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화이야기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Joyfule 2017. 12. 19. 01:12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http://tvpot.daum.net/v/0N4N-hRipik%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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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거리>

 

  노동조합 선전부장 해리(Harry Black : 스티븐 랭 분)는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하지만 우연히 자신이 호모라는 사실을 깨닫고 방황한다. 여장 남자와의 사랑에 빠져 공금을 횡령하고, 노동자와 구사대간의 치열한 싸움에서 보여준 영웅적 행동도 보상받지 못한다. 급기야 동네 소년을 범하려다가 불량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다.

  한편 창녀 트랄라(Tralala : 제니퍼 제이슨 리 분)는 남자를 꼬시러 맨하탄에 갔다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군인을 만난다. 그가 한국전에 참전하러 떠나자 트랄라는 상실감에 빠지고 급기야는 바에서 옷을 벗으며 자신의 슬픔을 토로하고 온 거리의 남자들이 그녀를 짓밟는다.

  반쯤 실신한 트랄라를 구해주는 사람은 그녀를 남몰래 연모하고 있던 소년 조르제트(Georgette : 알렉시스 아퀘트 분). 자신의 오토바이에 제일 먼저 트랄라를 태우는 것이 꿈인 조르제트는 누나의 결혼식날 드디어 오토바이를 선물받자 트랄라를 찾아나선다. 겨우 공터에서 그녀를 찾아내지만, 옷은 다 찢어지고 얼굴도 멍든 채 죽은 듯이 누워 있는데...

 

 

 

  <영화평>

 

  △1990년 작

  △감독 : 울리 에델

  △출연 : 스티븐 랭(해리 블랙), 제니퍼 제이슨 리(트랄라라), 버트 영(빅죠)

  △19금

 

  영화를 만나기 전에 그룹 다이어스트레이츠(Dire Straits)의 멤버였던 마크 노플러(Mark Knopfler)의 음악을 먼저 만났다. 음악은, 산 속 인적 드문 곳에 자리한 호숫가에 핀 꽃처럼 오랫동안 기억에만 잠겨있었다. 어느 날 영화를 만난 음악은 유곽의 좁은 골목에서 흘러나온 상처 많은 유행가처럼 다시 가슴을 울렸다. 왜 떠도는 생은 모두 그토록 아픈 노래를 갖고 있는가.

 

  허버트 셀비 주니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과 파업으로 혼란스러웠던 1950년대의 미국사회, 1952년 뉴욕의 가장 큰 우범지대인 브룩클린과 그곳에 사는 공장노동자들의 삶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허버트 셀비는 차 운전수로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했다.

 

  영화는 창녀 트랄라라와의 실랑이를 빌미로 벌어진 군인들과 동네 불량배들의 싸움으로 거칠게 시작된다. 노조 선전부장 해리는 열성적으로 파업에 참여한다. 소년 조제의 누나 다나는 토미의 아이를 갖고, 토미도 다나 아버지와 다나 삼촌의 추궁 끝에 사실을 알게 된다. 조제는 짝사랑하는 창녀 트랄라라의 주위를 맴돌지만, 그녀는 동네 건달들과 함께 군인들을 상대로 퍽치기에 몰두한다.

 

  해리는 어느 날 동네 건달들과 호모들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 시간, 술 취한 군인을 따라 맨해튼에 간 트랄라라는 준수한 군인을 하나 만난다. 그는 그녀에게 간절한 심정을 토로하나, 그녀는 건성으로 받아친다.

 

  해리는 자신이 간밤 파티에서 만난 동성애자와의 잠자리에서 눈을 뜨고, 파업 현장에 달려가 선봉에 선다. 파업 진압을 위해 나타난 말을 탄 경찰 앞을 트랄라라가 행진을 하며 나타나고, 괜찮은 군인을 만났다며 자랑한다. 파업 현장의 분위기는 험악해진다. 물건을 실은 트럭에 시동이 걸리고, 구사대와 경찰의 강압적인 진압이 시작된다.

 

  트랄라라는 군인과 데이트를 하고, 한 군인이 다가와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친다. 그녀에게 당했던 군인이다. 데이트하던 군인은 그녀를 변호한다.

 

  동네 건달들은 노조위원장을 찾아가 200달러 제시하고, 공장 운송 차량을 불태운다. 해리는 파티에서 알게 된 호모와의 연애에 빠진다. 사무실에 돌아 온 해리는 노조위원장에게 공금 횡령과 노조 회합에 늦은 이유로 문책을 당한다. 이제 해리에게 돈이 없다는 것을 안 동성애자 애인 레지나는 그를 내친다.

 

  군인은 전장으로 떠난다. 그는 트랄라라에게 편지를 건넨다. 그 짧은 순간 그녀는 돈이 들어있는지를 살핀다. 다시 돌아와 만날 것을 기약하는 그의 편지를 그녀는 구겨버린다. 해리는 레지나에게 집착하지만 거절당하고, 동네 소년을 범하려다가 불량배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다.

 

  다나와 토미의 결혼식과 아기의 세례식이 열리고, 피로연으로 이어지던 때, 상실감에 빠진 트랄라라는 절망적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온 거리의 남자들이 그녀를 짓밟는다.

 

  피로연에서 노조위원장은 사측과의 협상이 타결됐음을 알린다. 자신의 오토바이에 첫 번째로 태우기 위해 조제는 트랄라라를 찾는다. 흔들리는 트랄라라의 의식 속에 군인이 남긴 사랑의 약속이 떠오른다. 조제가 나타나 그녀를 구한다. 흐느끼는 조제를 오히려 위로하는 트랄라라. 아침이 오고 노동자들이 하나 둘 파업이 끝난 공장에 나타난다. 한국으로 떠난 군인의 연서는 평범하다.

 

  “트랄라라에게. 함께 보낸 시간들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거야. 내가 살아 돌아오기를 기도하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겠어. 그때까지 네 얼굴 볼 날을 기다리며, 너와 지낼 날들이 다시 있기를 꿈꿀 거야. 사랑하는 스티브”

 

  그러나 죽음을 앞두고 있는 군인에게 평범한 일상의 행복보다 더 절실한 것이 또 있을까. 그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인물 모두 위대함과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상처받고, 보잘 것 없는 인물들이다. 그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아침은 다시 시작되겠지만, 일상의 행복을 꿈꾸는 삶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뉴욕은 오래된 도시다. 그 중, 브룩클린은 여러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소외된 사람들의 세계에 더 가깝다. 브룩클린 같은 곳은, 과거 서울의 판자촌처럼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때로 그곳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로버트 모지스가 만든 뉴욕 지역의 그랜드 디자인에는 통과 높이가 3미터가 채 되지 않아 트럭 같은 차량이 통과할 수 없는 낮은 육교가 200개쯤 된다고 한다.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의도적 계획아래 만들어졌다고 한다. 대중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 뉴욕주민이 존스 비치를 오기 어렵게 만들려고 낮은 육교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육교는 설치물이지만 때로 어떤 이름은 그 자체만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장소가 된다. 브룩클린은 바로 그런 삶의 공간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브룩클리너이지만, 브룩클린이 ‘어떤’ 것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될 때, 그리고 그것이 소외와 천박함 등을 상징할 때, 그들 스스로 브룩클리너이기를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삶은 계속되겠지만.

 

  천세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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