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길 - 이준관 구부러진 길 -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22
당신의 음악 - 라빈 드라나드 타고르 당신의 음악 - 라빈 드라나드 타고르 당신께서는 어떻게 노래하는지 나는 알 길이 없읍니다. 고요한 기쁨 속에서 나는 늘 당신의 음악에 귀기울입니다. 당신께서 부르시는 노래 그 빛이 온 세상을 밝게 비칩니다. 당신의 음악 그 생명의 숨결이 하늘에 구비칩니다. 당신의 음악 그 성스러운 물결이 온..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21
오늘밤도 나는 별여행을 떠난다 - 김주혜 오늘밤도 나는 별여행을 떠난다 김주혜 처녀좌를 출발하여 사파이어, 그 푸른빛의 사슬을 따라갔다 좀생이별들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새순처럼 돋아나고 있는 별무리들을 한점 한점 획을 그으며 따라갔다 사다리꼴의 별들이 자리를 떠나고 꼬리별이 어둠을 가로지른지 불과 얼마되지 않아 황금색의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20
매화(梅花) 한 송이 - 김광림 매화(梅花) 한 송이 - 김광림 매화(梅花) 한 송이 어쩌다가 몸부림 하는 심상(心像) 비비 꼬인 줄기 툭 붉어져 나온 개발(開發) 매화(梅花) 한 송이 파도치듯 일렁이는 속에서 부여잡은 마음 자락 뽑아 낸 외가지 부스럼을 티우는 눈망울 매화(梅花) 한 송이 오늘은 참 맵씨 있게 사린 어깨받이나 겨드랑..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9
폭포 - 이형기 폭포 - 이형기 그대 아는가 나의 등판을 어깨에서 허리까지 길게 내리친 시퍼런 칼자욱을 아는가. 질주하는 전율과 전율 끝에 단말마(斷末魔)를 꿈꾸는 벼랑의 직립(直立) 그 위에 다시 벼랑은 솟는다. 그대 아는가 석탄기(石炭紀)의 종말을 그때 하늘 높이 날으던 한 마리 장수잠자리의 추락(墜落)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8
이른 봄 - L. N. 톨스토이 이른 봄 - L. N. 톨스토이(1828∼1910) 이른 봄 풀은 겨우 고개를 내밀고 시냇물과 햇빛은 약하게 흐르고 숲의 초록색은 투명하다. 아직 목동의 피리 소리는 아침마다 울려 퍼지지 않고 숲의 작은 고사리도 아직은 잎을 돌돌 말고 있다. 이른 봄 자작나무 아래서 미소를 머금은 채 눈을 내리깔고 내 앞에 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7
깊고 오래된 상처 - 김나영 깊고 오래된 상처 - 김나영 어릴 적, 넘어진 무릎에 딱지가 앉기 시작하면 방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딱지를 뜯었다. 팽팽한 새 살을 이불처럼 끌어 당기던 상처가 내 손톱 밑에서 피를 흘리며 더디게 더디게 아물어 갔다. 심심한 날에 놀이감이 되어 주었던 상처, 꼬들꼬들 굳어가던 딱지 밑, 아픔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6
기 도 - 김옥진 기 도 - 김옥진 소유가 아닌 빈 마음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받아서 채워지는 가슴보다 주어서 비워지는 가슴이게 하소서 지금까지 해왔던 내 사랑에 티끌이 있었다면 용서하시고 앞으로 해나갈 내 사랑은 맑게 흐르는 강물이게 하소서 위선보다 진실을 위해 나를 다듬어 나갈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5
리필 - 이상국 리필 - 이상국 나는 나의 생을, 아름다운 하루하루를 두루마리 휴지처럼 풀어 쓰고 버린다 우주는 그걸 다시 리필해서 보내는데 그래서 해마다 봄은 새봄이고 늘 새것 같은 사랑을 하고 죽음마저 아직 첫물이니 나는 나의 생을 부지런히 풀어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막스밀러 - 독일인의 사랑에서 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4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3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 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 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2
호수(湖水) - 이형기 호수(湖水) - 이형기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수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처럼 떨던 것이 이렇게 잠잠..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1
그 해 겨울의 눈 - 이형기 그 해 겨울의 눈 - 이형기 그 해 겨울의 눈은 언제나 한밤중 바다에 내렸다. 희부옇게 한밤중 어둠을 밝히듯 죽은 여름의 반디벌레들이 일제히 싸늘한 불빛으로 어지럽게 흩날렸다. 눈송이는 바다에 녹지 않았다. 녹기 전에 또 다른 송이가 떨어졌다. 사라짐과 나타남 나타남과 사라짐이 함께 돌아가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10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조그만 사랑 노래 - 황동규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