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백합조개를 줏는 노인 추적추적 내리던 가을비가 잠시 멈춘 오전에 해변으로 나갔다. 밀려오는 파도가 물러나는 파도에 부딪쳐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맨발로 조수가 빠져나간 평평하고 고운 모래 위를 걷는다. 아침 바다가 파랑과 남색이 섞인 오묘한 빛을 띠고 있다. 한옥마을 앞까지 갔을 무렵이었다. 한 남자가 해변에 웅크리고 앉아 뭔가를 찾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고무장화에 긴 바지를 입고 있었다. 옆에는 물고기나 조개를 담는 어구가 놓여있었다. 이상했다. 조개를 채취하려면 투명한 바다 밑바닥의 모래를 뒤져야 했다. 그렇다고 그가 물고기를 잡는 것도 아니었다. 호기심이 일어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뭘 하고 계십니까?”내 말에 그는 들고 있던 엄지 손톱만한 조개껍질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