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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2부 38 - John Bunyan

Joyfule 2008. 9. 17. 00:48
    
     천로역정 2부 38 -  John Bunyan  
    마침내 악마가 나타나 안내자와 마주쳤다. 
    그러나 막상 악마는 모든 사람들의 눈에서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그들은 얼마 전에 들었던
     '악마와 대항하여 싸워라.
     그러면 악마는 달아나리라.'라는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원기를 회복한 그들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이 얼마 가지 않아서 자비심이 뒤를 돌아보았는데, 
    사자처럼 생긴 짐승이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오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그 짐승은 커다란 소리로 울부짖었는데, 
    그럴 때마다 온 계곡이 쩌렁쩌렁 울렸고 순례자들의 마음 또한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은 그들의 안내자뿐이었다. 
    드디어 맹수가 다가왔다. 
    위대한 마음이 맨 뒤로 가고 순례자들은 그의 앞에서 걸어갔다. 
    사자는 돌진해 왔고 위대한 마음은 달려오는 사자를 향해 몸을 내던져 덤벼들었다. 
    사자는 안내자가 저항하면서 결투할 준비가 된 것을 알아차리고는 
    뒤로 물러서더니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안내자를 앞세우고 
    길 전체가 수렁으로 뒤덮인 곳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들이 그 수렁 길을 걸어갈 준비도 하기 전에 
    짙은 안개와 어둠이 그들을 덮여 지척을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순례자들이 부르짖었다. 
    "아아, 이제 어쩌면 좋은가?" 
    그들의 안내자가 대답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그분이 이것을 통해 무엇을 말하는가 살펴보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그들은 길이 막혀버렸으므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원수들이 떠들며 돌진해 오는 소리가 훨씬 가까이에서 들리는 것 같았고 
    수렁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과 연기도 더욱 뚜렷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크리스티아나가 자비심에게 말했다. 
    "이제는 불쌍한 내 남편이 어떤 어려움을 견뎌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직접 와본 적은 없으니까요. 
    불쌍한 내 남편이 여길 혼자서, 그것도 밤에 지나가다니……. 
    이 길을 가느라고 꼬박 밤을 새웠는데 
    악마들은 밤새도록 그의 몸을 산산조각 낼 것처럼 덤벼들었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과연 죽음의 그늘 계곡이 어떤 곳인지는 직접 와보지 않고서는 모를 것 같군요. 
    '마음의 고통은 그 마음이 알고 마음의 즐거움에 타인은 참견하지 못하느니라.' 
    이 길을 지난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위대한 마음 : 이것은 마치 큰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깊은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깊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산기슭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마치 대지가 그 빗장으로 우리를 영원히 가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둠 속에서 빛도 없이 걷는 자는 
              여호와의 이름을 믿고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했습니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이미 말한 대로 이 계곡을 몇 차례나 지나다녔고 
              또 지금보다도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여기 이렇게 살아 있지 않습니까? 
              나는 스스로 나를 구원한 것이 아니므로 자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우리가 하나님께 구원받으리라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자, 우리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는 그분께 빛을 달라고 기도합시다. 
              그분은 이따위 어둠뿐만 아니라 지옥에 있는 
              모든 악마들까지도 꾸짖어 물리칠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래서 그들은 울부짖으며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빛과 구원을 보내주셨다. 
    더 이상 아무것도 그들의 길을 가로막지 못했고 수렁 길은 간 곳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렇지만 그들이 계곡을 다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걸어가는 도중에 지독한 악취가 풍겨 그들을 괴롭혔다. 
    자비심이 크리스티아나에게 말했다. 
    "여기서는 우리가 좁은 문과 통역관 씨 댁에서 그리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묵었던 집에서처럼 유쾌한 것들은 찾아볼 수가 없군요." 
    그러자 한 아이가 말했다. 
    "오, 하지만 이런 곳에서 계속 머물러 있는 것보다 
    이렇게 지나치기만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가 가서 살 그 집이 
    얼마나 더 좋은 곳인가를 깨닫게 하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새뮤얼, 그것 참 옳은 말이구나." 
    하고 안내자가 말했다. 
    "넌 제법 어른스럽게 말하는구나." 
    "만약 이곳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밝고 곧은길을 소중하게 여기게 될 것 같습니다." 
    하고 소년이 말했다. 
    그러자 안내자가 말했다. 
    "머지않아 이곳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그들은 계속 길을 걸었다. 
    이번에는 조세프가 말했다. 
    "아직까지도 이 계곡의 끝을 볼 수 없나요?" 
    안내자가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고 네 발부리나 잘 살펴보도록 해라. 
    곧 함정투성이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발부리를 조심하며 계속 걸었는데 함정이 너무 많아 몹시 고생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