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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로] 대한민국 60년, ‘자부심’이냐 ‘반성’이냐

Joyfule 2020. 7. 2. 01:07



  • [태평로] 대한민국 60년, ‘자부심’이냐 ‘반성’이냐
  • 이선민 논설위원 smlee@chosun.com
    입력 : 2007.08.20 22:41 / 수정 : 2007.08.20 23:14


    • 내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다. 일제의 40년 강점에서 벗어난 지 3년 만의 정부 수립은 우리 민족도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명실상부한 근대국가를 만들었다는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대한민국은 그로부터 두 세대가 지나는 동안 경제발전과 민주화를 차례로 이룬 드문 국가로 세계가 주목하는 성공사례가 됐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지금쯤 한 해 앞으로 다가온 건국 60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법하다. 더구나 우리는 10년 전 외환위기에 휩싸여 건국 50주년을 제대로 기리지 못하고 지나쳤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환갑(還甲)은 피와 땀으로 국가를 세우고 지키고 발전시켜온 선조들에게 감사할 소중한 기회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공동의 인식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하나의 사실에 대한 해석이 이념적·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단적으로 대립한다.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에 대한 역사 전쟁은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불붙고 있다. 지난 8월 초 뉴라이트재단 주최로 열린 ‘건국 60주년 기념 학술대회’는 우파 학자들이 대한민국 건국의 의의와 성과를 재조명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8·15를 ‘광복절’만이 아니라 ‘건국절’로도 기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서 기조발제를 한 이인호 교수는 “대한의 자손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일등 시민으로 대우받으며 인류 전체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환경을 개척하는 데 성공했다”며 “대한민국의 국민임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껴야 한다”고 했다. 안병직 교수는 “대한민국의 건국 시점에 여러 가지 미비점이 있었지만 그것은 역사의 제약에 불과했으며, 건국 이후 전력을 다하여 이런 미비점을 보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지식인도 많다.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기획하여 얼마 전 간행한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한울)라는 책은 좌파 학자들이 대한민국의 역사와 좌표를 어떻게 보는가를 잘 드러낸다. 이들은 ‘반성’의 관점에서 대한민국 역사를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뒤틀린 건국’과 그 이후 남한 사회에 들어선 ‘앙시앵 레짐(구체제)’의 불의·폭압·야만을 강조한다. 북한 실패와 남한 성공, 현실사회주의 실패와 현실자본주의 성공이라는 이분법을 거부한다. 이 책의 권두논문을 쓴 이병천·홍윤기 교수는 “대한민국은 잘했던 것보다는 못했던 것, 안 하고 넘어왔던 것이 미래를 더 많이 좌우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다시 세우기’를 주장한다.

      이런 역사 인식 차이는 자연스럽게 미래 전망의 차이로 이어진다. 우파 학자들은 산업화와 민주화의 다음 과제로 ‘선진화’를 제시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 계승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좌파 학자들은 우리 사회의 약육강식 승리주의, 미국 패권 편승주의를 비판하며 ‘복지사회’나 ‘분단 극복’을 주장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자부심’과 ‘반성’, 정체성의 ‘계승’과 ‘재구성’, 미래 전망으로서의 ‘선진화’와 ‘복지사회’ ‘분단 극복’ 사이에는 넘기 힘든 골이 존재한다. 요즘 우파와 좌파 지식인들의 토론이 유행이지만 이런 차이가 좁혀져서 우리 사회가 한마음으로 내년 8·15를 맞이하기는 힘들 것 같다.

      대한민국이 건국 60주년을 어떻게 맞을지 결정하는 것은 결국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 결과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을 바탕으로 선진화를 지향하는 세력과 대한민국에 반성을 요구하며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세력의 정면대결이다. 그 결과는 내년 8월의 우리 사회 분위기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한민족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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