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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34 - John Bunyan

Joyfule 2008. 9. 12. 00:47
    
           천로역정 2부 34 -  John Bunyan  
    그리하여 그들은 다시 여행을 계속하게 되었다. 
    세심함과 경건함이 따라 나왔다. 
    문간에 이르자 크리스티아나는 문지기에게 
    그동안 문밖을 지나간 사람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얼마 전에 단 한 사람이 지나갔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가 말하기를, 최근에 당신들이 가야 할 왕의 큰길에 
    강도가 나타난 일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도둑들은 체포돼 조금 있으면 재판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크리스티아나와 자비심은 무서움에 떨었다. 
    그러자 매튜가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무서워할 것 없어요. 
    위대한 마음 아저씨가 우리와 함께 가면서 우리를 보호해 주실 텐데요, 뭐." 
    크리스티아나가 문지기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희들이 이 문을 통해 들어온 후로 
    보여주신 호의에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제 아이들에게 사랑과 친절을 베풀어주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드립니다. 
    그저 선생님을 존경하는 표시로 
    이 조그만 선물을 드리니 받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녀는 그의 손바닥에 천사 모양을 새긴 금화 한 닢을 놓았다. 
    그것을 받은 그는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말했다. 
    "부인의 옷이 언제나 희고 머리에는 기름이 마르지 않기를 바랍니다. 
    자비심 아가씨도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아 많은 일 하십시오." 
    그리고 아이들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젊은 시절의 욕망을 버리고 
    현명한 분들의 경건함을 본받도록 해라. 
    그래서 어머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고 
    분별 있는 분들의 칭찬을 들어야지." 
    그들은 문지기에게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헤어졌다. 
    나는 꿈속에서 그들이 계속 길을 걷다가 산벼랑까지 이르는 것을 보았다. 
    거기서 경건함이 혼자서 곰곰이 생각하다가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어머나! 크리스티아나와 그 일행께 드리려던 걸 그만 잊고 그냥 왔어요. 
    돌아가서 가져와야겠어요." 
    그녀는 그 물건을 가지러 달려갔다. 
    그녀가 없는 동안 크리스티아나는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진 수풀 속에서 
    아주 이상하고 유쾌한 가락이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그 가락은 다음과 같은 가사를 싣고 있었다. 
                주님의 그 은혜 내 평생 동안 
                숨김없이 내게 보여주셨네. 
                그러므로 주님의 집이 
                내 평생 거처할 처소가 되리라. 
    그녀는 다시 귀를 기울여 다음과 같은 화답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주 하나님은 선하시니 
                그분의 은총 틀림없이 영원하리라. 
                언제나 굳건히 서 있는 그의 진리 
                영원토록 보존되고 입증되리라. 
    그리하여 크리스티아나는 누가 저 유쾌한 노래를 부르는가 하고 함에게 물었다. 
    그녀가 대답했다. 
    "그것은 이 고장의 새들이 부르짖는 소리랍니다. 
    새들이 노래 부르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지요. 
    그들이 노래를 햇살이 따뜻하고 꽃이 피어나는 봄이 아니면 잘 부르지 않는답니다. 
    봄날에는 하루 종일 노래를 부르죠. 
    나도 가끔 그 노랫소리를 들으려고 밖으로 나옵니다. 
    때로는 그 새를 길들여서 집안에서 기르기도 하지요. 
    우리가 울적할 땐 이 새들이 아주 좋은 동료가 돼주고, 
    또한 그들이 사는 숲과 수풀과 한적한 장소들을 
    인간들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주기도 한답니다." 
    바로 그때 경건함이 돌아와 크리스티아나에게 말했다. 
    "이걸 보세요. 
    우리 집에서 여러분들이 구경하신 것을 대충 기록한 종이를 가져왔습니다. 
    혹시 보신 걸 잊어버리게 되면 이것을 보세요. 
    그럼 기억이 되살아날 것입니다. 
    그것들을 기억하면 마음이 정돈돼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들은 언덕을 내려와 겸손한 계곡에 이르렀다. 
    벼랑은 가파르고 길은 미끄러웠다. 
    그러나 그들은 매우 조심스럽게 걸었으므로 무사히 내려갈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