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 롱펠로우 비오는 날 - 롱펠로우 날은 춥고 어둡고 쓸쓸하여라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고, 허물어지는 벽에는 담쟁이 덩굴, 바람이 불 때마다 잎을 날려가네, 날은 춥고, 쓸쓸하네. 내 인생도 춥고, 어둡고, 쓸쓸하네, 비는 내리고 바람은 그치지 않네. 내 생각은 허물어지는 과거의 담벽에 붙어 불어오는 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13
꽃 - 김춘수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12
찜질방 여인네들이 떠는 수다 - 김진악 찜질방 여인네들이 떠는 수다 - 김진악 어느 찜질방에나 늘상 부인네들이 삼삼오오 떼 지어 앉아서 이야기꽃이 만발하다. 몸을 풀고 미역국도 마시고 달걀도 먹었으니 혓바닥이 놀고 있을 리가 없다. 세계평화와 인류공영共榮을 논하는가? 턱도 없는 망발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고 남북통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10
하나의 삶 - 정유찬 하나의 삶 - 정유찬 누구나 원하는 것은 같다 그것을 달리 표현할 뿐 우리는 모두가 다른 방법으로 같은 사랑을 원하고 모두다 같은 의도로 독특한 삶을 추구한다 이렇게 삶의 다른 모습들이 합쳐져 하나의 큰 삶이 된다 우리는 이렇게 각기 다른 모두가 만드는 하나의 삶을 산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9
연분홍 - 김억(金億) 연분홍 - 김억(金億)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눈을 틉니다. 연분홍 송이송이 못내 반가와 나비는 너훌너훌 춤을 춥니다. 봄바람 하늘하늘 넘노는 길에 연분홍 살구꽃이 나부낍니다. 연분홍 송이송이 바람에 지니 나비는 울며울며 돌아섭니다.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7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6
섬 - 이정하 섬 - 이정하 그대 내게로 와서 섬이 되었네. 내 마음 거센 파도로 일렁일 때마다 잠겨버릴 것 같은 섬, 그리움으로 저만치 떠 있는. 늘상 주변만 배회하다 끝내 정박하지 못할 섬. 언제쯤 나의 작은 배는 거기에 가 닿을 수 있을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4
꽃향기 - 정호승 꽃향기 - 정호승 내 무거운 짐들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 버리고 싶었으나 결코 버려지지 않는 결국은 지금까지 버리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온 아무리 버려도 뒤따라와 내 등에 걸터앉아 비시시 웃고 있는 버리면 버릴 수록 더욱더 무거워져 나를 비틀거리게 하는 비틀거리면 비틀거릴 수록..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3
上弦 - 나희덕 上弦 - 나희덕 차오르는 몸이 무거웠던지 새벽녘 능선 위에 걸터앉아 쉬고 있다 神도 이렇게 들키는 때가 있으니! 때로 그녀도 발에 흙을 묻힌다는 것을 외딴 산모퉁이를 돌며 나는 훔쳐보았던 것인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조금 붉어진 얼굴로 구름 사이로 사라졌다가 다시 몸을 일으켜 저만치 가고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2
이외수 - 감성사전 이외수 - 감성사전 1. 원고지 삼라만상이 비치는 종이거울 2. 겨울 깊은 안식의 시간 속으로 눈이 내린다. 강물은 얼어붙고 태양은 식어 있다. 나무들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회색 하늘을 묵시하고 있다. 시린 바람이 비수처럼 날아와 박히고 차디찬 겨울비가 독약처럼 배어 들어도 나무는 당분간 잎..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4.01
너에게 부침 - 천양희 너에게 부침 - 천양희 미안하다, 다시 할 말이 없어 오늘이 어제 같아 변한 게 없다 날씨는 흐리고 안개 속이다 독감을 앓고 나도 정신이 안 든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삶이 몸살 같다, 항상 내가 세상에게 앙탈을 해 본다 병 주고 약 주고 하지 말라고 이제 좀 안녕해지자고 우린 서로 기를 쓰며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3.30
젊은 날 - 문정희 젊은 날 - 문정희 새벽별처럼 아름다웠던 젊은 날에도 내 어깨 위엔 언제나 조그만 황혼이 걸려 있었다 향기로운 독버섯 냄새를 풍기며 손으로 나를 흔드는 바람이 있었다 머리칼 사이로 무수히 빠져 나가는 은비늘 같은 시간들 모든 이름이 덧없음을 그때 벌써 알고 있었다 아! 젊음은 그 지느러미 속..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3.29
깨꽃 - 마종기 깨꽃 - 마종기 헤어져 살던 깨알들이 땅에 묻혀 자면서 향긋한 깻잎을 만들어내고, 많은 깻잎 속에 언제 작고 예쁜 흰 깨꽃을 안개같이 뽀얗게 피워놓고, 그 깨꽃 다 보기도 전에 녹녹한 깨알을 한 웅큼씩 만들어 달아주는 땅이여. 깨씨가 무슨 흥정을 했기에 당신은 이렇게 농밀하고 풍성한 몸을 주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3.28
하 늘 - 박두진 하 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 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 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거운 볕, 초가을 햇볕으론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작고 목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3.27
안개의 노래 - 김광균 안개의 노래 - 김광균 내 가는 곳 어디나 비정(悲情)의 안개 서리어 있다 안개 속엔 지나온 산하(山河)가 잠기어 있고 황폐(荒廢)한 사구(砂丘)에서 바람소리도 들리어온다. 안개는 산을 넘어 동리(洞里)로 간다 세월(歲月)에 눌리어 기울어진 고가(古家)들 추녀 끝에 호롱불 숨을 죽이고 노목(老木) 하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