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떠도는 자의 노래 - 신경림 외진 별정우체국에서 무엇인가를 놓고 온 것 같다 어느 삭막한 간이역에서 누군가를 버리고 온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문득 일어나 기차를 타고 가서는 눈이 펑펑 쏟아지는 좁은 골목을 서성이고 쓰레기들이 지저분하게 널린 저잣거리도 기웃댄다. 놓고 온 것을 찾겠다고 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8
존재의 빛 - 김후란 존재의 빛 - 김후란 새벽별을 지켜본다 사람들아 서로 기댈 어깨가 그립구나. 적막한 이 시간 깨끗한 돌 계단 틈에 어쩌다 작은 풀꽃 놀라움이듯 하나의 목숨 존재의 빛 모든 생의 몸짓이 소중하구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7
어느 겨울날 - 기윤배 어느 겨울날 - 기윤배 어느 겨울날 나는 얼음처럼 투명한 시간 속을 걸었네 앞서간 사람들의 발소리가 따뜻하게 남아 있었네 바람은 모든 떨림을 담아내고 햇살은 추억이었네 내가 만난 것은 버려진 것들의 슬픔이었네 버려진 것들은 한동안 빛이었으나 회색의 단단한 몸으로 굳어져 깨지지 않는 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6
해 - 박두진 해 - 박두진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뙨 얼굴 고은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굴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 해야, 고운 해야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5
거리 1 - 백창우 거리 1 - 백창우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 구석 찬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4
유년을 찾아서 - 고정숙 유년을 찾아서 - 고정숙 2007년 수필동인지(아무도 모르는 시작) 에서 오랜만에 친정집에 방문했다가 50년 대 다녔던 시골 초등학교를 찾았다. 이 학교 출신 국회의원이 수영장과 강당을 지어 예식장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얼마나 변했는지 보고 싶기도 하고 어린 내가 선생님들의 눈에 어떻게 비쳐졌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3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 이재무 감나무 저도 소식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기에 사립 쪽으로는 가지도 더 뻗고 가을이면 그렁 그렁 매달아 놓은 붉은 눈물 바람결에 슬쩍 흔들려도 보는 것이다 저를 이곳에 뿌리박게 해놓고 주인은 삼십년을 살다가 도망 기차를 탄 것이 그게 십오년인데..... 감나무 저도 안부가 그리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2
눈 오는 마을 - 김용택 눈 오는 마을 - 김용택 저녁 눈 오는 마을에 들어서 보았느냐 하늘에서 눈이 내리고 마을이 조용히 그 눈을 다 맞는 눈 오는 마을을 보았느냐 논과 밭과 이 세상에 난 길이란 길들이 마을에 들어서며 조용히 끝나고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 볼 것 없다 하얗게 눕는다 이제 아무것도 더는 소용없아 돌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8.01.01
겨울 나무 - 이정하 겨울 나무 - 이정하 그대가 어느 모습 어느 이름으로 내 곁을 스쳐 지나갔어도 그대의 여운은 아직도 내 가슴에 여울되어 어지럽다 따라나서지 않은 것이 꼭 내 얼어붙은 발 때문만은 아니었으리 붙잡기로 하면 붙잡지 못할 것도 아니었으나 안으로 그리움 삭일 때도 있어야 하는 것을 그대 향한 마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31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겨울 들판을 걸으며 - 허형만 가까이 다가서기 전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 없어 보이는 아무것도 피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겨울 들판을 거닐며 매운 바람 끝자락도 맞을 만치 맞으면 오히려 더욱 따사로움을 알았다 듬성듬성 아직은 덜 녹은 눈발이 땅의 품안으로 녹아들기를 꿈꾸며 뒤척이고 논두렁..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8
여자는 나이와함께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여자는 나이와함께 아름다워진다 - 신달자 여자에게 소리없이 다가오는 나이의 불안은 어디에서 오는가? 여자는 나이와 함께 성숙하고 나이와 함께 아름다워진다. 가끔 나이를 묻는사람을 만난다.... 나는 그때도 별 감정없이 나이를 말하는데 말하는 자신에게보다는 듣는 사람의 표정에서 내 나이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7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이름을 지운다 - 허형만 수첩에서 이름을 지운다 접니다. 안부 한 번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전화번호도 함께 지운다 멀면 먼대로 가까우면 가까운대로 살아생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으로 이름을 지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음을 몸이 먼저 아는지 안경을 끼고도 침침..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6
겨울나무 - 김남조 겨울나무 - 김남조 말하려나 말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이 말부터 하려나 겨우내 아무도 오지 않았다고 산울림도 울리려나 나의 겨울나무 새하얀 바람 하나 지나 갔는데 눈 여자의 치마폭일 거라고 산신령보다 더 오래 사는 그녀 백발의 머릿단일 거라고 이런 말도 하려나 산울림도 울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5
고요 늪 - 신달자 고요 늪 - 신달자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하늘의 발 뒤꿈치에서 살짝 불던 바람 따라 아래로 아래로 굴러 떨어져 바위 하나로 툭 멈춰 선 비명이 그렇게 뭉쳤을지 몰라 어느 산기슭에 천년을 누웠던 거북이 바위 느린 걸음으로 다시 천년, 어느 나무꾼이 굴려 굴려 가져다 놓는데 다시 천년 그렇게 몇 번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4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