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철학자59 - 알퐁스 도데
푸른색 나비의 죽음 3에서
어느 푸른 나비의 모험담
2막이 오르면 어두컴컴한 무대.
그들이 은방울꽃 속에서 나온다. 무당벌레는 약간 취해 있다.
나비:(등을 내밀며) 자, 이제 길을 떠나자!
무당벌레:(용감하게 기어오르며) 가자!
나비:음! 은방울꽃 어떻니?
무당벌레:매력적이야. 날 잘 알지도 못하는데 포도주를 대접하다니....
나비:(하늘을 바라보며) 오! 오! 쉐베가 창가에 얼굴을 내밀고 있어. 서둘러야 해....
무당벌레:서두른다구? 왜?
나비:넌 니네 집에 빨리 돌아가야 하잖아?
무당벌레:아! 기도시간에만 맞추면 돼... 게다가 우리 집은 멀지도 않고... 바로 뒤편인데 뭘.
나비:그렇다면 나도 서두를 필요가 없지.
무당벌레:(진심을 토로한다) 넌 참 좋은 친구야!...
난 왜 다른 친구들이 널 친구로 삼으려고 안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어.
누가 그러더구나! 넌 방랑자이고, 반항아이고, 시인이고, 방정맞게 군다고!
나비:뭐라고? 누가 그런 말을 했어?
무당벌레:저런! 풍뎅이가....
나비:아! 그 땅딸보가 날더러 방정맞다고 하더라구? 자긴 배불뚝인 주제에....
무당벌레:널 싫어하는 건 풍뎅이뿐만이 아니야....
나비:아! 말해 봐.
무당벌레:달팽이도 네 친구가 아냐. 그리고 전갈도, 개미도 네 친구가 아니라고.
나비:정말?
무당벌레:(은밀하게) 절대로 거미의 맘에 들려고 애쓰지 마.
그 친군 너를 고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나비:그건 잘못된 생각이야.
무당벌레:흠! 딱정벌레도 너랑 의견을 약간 같이하고 있던데....
나비:그럴 거야!... 하지만 말해 봐! 네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는 내가 그렇게 못 보였나?
무당벌레:제기랄! 그건 다 나름이지. 넌 젊어.
대개 늙은이들은 네가 도덕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나비:(서글프게) 난 날 이해하는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결국....
무당벌레:정말 그렇더라구. 이봐! 쐐기풀은 네게 악의를 품고 있어. 두꺼비도 널 증오하고 있고,
귀뚜라미까지도 네 얘길 할 때면 '그 나... 나... 나비 녀석!'이라고 그러지.
나비:너도 그 못된 녀석들처럼 날 미워해?
무당벌레:난... 난 널 사랑해. 네 어깨 위에 있으면 정말 편안해.
그리고 넌 날 은방울꽃네 집에 데려다 주었잖아. 참 재미나는 일이야!...
그러니 혹시 나 땜에 피곤하면 어디 가서 잠깐 쉬었다 가자... 피곤하지?
나비:조금 무겁게 느껴지긴 하지만 곤란한 지경은 아냐.
무당벌레:(은방울꽃을 가리키며) 자, 저기 들어가서 좀 쉬자.
나비:아! 고마와... 은방울꽃은 그게 그거야. 난 옆집이 더 좋아....
무당벌레:(얼굴을 붉히며) 장미네 집에? 오! 안 돼, 절대로....
나비:(무당벌레를 잡아끌며) 가자구! 보는 애들도 없어. (그들은 조심조심 장미 속으로 들어간다)
막이 내린다.
제3막에서는....
하지만 응접실에 모인 사람들뿐만 아니라 내 자신도 그 긴 시 낭송이 아주 지루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재미있는 시라도 낭송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더 흥미를 잃게 마련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3막에서 5막까지 간단히 내용만 간추려 밝힌다.
제3막의 무대는 칠흑 같은 밤이다.
두 친구는 장미네 집에서 함께 나온다.
나비는 무당벌레를 자기 부모 집에 데려가려고 한다.
하지만 무당벌레는 거절한다.
고주망태가 된 무당벌레는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며 풀밭 위에서 깡총깡총 뛴다.
나비는 무당벌레를 집까지 데려다 주어야 한다.
두 친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무당벌레의 집 문 앞에서 헤어진다.
나비는 밤길을 혼자 돌아간다. 나비도 약간 취했다.
하지만 그는 슬프다. 무당벌레가 귀띔해 준 이야기를 생각한 그는
자기는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는데 왜 모두들 자기를 싫어할까 하고 씁쓸한 질문을 해본다.
달도 뜨지 않은 잔뜩 찌푸린 하늘, 바람 부는 들판은 완전히 어둠에 잠겨 있다.
나비는 무섭고 춥지만 친구가 따뜻한 침대 속에서 잘 자고 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하지만 커다란 밤새들이 어둠을 뚫고 소리없이 무대로 날아든다.
번개가 친다. 바위 밑에 숨어 있던 못된 동물들이 나비를 가리키며 히죽거린다.
'혼내 주자!' 겁에 질린 불쌍한 나비가 길을 가는데 엉겅퀴꽃이 나타나
그를 칼로 찌르고, 전갈은 발톱으로 그의 배를 가른다.
그리고 커다란 털투성이 거미는 나비의 푸른색 날개 외투자락을 찢어내 버렸다.
마지막으로 박쥐가 날개로 그의 허리를 부러뜨려 나비는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
나비가 풀밭 위에서 헐떡거리는 동안 그 곁에서 쐐기풀이 즐겁게 놀고 있었고
개미 두 마리는 '잘 됐다!'라고 말한다.
새벽이 되어 일을 나가던 개미들은 길가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한다.
개미들은 그 시체를 힐끗 바라볼 뿐 묻어 줄 생각도 않고 가버린다.
개미들이란 쓸데없는 일은 안하니까... 다행히도 송장벌레들이 그곳을 지나가게 된다.
시체를 묻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자그맣고 새까만 벌레인 송장벌레는 정성스럽게 나비를 묘지로 끌고 간다.
모두들 호기심 때문에 나와 보고는 큰소리로 한마디씩 한다.
자기 집 문 앞에서 햇볕을 쬐고 있던 갈색 귀뚜라미는 심각하게 말한다.
"그는 꽃을 너무 좋아했어!"
"그는 밤에 너무 나다녔어!"
달팽이도 이렇게 한마디 거든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풍뎅이는
자기의 금빛 옷 속에서 몸을 흔들며 중얼거린다.
"생활이 너무 무질서했어! 너무 무질서했다구!"
죽은 나비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하는 자는 하나도 없다.
벌판에서는 오직 백합꽃만이 문을 닫고, 매미만이 노래를 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은 나비의 묘지에서 일어난다.
송장벌레들이 일을 끝마치고 나면 근엄한 표정의 풍뎅이가
묘지 구덩이로 다가가서 등을 대고 누운 채 죽은 나비에게 찬사를 보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불행히도 풍뎅이의 기억력은 형편없다.
풍뎅이는 그렇게 누운 채 한 시간 동안 바둥거리다가 횡설수설하고 만다.
연설이 끝나면 모두들 물러가고 묘지에는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처음에 등장했던 무당벌레가 무덤 뒤에서 나타난다.
무당벌레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차가운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거기 잠들어 있는 불쌍한 친구를 위하여 감동적인 기도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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