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신앙고백

 

      종교개혁과 신앙고백

 

 

Ⅱ. 영국 국교회의 신앙고백
 
39개 신조(1567년)
 
유럽의 대륙에서는 신학자들이 앞장 서서 교황 제도의 철폐와 교회의 쇄신을 주장함으로써 종교개혁이 있게 된 반면에 잉글랜드에서는 이와는 다른 동기에서 종교개혁이 있게 되었다. 헨리 8세가 스페인 출신의 캐더린 황후와 이혼하고자 교황의 재가를 요청하였다가 거절되자 왕은 1531년 자신이 영국교회의 수장(首長)임을 선포하고 교황청과의 결별을 선언하였다. 말하자면 잉글랜드에서는 교회의 개혁운동이 있기 이전에 잉글랜드의 교회의 쇄신에 뜻을 둔 이들이 많이 있었으므로 교회와 신학의 개혁이 뒤따르게 되었다. 그러나 유럽 대륙에 있는 개신교 나라에서와는 달리 개혁이 서서히 이루어지면서 가톨릭의 교회 정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감독교회 정치를 가진 앵글리칸 특유의 개신교로 발전하였다. 유럽에서 막강한 중앙 집권적 권력을 가진 군주 국가들이 즉 오스트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이 가톨릭 국가로 그대로 남은 것을 보면 잉글랜드의 강력한 왕을 수장으로 한 교회가 철저한 개혁을 부르짓는 청교도들의 도전을 받고 그로 인한 정치적인 갈등을 겪으면서도 영국 특유의 개신교로 발전하게 된 연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영국서는 왕이 개신교와 가톨릭 어느 족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가톨릭으로 다시 복귀하는 등 파란곡절이 많았었지만 헨리 8세는 처음에 명실상부한 교회 개혁에 동의하였었다.

영국교회가 초기에는 루터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는데 1550년대에 가서는 개혁주의 교회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 것으로 알려 져 있다.
헨리 8세는 1536년 루터의 종교개혁의 근거지인 비텐베르크로 사절을 보내었다. 교황 바울 3세가 소집하여 1537년 5월 이태리의 만투아(Mantua)에서 열리게 된 교회 공의회를 대비하여 개신교의 입장을 밝히는 신앙고백서를 작성하는데 참여토록 한 것이었다. 1536년 비텐베르크에서는 멜랑톤의 사상을 많이 담고 있는 비텐베르크 신조(die Wittenberger Artikel)를 내어놓게 되었으며, 같은 해에 영국에서는 이를 참고로 하여「10개 신조」를 내놓았다. 앵글리칸 교회에서 제일 처음으로 만든 신조였다. 헨리 8세는 슈말칼텐 동맹에 가입할 생각까지 했으므로 독일 개신교의 제후들은 헨리 8세에게 동맹에 가입하기에 앞서 먼저 아우구스부르크 신앙고백(1530)을 받아들이도록 종용하고, 이번에는 독일서 영국으로 종교 사절을 보내었다. 그리하여 영국교회는「13개 신조」를 내어 놓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혁의 움직임에 대하여 가톨릭 측이 심하게 반발하여 왕의 마음을 돌려 놓는 바람에 1540년 이후에는 왕이 개신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547년 에드워드 6세가 왕위에 오르자 개신교의 귀족이 섭정을 하면서 개신교 측이 다시 세력을 회복하게 되었다.

1552년 앵글리칸 교회는 기도서(Common Prayer Book)와 함께「42개 신조」를 내어 놓았다. 이미 있었던 13개 신조를 토대로 하여 작성한 것이었다. 기도서와「42개의 신조」는 개혁주의 신학의 영향을 다소 받은 것이었다. 당시의 대주교 크랜머(Cranmer)는 슈트라스부르크의 개혁주의 종교개혁자 부쩌(Bucer, 1449-1551)를 초빙하여 케임브리지에 머물면서 성경과 신학을 가르치도록 하였다. 부쩌가 과감한 개혁을 선동하는 투사로는 역할하지 못했으나, 그의 개혁주의 신학은 영국 교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 에드워드 6세가「42개 신조」를 쾌히 승인하였으나, 왕은 몇주 후에 죽고, 캐더린 왕후에게서 난 딸 메리가 여왕이 되자 가톨릭의 반정이 시작되었다. 많은 개혁자들과 청교도인들이 추방되어서는 유럽으로 망명을 갔었는데, 이들이 주로 개혁주의 신학자들과 접촉을 가지는 바람에 후에 그들로 말미암아 영국교회에는 더 많은 개혁주의 신학이 도입되었다.

1562～63년 엘리자베스 1세(1558-160)의 치하에서 영국교회는「42개조 신조」를 개정하여「39개 신조」를 작성하였다. 1563년 영국의 하원은 이를 채택했으나, 여왕은 1571년에 가서야 비로소 이를 승인하였다. 그리하여「39개 신조」는 앵글리칸 교회가 계쏙 지켜 오는 신앙고백서가 된 것이었다.
「39개 신조」에서 유럽대륙의 루터교와 개혁주의 신학의 영향을 받은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들 말하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루터교와 개혁주의의 여러 신앙고백에서는 로마 가톨릭 측과 많은 신학적인 논쟁을 치루면서 종교개혁의 신학적인 입장을 변증하고 명확히 표현하려고 한 노력을 역력히 볼 수 있는데 반하여「39개 신조」에는 그러한 진통과 노력이 덜 반영된 것 같다.「39개 신조」가 16세기 후반에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각 조항의 진술이 간단하고 사변적인 면이 적은 것이 특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