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 장. 갈보리
지성소
모세가 광야에서 불타는 떨기 나무에 가까이 다가 섰을 때
[너의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는 음성이 들려왔다.
이 장에서 우리는 온 땅에서 가장 거룩한 곳,
가장 깊은 경외감으로서가 아니면 아무도 가까이 하지 못했던 갈보리로 생각을 돌려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일에 있어서는 복음서 기자들 자신이 좋은 모범이 되고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도 높고 깊은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느낀 그들은
고상한 침묵과 온전한 절제로써 서술하고 있다.
그들의 서술은 말할 수 없이 예리하며 무서우리만큼 감동적이지만
감정을 비탄에 잠기게 하거나 격앙시키지는 않는다.
다만 그 고귀하고 경건한 침묵과 절제가 그들의 서술 전체를 특징지우고 있다.
이러한 조용함과 단순함은 그 서술이 주는 효력을 감소시키기는 커녕
헤아일 수 없을 만큼 강하게 하고 있다.
예를 하나만 들어 보자.
[예수의 십자가 곁에는 그 모친이 섰는지라.] (요19:25)는 문장만큼
깊은 비통을 느끼게 하는 글을 어느 문장에서 읽어 보겠는가?
얼마나 절제되고 꾸밈없는 표현인가,
이 복음서 기자는 전혀 자세히 서술하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묘사는 마치 마법을 부린 것마냥 감당할 수 없으리만큼 감동적이다.
복음서는 우리를 온전한 경건으로 주님의 최후 순간의 지성소로 인도한다.
또한 복음서 기자의 단순하고 꾸밈없는 표현에서 모든 기독교인은
[눈물 흘리기에는 너무나 깊은 곳에 놓여 있는 사실들] 을 발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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