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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35 - John Bunyan

Joyfule 2008. 9. 13. 00:50
    
          천로역정 2부 35 -  John Bunyan  
    계곡을 다 내려가자 경건함이 크리스티아나에게 말했다. 
    "바로 여기가 당신의 남편인 크리스찬이 
    더러운 악마 아폴리온을 만나 혈투를 벌였던 곳이랍니다. 
    부인도 그 이야기를 들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용기를 잃지는 마세요. 
    위대한 마음이 안내자로 조언을 해주는 한 
    여러분들은 훨씬 나은 여행을 하시게 될 테니까요." 
    이 말과 함께 그들은 순례자들을 안내자에게 부탁하고 돌아갔다. 
    그러자 위대한 마음이 말했다. 
    "이 계곡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사서 고생을 하지 않는 한 
    어떤 것도 우리를 해치지는 못할 것입니다. 
    크리스찬이 여기서 아폴리온을 만나 혈투를 벌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계곡을 내려오면서 여러 번 미끄러졌기 때문이었습니다. 
    거기에서 미끄러진 사람은 꼭 여기서 결판을 내야 하거든요. 
    이 계곡이 무서운 곳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어느 장소에서 누가 무서운 일을 당했다는 소문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장소에 
    악마나 나쁜 귀신이 출몰한다는 생각들을 하게 되거든요. 
    사실 그런 일을 당한 건 그 사람이 잘못을 저지른 결과인데도 말입니다. 
    사실 이 겸손의 계곡은 어느 까마귀라도 
    날아 넘어갈 수 있는 다른 계곡과 다를 바가 없는 곳입니다. 
    막상 다가가서 살펴보면 우리는 틀림없이 
    크리스찬이 왜 여기서 그런 수난을 겪게 됐는지를  
    설명해 줄 만한 그 무엇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때 제임스가 자기 어머니에게 말했다. 
    "저기 보세요. 
    저쪽에 기둥이 하나 서 있는데 그 기둥 위에 뭐라고 적혀 있는 것 같아요. 
    어서 가서 뭐라고 적혀 있는지 읽어봐요." 
    그래서 가까이 가 보니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크리스찬이 여러 번 미끄러진 일과 
    여기에서 악마와 싸웠던 것을 보고 후에 오는 자들은 경계로 삼으라.' 
    안내자가 말했다. 
    "보시오. 여기에서 크리스찬이 고난을 당한 이유를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내가 말했지요?" 
    그리고 그는 크리스티아나를 향해 다시 말했다. 
    "크리스찬이 여기서 미끄러지고 수난을 당했다 해서 
    남들보다 특별히 더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언덕은 내려가는 것보다 올라가는 게 더 쉬운데 
    그런 언덕은 이 세상에서 드물기 때문이오. 
    이제 그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합시다. 
    그는 지금 편안히 쉬고 있으니까요. 
    어찌됐든 그는 적들을 멋지게 정복했습니다. 
    우리도 시험을 당할 때 그보다 더 
    나쁜 처지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위에 계신 분께 기도나 합시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겸손의 계곡에 다시 오게 될 것입니다. 
    여기는 이 근방에서 보기 드문 옥토이지요. 
    보시다시피 기름진 땅이 대부분 초원으로 덮여 있습니다. 
    특히 지금 우리들처럼 풍광을 즐길만한 안목이 있고 
    게다가 전에 이곳에 와본 적이 없다면, 
    그는 굉장히 즐거운 경치를 이곳에서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 
    보세요, 저 계곡을 덮은 푸른 숲과 아름다운 백합꽃들을. 
    나는 또한 이 겸손의 계곡에서 기름진 땅을 경작하며 
    부지런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물리치고 겸손한 자에게 더욱더 은총을 베푸시니까요. 
    이 땅은 매우 비옥하기 때문에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답니다. 
    하나님 아버지의 집으로 가는 지름길이 이곳으로 나 있어 
    산을 넘거나 언덕을 오르내리는 수고 없이 
    하늘나라로 갈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이들도 더러 있지요. 
    하지만 길은 길입니다. 
    가다 보면 목적지가 나오게 마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