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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36 - John Bunyan

Joyfule 2008. 9. 15. 00:42
    
     천로역정 2부 36 -  John Bunyan  
    그들은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가다가 마침 
    자기 부친의 양떼를 지키고 있는 한 소년을 만났다.
    소년은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매우 청순하고 복스러워 보였다. 
    그는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위대한 마음’이 말했다. 
    "들어보세요. 저 양치기 소년이 무슨 노래를 부르는지……." 
    그들은 귀를 기울여 소년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낮은 곳에 있는 자 
               떨어질까 두려워할 필요 없네. 
                비천한 자, 오만하지 않으며 
                겸손한 자, 영원히 하나님의 보호받으리. 
                나는 지금 내가 가진 것으로 만족하네. 
                그것이 많든 적든 간에. 
                그리고 주님, 당신께서 나 같은 이 구원해 주오니 
                나 여전히 이렇게 만족하렵니다. 
                순례의 길을 가는 자 
                소유한다는 건 무거운 짐. 
                이승에서 가진 것이 없는 자 
                저 세상에서 복을 받을지니 
                영원토록 변치 않을 큰 복이라. 
    그때 안내자가 말했다. 
    "저 소년의 노랫소리 들었지요? 
    이 소년이야말로 비단옷 입은 자나 양단 옷 걸친 자들보다 더 즐거운 생활을 하며, 
    그 가슴에는 안심초라고 하는 약초를 더 많이 간직하고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던 이야기로 돌아갑시다. 
    우리 주님께서는 전에 이 계곡에 별장을 지으신 적이 있습니다. 
    그분은 이 계곡에 계시는 걸 무척 좋아하셨고, 
    또 초원을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하셨습니다. 
    공기가 신선하고 상쾌했으니까요. 
    게다가 이곳에 살면 누구나 이 세상의 소음과 분주함에서 벗어나게 되거든요. 
    온 세상이 소음과 혼잡으로 가득 차 있지만 
    유독 이 겸손의 계곡만은 한적하고 고요하답니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처럼 명상을 방해받는 일도 없지요. 
    이 계곡에는 순례자의 생활을 사랑하는 자 외에는 아무도 발을 들여놓지 않습니다. 
    비록 크리스찬이 여기에서 악마 아폴리온을 만나 생사를 거는 싸움을 했지만 
    그 전에 여길 지나간 사람들은 찬사를 받았고, 
    보석과 생명의 말씀들을 이곳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금 전에 우리 주님께서 이곳에 별장을 지으시고 
    즐겨 이곳을 산책하셨다는 이야길 했는데, 
    한 가지 더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그것은 이곳과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주님께서는 길을 보수하라고 
    또 순례의 길을 용기 있게 가라고 해마다 연금을 지불하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계속 대화를 나눌 때 새뮤얼이 위대한 마음에게 말했다. 
    "선생님, 이 계곡에서 저의 아버님이 아폴리온과 싸웠다는 건 알겠는데요. 
    하지만 이 넓은 계곡 어디에서 싸웠는지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위대한 마음 : 네 부친이 아폴리온과 싸웠던 곳은 
              저쪽 너머 망각의 초원을 막 지난 좁은 길목에서였다. 
              그곳이 이 근처에서는 가장 위험한 곳이지. 
              왜냐하면 순례자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때는   
              언제든지 그들이 받은 은혜를 망각하고 
              자기들이 그 은혜받기에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를 잊어버릴 때이거든. 
              이곳에서 수난을 겪은 사람들은 네 부친 말고도 많이 있단다. 
              그 이야기는 그곳에 도착해 더 하기로 하자. 
              그때 그런 싸움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어떤 표시나 비석 같은 것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러자 자비심이 말했다. 
    "우리가 순례여행을 하면서 지나쳐 온 다른 어떤 곳 못지않게 
    이곳도 괜찮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소도 제 마음에 꼭 들어요. 
    마차 지나가는 소리나 수레바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런 곳을 저는 좋아합니다. 
    이런 곳에 있으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자기가 누구며, 
    어디서 왔으며,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뜻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런 곳에서 인간은 생각하고, 가슴을 열며 그리고 그 마음을 녹여 
    마침내 두 눈에는 헤스본의 연못처럼 눈물이 고일 것입니다. 
    이 눈물 계곡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흘린 눈물로 우물을 만들게 될 것이며, 
    하나님이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빗물이 또한 그 못을 채울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포도밭을 주시겠다던 곳도 바로 여기입니다. 
    누구든지 이곳을 지나가는 자는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아폴리온을 만났을 때 크리스찬이 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위대한 마음’이 말했다. 
    "옳은 말이오. 
    나도 여러 번 이 계곡을 지나다녀봤지만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많은 순례자들을 보호하며 지나다녔는데 그들도 똑같은 말을 고백하곤 했지요. 
    '마음이 가난하고 죄를 깊이 뉘우치며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떠는 자, 
    그 사람을 내가 돌봐 주리라.'고 왕께서 말씀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