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an Webster
Daddy Long Legs
록 윌로우에서 키다리 아저씨께
10월 3일
아저씨께서 직접, 더구나 몹시 떨리는 손으로 써서 보내 주신 편지가
오늘 아침에 도착했습니다.
내내 편찮으셨다니 정말로 걱정스러워요.
그럴 줄 알았다면 제 일로 걱정을 끼치지 않았을 텐데요.
제 고민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왠지 편지를 쓰기에는 복잡한 일인데다가
또 남에게는 알리고 싶지 않은 일이에요.
부디 이 편지는 보존하지 마시고 태워 버리세요.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1,000달러 짜리 수표를 동봉합니다.
제가 아저씨께 수표를 보내다니 이상하죠!
어떻게 생겨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제 작품이 팔렸어요.
7회로 나뉘어서 잡지에 연재되고, 그 후 한권의 책이 되었어요!
분명 아저씨는 제가 기뻐서 펄쩍펄쩍 뛰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아무런 감동도 느껴지지 않아요.
물론 아저씨께 돈을 돌려드릴 수 있게 된 것은 기뻐요.
아직 아저씨께 2.000 달러나 빚이 있지만요.
그것은 조금씩 갚아 나갈게요.
아저씨, 제발 이 수표를 받지 않겠다는 말씀은 하지 말아 주세요.
이것을 드리는 것이 제게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이니까요.
저는 아저씨께 돈뿐만이 아니라 더더욱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 은혜는 앞으로 계속 감사와 애정으로 보답하겠어요.
그럼, 이번에는 다른 이야기를 해 들리겠습니다.
부디, 아저씨의 지극히 상식적인 충고를 부탁드려요.
그 충고가 제 마음에 들던 안들던 그런 것은 상관하지 마시구요.
저는 지금까지 아저씨께 다른 사람과는 달리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아저씨는 제 가족 전부를 대신하는 분이셨으니까요.
하지만, 아저씨.
제가 아저씨보다 더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 사람이 달리 있다고 말씀 드린다면
아저씨는 기분이 나쁘실까요?
아마도 아저씨는 제가 누구에 대해 말하는 것인지 어렵지 않게 짐작하고 계시겠죠?
제 편지는 상당히 오랫동안 저비 도련님에 대해서 써왔으니까요.
저비 도련님이 어떤 분인지, 얼마나 우리 두사람의 마음이 잘 맞는지,
아저씨께 어떻게 하면 알려 드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떤 일에서나 생각이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제 자신의 생각을 그분의 생각에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분의 생각은 옳아요.
옳은 것이 당연하죠.
왜냐하면 14살이나 연상이니까요.
하지만 그 외의 일에 있어서는 그 분은 큰 어린애 같아요.
정말로 돌봐 주어야 해요.
그 분은 비가 오면 장화를 신어야 한다는 것 조차도 몰라요.
그 분과 저는 재밌다고 느끼는 것이 언제나 같아요.
그리고 이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두 사람의 마음이 반대라면 큰 일이죠.
그것은 건너기 어려운 마음의 강을 이어주는 다리가 없는 것과 같으니까요.
그리고 저비 도련님은 ㅡ 이제 그만두죠!
저비 도련님은 저비 도련님밖에 없어요.
그리고 저는 그분이 없으면 너무나도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세상 전체가 공허하고 병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달빛도 밉살스러워요.
저렇게 아름다운데도 저비 도련님이 옆에 없으니 함께 볼 수가 없잖아요.
하지만 분명 아저씨도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겠죠?
그러면 이 기분을 이해하실 거에요.
만약 사랑한 적이 있으시다면 설명할 필요가 없고,
만약 사랑한 적이 없으시다면 설명해도 소용이 없어요.
어쨌든 제 마음은 그런 기분이에요.
그런데도 저는 저비 도련님의 청혼을 거절했어요.
그 분에게 거절한 이유는 말하지 않았어요.
그냥 말을 하지 않고, 비참한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으니까요.
그러자 저비 도련님은 제가 지미 맥브라이드와
결혼 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하고 돌아가 버렸어요.
전 조금도 그럴 생각은 없어요.
지미와 결혼하다니 생각해 본 적도 없어요.
그 사람은 아직 너무 어려요.
하지만 자비 도련님과 저는 슬픈 오해 때문에 완전히 감정이 상해 버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