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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철학자58 - 알퐁스 도데

Joyfule 2012. 7. 3. 10:20
 
 
꼬마 철학자58  - 알퐁스 도데  
 
  푸른색 나비의 죽음 3
  어느 푸른 나비의 모험담
  무대는 전원이다. 
해는 이미 넘어가고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 6시쯤 된 시각이다.
막이 오르면 둘 다 숫놈인 푸른 나비와 무당벌레가 
고사리 위에 말타듯 걸터앉아 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 
둘은 아침에 만나서 오후를 함께 보냈다. 
날이 어두워지자 무당벌레는 가려고 한다.
  나비:아니!... 벌써 가려구?
  무당벌레:이런! 돌아가야 해. 너무 늦었어. 생각을 좀 해보라구!
  나비:잠깐 기다려, 제기랄! 집에는 천천히 돌아가도 결코 늦지 않아.
     난 집에 있으면 답답해, 넌 어떻니? 문과 벽, 유리창이 난 싫어. 태양과 이슬, 개양귀비꽃 
    그리고 이 포근한 공기만 있으면 난 충분해. 개양귀비꽃이 네 맘에 들지 않으면 얘기해....
  무당벌레:아아! 난 개양귀비꽃을 무척 좋아해.
  나비:음! 그럼 얘. 아직 가지 마. 나랑 여기 있자꾸나, 응? 날씨도 포근하고 좋잖아.
  무당벌레:하지만....
  나비:(무당벌레를 풀밭으로 떠밀고 가며) 자! 풀밭에서 굴러 봐. 풀밭은 우리 거야.
  무당벌레:(몸부림치며)안 돼! 날 놔줘. 맹세코 난 가야 해!
  나비:쉬! 들리니?
  무당벌레:(놀라며) 뭐가?
  나비:자그마한 메추리가 옆쪽 포도밭에서 거나하게 취한 채 노랠 하고 있군... 
       자, 어때! 오늘같이 아름다운 여름 밤엔 썩 어울리는 노래야. 여기서 들으니 무척 재미있는데!
  무당벌레:그렇긴 한데....
  나비:조용히 해.
  무당벌레:또 뭐지?
  나비:인간들이야.
  (인간들이 지나간다)
  무당벌레:(잠시 침묵이 흐른 뒤 낮은 목소리로) 인간은 사나와, 그렇지?
  나비:아주 사납지.
  무당벌레:인간이 걸어가다가 날 밟아서 납작하게 만들까 무서워. 인간들의 발은 무지하게 큰데 
  내 허리는 무척 연약하거든. 넌 크진 않지만 날개가 있어. 하기야 나보다 훨씬 크기도 하지!
  나비:제기랄! 만일 저 둔한 농부들이 무섭다면 등으로 기어야겠군. 난 허리 힘엔 자신이 있어! 
  내 날개는 아가씨들의 얇고 가벼운 드레스와는 달라. 그래서 난 네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다 주고 싶은데.
  무당벌레:오! 고마와. 하지만 그만둘래! 그러고 싶지 않아!
  나비:내 등에 기어오르기가 힘드니?
  무당벌레:아니, 하지만....
  나비:그럼 기어올라가 봐, 이 바보야!
  무당벌레:넌 물론 날 우리 집에 데려다 주겠지. 만일 데려다 주지 않는다면....
  나비:금방 도착할 거야.
  무당벌레:(나비에게 기어오르며) 우리 집에서 밤에 기도를 해야 하거든. 그렇게 해주겠지?
  나비:글쎄... 좀더 뒤로 가. 그래... 이제 조용히 해! 날아오를 테니.
  (짠! 그들은 날고 있었다. 대화는 공중에서 계속된다)
  나비:참 놀랍구나. 전혀 무겁지 않아.
  무당벌레:(놀라서) 아!... 저런....
  나비:음! 뭐야?
  무당벌레:이젠 안 보여... 머리가 어지러워. 정말 내리고 싶어.
  나비:바보 같으니라구! 머리가 어지러우면 눈을 감아. 감았니?
  무당벌레:(눈을 감으며) 응....
  나비:괜찮아?
  무당벌레:(애를 써가며) 조금 나아졌어.
  나비:(속으로 웃으며) 너희 무당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것은 형편없더라. 기술이 없어서 그래.
  무당벌레:응! 그래....
  나비:그건 너희들의 잘못은 아냐.
  무당벌레:응! 그래....
  나비:자, 나으리, 내리시지요.
  무당벌레:(눈을 뜨며) 미안해... 여긴 내가 사는 곳이 아니야.
  나비:알아. 하지만 아직 시간이 일러서 널 내 친구들이 있는 은방울꽃네 집으로 데려온 거야. 
  입 좀 축이고 가자고! 괜찮지....
  무당벌레:아! 난 시간이 없어....
  나비:무슨 소리야! 1초면 된다구....
  무당벌레:게다가 난 거기 들어갈 수도 없고....
  나비:이리 와! 내 사생아라고 하고 들어가면 돼. 넌 환영받을 거야. 가자!
  무당벌레:그리고 시간도 늦었어.
  나비:에이! 아냐! 안 늦었어. 매미 우는 소릴 들어 보라구....
  무당벌레:(낮은 소리로) 그리고... 난... 돈도 없어....
  나비:(무당벌레를 끌어당기며) 가자! 은방울꽃이 한턱낼 거야. 
          (그들이 은방울꽃 속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