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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

Joyfule 2017. 12. 1. 00:34

 

 

 

 망 향

원제 : Pepe Le Moke

1937년 프랑스 영화

감독 : 줄리앙 뒤비비에

출연 : 장 가방(페페 르 모코), 미레이유 발랭(가비 굴드), 뤼카 그리두(슬리만 형사),

린노 노로(이네스), 페르낭 샤르팽(레지스)

 

  * 아래의 글은 영화연구가 이규웅 님이 쓴 것입니다.

 

  망향은 프랑스의 최고의 전설적 명배우 장 가방의 출연작품 중 <안개낀 부두(38년 마르셀 카르네 감독)>, <위대한 환상(37년 장 르노아르 감독)과 함께 30년대 3대 대표작에 꼽히는 영화입니다. 역시 프랑스를 대표한 3명의 감독의 쟁쟁한 이름이 올려진 영화들입니다.

 

  감독 줄리앙 뒤비비에는 <무도회의 수첩>과 <나의 청춘 마리안느>로 우리나라에 알려진 대표적인 프랑스의 고전 감독으로, 할리우드 스타일의 오락적인 면모를 보여준 감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운명의 맨하탄(42년)>이나 비비안 리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48년)>
<돈 카밀로 신부의 작은 전쟁(52년)> 등의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알제리의 수도인 알제의 항구 쪽에 있는 마을 카스바. 우리나라에서 '카스바의 여인'이란 노래도 있지만, 이 카스바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화입니다.  카스바란 마을은 영화 속에서 오프닝에 소개를 하지만 바다 앞의 작은 마을로 1만 명이 살 만한 규모에 4만 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중국인, 슬라브인, 스페인족, 이탈리아인, 원인불명의 이민족, 집시여인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좁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집들은 테라스와 지붕을 통해서 서로 교묘하게 연결되어, '범죄자의 은신처'로 안성마춤인 곳입니다.

 

  이곳에 은신하고 있는 악명 높은 은행강도인 페페 르 모코. 영화의 원제목이기도 한 페페 르 모코는 주인공 장 가방이 연기한 인물의 이름입니다. 1930년대 당시 프랑스령이었던 이 카스바에 사는 페페를 체포하기 위하여 경찰들은 회의를 합니다.  페페는 그 마을에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살고 있으며 마을 사람들의 협조와 미로 같은 주택을 이용하여 적어도 카스바에서만은 안전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페페와 동거를 하는 헌신적인 현지 여인 이네스의 집은 안전한 은신처입니다.

 

  페페를 잡기 위하여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기회를 엿보는 현지인 경찰 스리만. 페페와는 절친한 사이를 유지하지만 실제로는 그를 함정에 빠뜨릴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스리만의 소개로 알게 된 미모의 여인 가비(미레),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로에게 이끌리고 사랑에 빠집니다.  카스바 근처의 도시의 호텔에서 나이 많은 남자와 함께 지내는 가비와 카스바에서 은신하는 페페의 만남, 이 만남은 '안전하게 은신하는 페페'에게는 은신처의 밖으로 나가게 하는 동기가 되고,  가비에게는 화려한 호텔 생활에서 지저분하고 위험한 지역인 카스바로 들어오게 하는 동기가 됩니다.  이런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망향>은 굉장히 한정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영화입니다. 평범한 범죄자의 일상으로 흘러갈 듯하던 영화는 한 여인의 등장으로 이루기 어려운 두 사람간의 애틋한 멜러드라마로 흘러갑니다. 페페는 동거하는 여인의 질투에도 아랑곳 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비를 찾아 도시로 향하려고 하고, 가비 역시 함께 사는 남자의 질투심을 무시한 채,  페페에게 달려가려고 하죠.

 

  꽤 빠르고 많은 대사로 흘러가는 영화로서 다소 무미 건조하게 흘러가는 부분도 있지만, 좁은 도시 구석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하는 페페가 프랑스에서 온 가비를 만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부분이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개봉시의 제목인 '망향'은 지중해의 나라 알제리의 카스바에 갇혀 사는 페페의 프랑스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적절한 제목입니다.

 

  범죄자가 되어 해외에 도피하는 가운데 고국의 여인을 만나서 사랑에 빠진다면 어떤 느낌일까요? 이 영화의 주된 포인트는 주인공 장 가방의 그러한 내면이 포인트입니다. 장 가방의 그런 심리는 가비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 아침부터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마치 미친 사람처럼 보이는 것으로 표현됩니다.

 

  이 영화의 백미는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라스트 장면입니다.  배를 타고 떠나는 가비의 얼굴을 클로즈업하고,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깝게 부르는 장 가방의 외침은 동시에 울려 퍼지는 뱃고동 소리에 묻혀버리고, 철문을 잡고 떠나는 배를 향해서 눈물짓는 장 가방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집니다. 

 

  장 가방이 출연한 초기의 작품들, <안개 낀 부두>나 <위대한 환상>과 함께 이 영화 역시 '밝은 세상'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안개 낀 부두>에서의 탈영병,  <위대한 환상>에서의 탈옥수,  <망향> 에서의 은행강도... 장 가방의 이렇듯 프랑스 특유의 범죄영화에서 선 굵은 연기를 보여준 배우이고, 나이가 들어서 역시 고독한 범죄자가 된 아랑 들롱과 함께 콤비를 이루어 출연한 세 편의 영화로도 관록을 과시했습니다.

 

  대표적인 노인 배우이기도 한 장 가방은 미국의 스펜서 트레이시, 한국의 김승호와 더불어 프랑스 영화의 역사의 한가운데서 전설적인 '유성영화 1세대 배우'이자 최고의 명우로 기억되는 국민배우입니다.  (공교롭게도 3명이 모두 노인 배우입니다.)

 

  개인적인 견해로 <망향>은 <안개 낀 부두>나 <위대한 환상>보다는 다소 낮은 레벨의 영화로 느껴지지만 마지막에 보여준 장 가방의 안타까운 이별 장면에서의 연기는 정말 깊은 연민과 동정이 느껴지게 하는 명장면이었습니다. 짧고도 목숨까지 바칠 사랑은 아마도 그런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일까요?

  

  * '돌두'의 영화평

 

  페페 르 모코(장 가방)는 파리 출신의 갱으로 은행강도를 하다가 도망쳐서 현재는 프랑스령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에 머물고 있다. 그는 정부 이네스(리네 노로)와 함께 카스바라는 곳에 숨어 있다. 알제리 혼혈계 형사 슬리만(루카스 그리두스)은 그 동네를 기웃대며 페페와 어울린다. 그가 범죄자란 사실을 알고 체포할 기회를 엿보기도 하는데, 페페는 개의치 않는다. 왜냐하면 카스바는 주민들이 도와주는 은신처로서 완벽하게 안전하고, 제 발로 나와야만 체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페페 역시 경찰을 따돌릴 정도의 실력은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뜻밖에 대규모 병력의 경찰이 그 바를 덮쳤을 때, 그는 간신히 빠져나온다. 그리고 명소인 카스바를 방문한 아름다운 여인 가비(미레이유 발랭)을 만나고,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가비와 만나면서 페페는 더욱 프랑스와 파리에 깊은 그리움을 느낀다. 이윽고 페페는 자신의 자유를 과신하며 가비와 거리낌없이 어울리며, 사랑의 행복을 만끽한다.

 

  이즈음 형사 슬리만은 페페의 정부 이네스를 이용해서 페페를 체포하겠다는 계략을 꾸민다. 즉 페페에게 새로운 여자가 생겼고,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것. 슬리만이 매수한 페페의 부하 레지스에게서 페페의 근황을 들은 이네스는 격정적인 성격답게 질투에 휩싸이고, 페페의 은신처를 알려준다.

 

  또한 슬리만은 가비에게 페페가 사살됐다는 거짓말로 파리행을 부추긴다. 실의에 빠진 가비는 파리행 여객선을 타는데, 정작 페페는 가비의 뒤를 밟는다. 이때 정부 이네스는 형사 슬리만에게 페페가 안전한 은신처인 카스바에서 외출한다고 알려준다. 완전히 가비 생각으로 가득찬 그를 보며 정부 이네스는 자신이 한 일을 자책하고 그 사실을 페페에게 알려주며 말리지만, 그는 듣지 않는다.

 

  마침내 페페는 출항 직전의 어수선한 틈을 타 여객선에 올라 가비를 찾다가 결국 기다리던 경찰에게 체포된다. 부두로 끌어내려지는 와중에도 그는 열렬히 가비를 찾고, 그제야 가비도 그런 그를 알아본다. 이윽고 이 불행의 연인에게 이별의 기적소리가 울리고, 가비는 비탄에 젖어 자신의 귀를 막는다. 그리고 선실로 뛰어드는데, 이제 페페가 할 수 있는 일은 한 가지뿐! 자살로서 사랑에 종지부를 찍는다.

 

  추억의 명화로 널리 알려진 <망향>은 1937년작 줄리앙 뒤비비에 감독의 영화이다.

 

  이 영화의 라스트신은 너무나 유명한데, 이별하는 연인들의 교차가 매우 안타깝고 비극적이다. 알제리의 안전한 은신처 카스바와 부두, 그 주변을 무대로 사내다운 갱 페페 역의 장 가방과 기억 속의 아름다운 여인 가비 역의 미레이유 발랭의 사랑이 짜릿하게 펼쳐진다. 어두운 범죄의 세계, 파리에 대한 향수, 연인들의 사랑, 집요한 경찰 등 1930년대 당시 필름느와르가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표현력을 얻었다. 또한 적당히 선 굵은 액션과 추억의 음악이 흐르며, 왕년의 명배우들이 펼치는 연기에서 아련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가 낳은 배우 장 가방의 한창 때 남성다운 매력이 충분히 발산되고 있다. 지하철을 회상하며 파리를 느끼게 하는 메트로 소리가 들린다는 식의 시적 대사도 장 가방의 중후한 음성에 실리면 한껏 멋을 풍긴다. 이게 프랑스 영화를 대하던 속물근성일 수도 있겠지만, 추억의 명화가 기억 속에서 되살아오는 방식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상대인 미레이유 발랭은 사랑의 상대로선 매력적인 여인이지만, 그 반면 장 가방의 삶으로 볼 때는 치명적인 여인에 해당한다. 그 때문에 더욱 치명적인 매력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은 역시 형사 슬리만 역을 맡은 루카스 그리두스이다. 그는 페페를 체포하기 위해 치밀한 계략과 심리전을 펼치며, 영화 전반에 큰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가 있음으로 해서 위기 속의 사랑이 가장 아찔하고 멋지다는 진리를 새삼스럽게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 ‘행복한 서재’의 영화평

 

  유명세로만 알고 있던 장 가방이란 사람을 처음 봤다. 고전 영화의 매력은 이처럼 유명인사와 인물을 일치시키는 것이다. 기대했던 것만큼 잘생긴 배우는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중년 아저씨? 흑백영화라 분위기가 어둡고, 솔직히 제목이 왜 ‘망향’인지도 모르겠다. 잃어버린 고향, 고향을 그린다, 뭐 이런 의미일 텐데 주인공이 파리로 돌아가고 싶어하긴 하지만 딱히 그게 주제는 아닌 것 같다. 왠지 영화 전체의 주제를 제목이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기분이 든다.

 

  프랑스의 식민지 알제리의 해변 풍경이 비록 흑백영화지만 아름답게 펼쳐진다. 지중해 연안 도시들에서 흔히 보이는 흰색 테라스가 있는 독특한 건물들이 끝도 없이 연이어 있다. 사창가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런 축축한 냄새는 나질 않는다. 창녀들로 나오는 알제리 여인들도 토속적이고 순박한 시골 아주머니들 같다.

 

  <일요일은 참으세요> 에 나오는 바로 그 신나는 창녀들 분위기! 영화라서 미화된 것일까? 아니면 그녀들의 삶도 나름의 애틋한 뭔가가 있는 걸까? 하여튼 포주와 인신매매, 인생막장 이런 구질구질한 느낌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페페는 프랑스에서 은행 강도를 저지른 후 알제리의 카스바라는 사창가로 숨어 들어간다.

 

  미로처럼 연결된 도시와 주민들의 협조로 경찰은 감히 체포를 엄두도 못 내고 그가 시내로 나올 때만 기다린다. 현지 경찰인 슐리만은 적당히 이들과 친한 척 하면서 기회를 노린다.페페는 바람둥이인데 집시 여인 이네스와 살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보석으로 치장한 아름다운 여인 가비를 만난다.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 두 사람, 그러나 페페는 사창가를 빠져 나갈 수 없는 상황.

 

  경찰 슐리만은 가비에게 그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 말을 믿고 가비는 부자 남자와 알제리를 떠나기 위해 배에 오른다. 그녀를 쫓아가려고 결국 사창가를 빠져 나온 페페, 경찰을 따돌렸으나 질투심에 불탄 이네스가 그만 그의 행선지를 경찰에게 알리고 만다. 결국 가비가 탄 배 안에서 체포된 페페는 수갑을 찬 채 그녀를 태운 배가 떠나가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울부짖다가 손목을 그어 자살하고 만다. 비극으로 끝난 셈이다.

 

  나는 페페가 가비와 알제리를 탈출하다가 경찰 총에 맞아 죽을 줄 알았는데 이건 그것보다 훨씬 비극적인 결말이다. 가비는 페페가 그저 싸우다 총 맞아 죽은 줄로만 알고 알제리를 떠나고 페페는 사랑의 도주 한 번 못해 보고 결국 여자 때문에 덫에 걸려 경찰에게 체포된 후 허망하게 자살하고 만다. 언제나 페페가 떠날까 봐 두려워하던 이네스는 그를 사랑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가는 것을 차마 허락할 수가 없었다. 질투심에 불타 그가 있는 곳을 밀고하지만 나중에는 경찰을 붙잡고 제발 그가 떠나도록 내버려 두라고 울부짖는다. 이미 때는 늦었으나 사랑하는 남자를 보내지도 못하고 붙잡지도 못하는 가엾은 여자의 슬픈 현실이 잘 드러난다.

 

  제일 인상적인 장면은 파리를 그리워하던 페페가 우아한 가비를 만나 당신에게서는 지하철 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부분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당신을 보면서 왜 하필 지하철 냄새가 떠오르는 걸까? 페페에게 있어 가비는 떠나온 고향, 세련된 도시, 아름다운 파리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가지 못하는 고향, 낭만과 꿈과 예술이 있는 도시, 구질구질한 사창가와는 다른 희망이 있는 바로 그곳! 페페는 가비를 보면서 이성적으로도 끌렸으나 두고온 고향을, 아름답던 젊은 시절의 꿈을 발견했던 것이다.

 

  반면 함께 살던 이네스는 구질구질하고 쫓기는 도망자의 삶을 상징한다. 지겹고 더럽고 제발 벗어나고 싶은 현실! 그는 꼭 이네스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이 지긋지긋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떠났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페페는 동료의 비난대로 사람 하나 제대로 죽이지 못하는 낭만주의자였는지도 모른다. 비록 경찰은 몇 죽였지만.

 

  알제리의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토속적인 풍경도 가끔 나와 색달랐다. 가비로 나온 프랑스 여인도 무척 아름다웠다. 1936년 영화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