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 정한모 가을에 - 정한모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으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 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15
안개의 노래 - 김광균 안개의 노래 - 김광균 내 가는 곳 어디나 비정의 안개 서리어 있다 안개 속엔 지나온 산하가 잠기어 있고 황폐한 사구(砂丘)에서 바람소리도 들리어온다 안개는 산을 넘어 동리로 간다 세월에 눌리어 기울어진 고가들 추녀 끝에 호롱불 숨을 죽이고 노목 하나 하늘을 찌르고 있다 그 곳에 살던 옛날 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14
존재에 대하여 - 박승우 존재에 대하여 - 박승우 누구나 슬픔의 악보 하나쯤 갖고 살아간다 누구나 외로움의 색깔 하나쯤 갖고 살아간다 강한 척 살아가는 그들도 건드리면 슬픔의 건반이 울려버릴 것 같은 건드리면 외로움의 물감이 번져버릴 것 같은 기나긴 여정을 달려 온 새벽강이다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우는 것을 배워..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11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여 -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10
두레박 - 예은목 두레박 - 예은목 나는 당신의 깊은 가슴 속 사랑의 우물에 드리운 당신의 두레박입니다. 내릴 때는 빈 두레박 올릴 때는 찰랑찰랑 넘치는 두레박 사랑의 맑은 물 넘치는 두레박으로 한 사람씩 구해서 물 먹이어 살려내고 한 번 두 번 잦은 두레박질 할 때마다 많은 영혼 소생시키는- 나는 당신의 깊은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9
달 밤 - 이호우 달 밤 - 이호우 낙동강 빈 나루에 달빛이 푸릅니다. 무엔지 그리운 밤 지향없이 가고파서 흐르는 금빛 노을에 배를 맡겨 봅니다. 낯익은 풍경이되 달 아래 고쳐 보니 돌아올 기약없는 먼 길이나 떠나온 듯 뒤지는 들과 산들이 돌아돌아 뵙니다. 아득히 그림 속에 정화(淨化)된 초가집들 할머니 조웅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8
가을엽서 - 안경애 가을엽서 - 안경애 햇살 진종일 뒤척이는 나뭇잎 사이로 뜀박질하면 가을만큼 내 마음도 깊어져 참았던 그리움마저 보고 품이 되어 서러운 몸짓 하나 걸린다 내 뜨거움 당신 가슴에 스며 흠뻑 물들여 놓으면 가을빛만큼 저 홀로 빨갛게 물들어 구르는 낙엽 소리 이별을 예감하듯 붉은 소인만 찍어 바..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7
그렇게 11월이 왔다 - 최 옥 그렇게 11월이 왔다 - 최 옥 별빛을 거두며 비를 뿌리며 그렇게 11월이 왔다 나도 조금은 차가운 눈빛을 가져야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며 우리가 밤하늘에서 찾을 것이 별빛뿐이 아님을 깨닫는다 비에 젖다가... 젖다가... 빗물에 쓸려 가는 잎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선 나무의 눈빛... 우리도 조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6
겨울로 가는 비 - 최 옥 겨울로 가는 비 - 최 옥 가을의 끝에서 또한 기다림의 끝을 본다 늘 나의 몫으로 오던 기다림을 이제는 놓고 싶다 기다림으로 오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을... 그래... 어젯밤 빗소리가 두드린 건 창이 아니었어 나뭇잎도 아니었어 그것은 내 안에서 넓어지는 허공을 두드리는 소리 이제 나도 그만 가지를..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5
책 읽어주는 여인 책 읽어주는 여인 한 청년이 겨울 밤거리를 힘없이 걷고 있었다. 앞에서 찬바람이 한 줄기 불어오자 청년은 바로 옆의 공중전화 부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청년의 충혈된 시선에 다음과 같이 씌어 있는 광고 문구가 들어 왔다. '전화국 24시간 희망의 상담 서비스. 999번! 무료!' 청년이 곱은 손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5
미워할 수록 좋은 것 - 예은목 미워할 수록 좋은 것 - 예은목 미워하라! 할수 있으면 많이 미워하라! 미워할 수록 좋은 게 있나니 그것은 악을 죽도록 미워하는 것! 세상을 어지럽게 하고 사람들의 아름다운 삶을 파괴하는 모든 범죄가 악에서 나오나니... 악은 멀리 하고 미워할 수록 좋은 것. 그대여! 악을 미워하라. 선이 와서 그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4
기린 - 강 기원 기린 - 강 기원 무릎 꿇는 법이 없어, 그는 아무리 허기가 져도 아니, 허기가 질수록 머리 숙이지 않고 높이 쳐든 목으로 구름만 조금씩 떼어 먹지 무리 짓지 않고 덫에 걸리지 않는 그의 가계엔 뭉게구름이 더러 섞여 있는지도 모를 일 때로 하늘의 일을 엿보는 그의 수준 높은 유머를 알아듣는 자는 없..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3
The Flowers of the Abyss심연의 꽃 - Rene Magritte 심연의 꽃 - Rene Magritte 그대 가는 길이 너무 좁아서 함께 할 수 없었던 날, 그대 그리움으로 남기고 싶지 않아서 가슴에 빗장 굳게 닫고 부드럽게 꽃잎 스치던 별빛도 바람도 눈길 외면해 버렸습니다. 하늘이 너무 푸르러 가슴 내려 앉던 어느 가을 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을 것 같은 내 영혼의 빈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2
가을 노트 - 문정희 가을 노트 - 문정희 그대 떠나간 후 나의 가을은 조금만 건드려도 우수수 몸을 떨었다 못다한 말 못다한 노래 까아만 씨앗으로 가슴에 담고 우리의 사랑이 지고 있었으므로 머잖아 한잎 두잎 아픔은 사라지고 기억만 남아 벼 베고 난 빈 들녘 고즈넉한 볏단처럼 놓이리라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물이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01
노 을 ㅡ 기형도 노 을 ㅡ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西行(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燒却場(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午後 6시의 참혹한 刑量(형량) 단 한 번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