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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비밀의 화원 안내자 울새1

Joyfule 2017. 11. 8. 11:33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8장 비밀의 화원 안내자 울새 1   
     
    난 열쇠를 한참 쳐다보았다.
    뒤집어 보고 또 뒤집어 보면서 생각했다.
    이전에 말한대로, 난 어른들에게 허락을 구하거나 상의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열쇠를 보고 든 생각이라고는 이 열쇠가 닫힌 화원의 열쇠라면 
    화원을 열고 안에 뭐가 있는지, 오래된 장미나무가 어떻게 되었는지 
    볼 수 있겠다 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 화원을 보고 싶은 까닭은 그저 그 화원이 오랫동안 잠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화원들하고는 판이할 것 같았고 
    지난 10년 동안 무언가 신기한 일이 일어났을 것 같았다.
    ​또 그 화원이 마음에 든다면 매일 들어가서 문을 닫고
    나만의 놀이를 만들 수도 있고 조용히 혼자 놀수도 있었다.
    ​다들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를 테고 문은 여전히 잠겨 있으며
    열쇠는 땅에 묻혀 있을 테니, 그런 생각을 하니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수수께끼처럼 닫힌 방이 백 개나 있는 집에서 
    달리 재미있는 놀잇거리 하나 없이 홀로 지내려니 그동안 느슨했언 머리가
    돌기 시작했고 실로 상상력이 깨어났다.
    황야에서 실려오는 신선하고 힘차며 순수한 공기와 밀잡한 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 덕에 식욕도 돋았고, 불어오는 바람과 싸우느라 혈색이 돌았던 것처럼 
    공기와 바람이 정신도 휘저었다.
    인도에서는 항상 너무 더워서 나른했고 기운이 없어서
    주변 일엔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새로운 일들에 관심도 있고 하고도 싶었다.
    벌써 심술이 좀 줄어든 기분이었지만 왜인지는 알수 없었다.
    난 주머니에 열쇠를 넣고 길을 따라 위아래로 오갔다.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기 때문에 느긋하게 걸으면서
    담, 아니 그보다는 그 위에 자란 담쟁이 덩굴을 쳐다보았다.
    담쟁이는 참으로 알쏭달쏭했다.
    아무리 꼼꼼하게 들여다봐도 무성히 자란 
    반들반들한 진녹색 이파리 말고는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난 몹시 실망했다.
    서성거리며 정원 안쪽의 나무우듬지를 넘겨다보고 있으려니 
    예전의 심술이 다시 솟아났다.
    거기까지 가까이 가 놓고도 들어갈 수 없다니 너무 멍청하다고, 난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열쇠를 주머니에 넣었고, 
    밖에 나갈 때는 항상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다짐했다.
    혹여나 숨겨진 문을 찾으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도록.
    메들록 부인은 마사에게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와도 된다는 허락을 내주었으나 
    마사는 갈때보다 더 붉어진 뺨을 하고 기운이 팔팔해져서 아침에 일하러 나타났다.
    "아, 전 새벽 네 시에 일어났지 뭐여요.
    새들이 일어나서 지저귀고 토끼들이 깡총깡총 뛰어가며 
    태양이 높이 떠오른 황야는 얼마나 기똥차던지요.
    그래도 줄창 걸어온 건 아니어라.
    어떤 남자가 수레 마차에 태워 주더라구요.
    어찌나 재미있던지."
    하루 외출을 하고 온 마사는 이야깃거리가 한 가득이었다.
    마사의 어머니는 딸을 보고 반가워했고 
    두 사람은 일주일 치 빵도 다 굽고 빨래도 죄다 해 버렸다.
    심지어는 동생들에게 각기 하나씩 흑설탕을 넣은 케이크를 구워주기까지 했다.
    "애들이 황야에서 놀고 들어오자 뜨끈뜨끈한 케이크를 하나씩 안겼지요.
    빵을 갓 굽고 불을 뜨듯하게 피운지라 집에는 어찌나 좋은 냄새가 나던지, 
    아이들이 환성을 지르고 야단법석이었어라.
    우리 디컨은 집에 임금님이 와서 살아도 되겠다고까지 하더라구요."
    저녁이 되어 모두들 불가에 둘러 앉아 마사는 어머니와 해진 옷을 천에 대서 수선하고 
    구멍난 양말을 기우면서 동생들에게 인도에서 온 꼬마 아가씨 얘기를 했다고 했다.
    마사가 '흑인'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에게 평생 시중을 받아서
    자기 양말조차 제대로 신을 줄 모르는 아가씨라고..
    "어이코! 애들이 얼마나 아가씨 얘기를 좋아했는지 몰라요
    그 흑인들이랑 아가씨가 타고 왔다는 배를 궁금해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아는게 있어야 자세히 얘기를 허지요."
    난 잠깐 기억을 되살려 보았다.
    "다음번엔 외출 하기전에 좀더 얘기해 줄게.
    그럼 할 얘기가 좀더 생길 거 아냐.
    내 생각엔 애들이 코끼리와 낙타 타는 얘기도 좋아할 거야.
    장교 아저씨들이 호랑이 사냥 하러 가는 얘기도."
    "에구 머니나!
    그런 얘기를 들어면 우리애들 혼이 쏙 빠질 거여요.
    정말로 해 주실거죠?
    애들한테는 요크에 가면 볼 수 있다고 하는 야생동물 쇼나 똑같은 얘기여요."
    마사가 좋아서 소리쳤다.
    "인도는 요크셔하고는 아주 달라.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디컨이나 마사 엄마도 내 얘기 듣고 싶어 했어?"
    난 그문제를 찬찬히 생각하며 느릿한 말투로 대꾸했다.
    "그럼요. 
    우리 디컨 눈알이 아주 휘둥그레져서 머리에서 툭 튀어나오는지 알았다니께요.
    하지만 엄니는 아가씨가 혼자 쓸쓸해 보이신다고 했어요.
    '크레이븐 주인님이 아씨한테 가정교사나 보모를 붙이지 않았는가?'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아니, 아직 안 혔어라.
    하지만 메들록 부인은 주인님이 생각만 하며 그렇게 하시겠지만 
    앞으로 2~3년은 아마 그런 생각 못하실 거라고 하더랑게요' 하고요."
    "난 가정교사 필요 없는데."
    난 톡 쏘아 붙였다.
    "하지만 엄니는 지금쯤이면 아씨가 글도 혼자 읽을 수 있어야 하고 
    아씨를 돌봐 줄 여자도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러더니 이러시더라구요.
    '그럼 마사, 네가 입장 바꿔서 생각해 봐라.
    그렇게 큰 집에서 혼자 돌아다니고 엄마도 없다고, 
    온 힘을 다해서 아씨가 힘내실 수 있도록 해드려야 겄네.'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지라.
    난 마사를 한참 뚫어져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