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일 (雪日) - 김남조 설 일 (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2
오늘 - 유안진 오늘 - 유안진 어느 날의 내게는 오직 어제만이 있었다 또 어느 날의 내게는 내일만이 있고 싶었다 등뒤의 풍경 같은 지난 날이여 배경처럼 흐르는 아픈 가락이여 얼마나 나는 행진가를 부르며 부풀고 싶었으랴마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서로가 싸늘히 그늘을 드리운 자리 合自然의 오늘은 그 한때 쓰..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1
새 - 박남수 새 - 박남수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죽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體溫)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嬌態)로 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20
설 야 (雪夜) - 김광균 설 야 (雪夜) -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9
그리움 - 趙泰一 그리움 - 趙泰一 친구야 달을 쳐다보렴, 저 달을 쳐다보렴. 긴긴 날을 두고 쏟았던 열정들이 끝내는 그리움이 되어 밤하늘을 가득히 차오르누나. 떠돌이 영혼도 붙들어주고 잃었던 사랑도 하늘 끝까지 세우려는가. 흔들흔들 차오르누나. 마음결 서로 곱게 쓰다듬으면 잔잔한 바람결에도 무슨 기별이나..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7
딸아이의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며 - 朝恩 김명숙 백명진 양은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원주 남문교회 백승대목사님의 따님인 데 줄리어드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에서 음악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하여 현재 서울신학대학과 한세대에 출강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朝恩 김명숙님은 시인이시며 성결교회 여자목사 1호목사님이십니다 교역자미망인 자녀들을 ..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3
나뭇잎 사이로 - 정호승 엄광산에서 나뭇잎 사이로 - 정호승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라 모든 적은 한때 친구였다 우리가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지 않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겠는가 고요히 칼을 버리고 세상의 거지들은 다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라 우리가 나뭇잎 사이로 걸어가지 않고 어떻게 눈물이 햇살이 되겠는가 어떻..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1
혼잣말 - 위선환 혼잣말 - 위선환 나는 더디고 햇살은 빨랐으므로 몇 해째나 가을은 나보다 먼저 저물었다 땅거미를 덮으며 어둠이 쌓이고 사람들은 돌아가 불을 켜서 내걸 무렵 나는 늦게 닿아서 두리번거리다 깜깜해졌던, 그렇게 깜깜해진 여러 해 뒤이므로 저문 길에 잠깐 젖던 가는 빗발과 젖은 흙을 베고 눕던 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0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 이성복 엄광산에서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 이성복 붉은 열매들이 소리없이 삭고 있다 여기 나무들은 허리를 뒤틀거나 자기를 괴롭히지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햇빛이 강을 따라 어두워 갔다 흐르는 강을 따라 어두워지면서 우리는 여윈 어머니의 뒷모습을 얼핏 보았다 종소리도 들리지 않는 곳에서 담쟁이..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10
저무는 날에 - 김남조 저무는 날에 - 김남조 날이 저물어 가듯 나의 사랑도 저물어 간다 사람의 영혼은 첫 날부터 혼자인 것 사랑도 혼자인 것 제 몸을 태워야만 환한 촛불 같은 것 꿈을 꾸며 오래오래 불타려 해도 줄어 드는 밀랍 이윽고 불빛이 지워지고 재도 하나 안 남기는 촛불같은 것 날이 저물어 가듯 삶과 사랑도 저..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09
12월의 엽서 - 이해인 12월의 엽서 - 이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 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 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08
눈에 보이옵는 이세상에서 - 조병화 눈에 보이옵는 이세상에서 - 조병화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 혹, 떠나신지 어언 수삼 년 당신의 말씀 그 목소리 얘, 너 뭐그리 생각하니 사는거다 그냥 사는거다 슬픈거,기쁜거 너대로 다 그냥 사는거다 잠깐이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05
유리창 - 정지용 유리창 - 정지용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02
달을 향한 외사랑 - 김인수 달을 향한 외사랑 - 김인수 기척으로 돌아보는 시선 위에 어슴프레한 당신의 모습 조각달의 미소 사랑했노라 고백하지만 대답없는 이름이여 기다려도 기다려도 당신은 늘 엷은 미소로 나의 기운 다 앗아간 그대여.......... 어둔 그믐강 건널때에 달맞이꽃 그리움으로 기다리이다 白雲山 진틀 계곡 만년..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2.01
11월을 보내며 - 유한나 11월을 보내며 - 유한나 하늘엔 내 마음 닮은 구름 한 점 없이 말짱하게 금화 한 닢 같은 11월이 가는 구나 겨울을 위하여 서둘러 성전에 영혼을 떨구는 사람도 한 잔의 깡소주를 홀로 들이키며 앗찔하게 세상을 버티는 사람도 가을과 겨울의 인터체인지 같은 11월의 마지막 계단을 밟는구.. ━━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200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