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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로버츠의 <Dying Young>

Joyfule 2017. 10. 30. 00:21

 

줄리아 로버츠의 <Dying Young>

 

 

  <Dying Young>은 영화도 영화지만 OST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죠. 특히 Kenny G의 매혹적인 소프라노섹소폰 메인 테마는 그를 널리 알리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된 작품이기도 합니다. Kenny G는 1, 2, 7번 트랙에서 연주를 했는데 특히 2, 7번 트랙은 듣는 순간 영화 장면(두 남녀 주인공이 금문교 다리 위를 분홍 캐딜락을 타고 달리는 장면과 힐라리가 빨간 미니스커트에 긴 다리를 자랑하며 간호사 면접을 보러 가는 장면)이 머리속에 그냥 떠오를 정도로 영화와 썩 잘 어울린 음악으로 기억됩니다. 그 외의 곡들 역시 잔잔한 여운을 주는 곡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국내에도 많은 여성 팬을 갖고 있으며 색소폰의 마술사로 불리워지는 케니 지는 재즈, R&B, 팝, 펑크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정제되고 절제된 연주와 완벽한 선율로 그만의 분위기를 소화, 재창조해내고 있습니다. 그의 다양한 연주 스타일이 때로는 정통 재즈를 고집하는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케니 지는 여전히 부드럽고 낭만적이며 자유로운 연주로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둠과 동시에 전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재즈 연주인으로 지금까지 각광받고 있습니다.

  영화는 백혈병에 걸린 부잣집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와 그를 간병하게 되는 평범한 간병인 힐러리(쥴리아 로버츠)란 여자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다소 통속적인 줄거리의 전형적 멜로 영화입니다. 힐러리는 가난하지만 활달하고 매력적인 아가씨입니다. 동거하던 애인의 배신으로 상심한 그녀는 무작정 부잣집에 간병인으로 들어가는데 병석에 갇혀 지내온 백혈병 환자 빅터(캠벨 스콧)는 완고하고 독선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그러나 그런 성격의 그이지만 23세의 발랄한 처녀 힐러리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건강한 남자로서 그녀와 사랑을 나누기를 갈망합니다.

  엉겹결에 간병인 자리에 취직하기는 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힐러리는 당장 백혈병이 무슨 병인지조차 잘 파악이 안 됩니다. 빅터가 약의 부작용으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 알게 되고 빅터를 위해 처음으로 따뜻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무능한 자신이 원망스러워 그에게 숙련의 간병인을 고용토록 권유합니다. 그러나 빅터는 힐러리의 청을 단번에 거절하지요. 누구보다도 자신의 병을 잘 알고 있기에 간병인들에게서 맡아지는 죽음의 냄새가 싫었던 것이죠.

  그때부터 힐러리는 오직 빅터를 위해 대학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식이요법부터 여러가지 이상한 민간 요법까지 총동원해 그를 도와주려 합니다. 빅터는 그녀에게 처음 느낌 이상으로 점차 호감을 가지고 그녀와 가까워지고 싶어합니다. 그녀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공부했던 그림들도 보여주지만 힐러리는 빅터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외출하여 첫 데이트할 때 데리고 간 고급 프랑스 식당도 낯설어합니다.
 

  빅터도 힐러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좋아하고 안락해 하는 식당을 불편해 하며 시끄럽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나이트로 그를 데려가 물 만난 고기처럼 노는 그녀에게서 이질감을 느끼지요. 그들이 서로 자연스레 섞이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다릅니다. 그런 가운데도 빅터의 힐러리에 대한 애정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힐러리 또한 빅터에 대한 묘한 사랑의 감정을 유지합니다. 그는 점점 괴로운 생활에서 벗어나 보통 사람처럼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집니다. 그리고 병이 다 나았다고 속이고 힐러리와 둘만의 여행을 떠납니다.

 

  이때 힐러리와 빅터가 모는 차가 분홍색 캐딜락인데, 영화 첫부분에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가 능력 없음을 탓할 때 나오는 그 자동차입니다. 둘은 바닷가에 있는 아름다운 집을 구해 그들만의 세상을 즐깁니다. 낯선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비로소 첫 관계를 갖게 되지요. 같이 밤을 보낸 후 빅터는 충만감에 발가벗은 채 해변가를 향해 뛰어다닙니다. 낯선 고장에서 점차 이웃도 생기고 친구도 사귑니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한 빅터의 병은 더욱 깊어 가고 그는 고통을 잊기 위해 진통제로 몰핀을 투여합니다.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빅터와의 생활을 즐기던 힐러리는 뒤늦게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사태를 파악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당신은 이기적이라고.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당신 혼자 자신을 남겨 두고 조용히 죽어갈 생각이었냐고 말입니다. 눈물이 범벅이 된 채 짐을 챙겨 나온 힐러리는 저미는 가슴을 누르며 빅터의 아버지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그를 사랑하지만,그를 위해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빅터를 찾아온 그의 아버지는 빅터의 마음을 잘 읽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아가씨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 살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에겐 아들이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상처 입은 빅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버지를 따라 돌아갈 생각을 합니다. 힐러리 역시 마음이 편할 리가 없지요. 그를 사랑하지만 그와 헤어져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겠죠.

 

  마지막으로 그녀는 빅터를 찾아 그들이 살았던 집으로 갑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그들은 절대 헤어질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낄 뿐입니다. 그 후 빅터의 삶이 끝났는지 그들이 결혼을 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그 대목에서 영화가 끝나 버렸기 때문이지요. 다만 힐러리가 빅터에게 한 말이 생각날 뿐이었습니다. "당신이 이세상에서 마지막으로 눈을 감기 전 보게 될 사람이 자기일 것이며 또 그러기를 원한다"고. 결말은 그렇게 애매하게 끝나지만 두 배우의 연기와 음악, 그리고 아름다운 영화 속 화면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는 따뜻한 겨울 영화입니다. (글: 제4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