 가엾은 병든 소가 아마인유밖에 못 받아 먹은 것이 아닌가 하고
아마사이를 크게 의심하고 있어요.
센티멘털한 토미(얼룩 고양이를 말하는 거에요) 가 없어져 버렸어요.
덫에 걸린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걱정할 일이 너무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