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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치 이야기

Joyfule 2017. 12. 21. 01:23

 

 

 

하치 이야기

ㅡ 펌 ㅡ

 

 

리차드 기어는 <사관과 신사>,<귀여운 여인>,<시카고> 등으로 친숙한 배우이다.

나이가 들어도 부드러움과 중후함으로 더욱 매력적인 그는 헐리우드의 신사, 로맨틱 가이이다.

그가 주연, 제작을 맡은 <하치 이야기>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개같은 내인생>의 리세 할스트롬 감독에게 일본 영화의 원작을 전해 주고 연출을 맡아

줄 것을 청했다고 한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자극적인 소재 없이 일상적인 이야기들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무척 감동적이다.

아마도 영화를 구성하는 여러가지 요소들의 조화로움 때문일 것이다.

연출력에 힘입은 아름다운 영상, 감성적인 음악, 리차드 기어와 가족, 친구, 기차역

주변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3 마리 아키타견들의 뛰어난 연기력 등등.

 

1923년 태어나 주인의 죽음 이후에도 시부야 역을 떠나지 않고 10 년을 하루같이 주인을

기다리던 충견 하치의 이야기는 일본에서 1987년 영화화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에

방영되었다.

헐리우드판으로 리메이크한 <하치 이야기>는 인간과 가장 오랜 친구관계를 맺어 온

개와 인간의 사랑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적인 교감과 소통이 영화의 주제라면 미국의 하치보다는 일본의 하치가 우리 정서에

더욱 잘 맞을 것 같다. 원작을 보지 않아 비교할 수 없지만.

그러나 미국의 하치도 엄청 슬프다.

 

어린 시절 개에 관한 추억은 나도, 남편도 가지고 있다.

남편은 초등학교 시절, 이사할 때 어미개와 새끼개를 격리해서 옮기는 와중에 어미개를

잃었다.(격리하지 않으면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인다고 한다) 

자신의 새끼들을 찾기 위해 어미개가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라고 한다.

새끼 5마리는 우유를(그 당시 우유는 최고의 고급 식품이다) 

사서 먹였는데도 어미의 사랑을 받지못해선지 시름시름 앓다가 모두 죽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에 처음 개를 기르게 되었다.

장삿집에서 덩치가 큰 셰퍼트를 키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지만 오빠와 나의

강력한 청원이 있었다.

학교에 갔다 와 슈퍼에서 건빵을 사다가 그녀석 위로 던져 주면 나를 빤히 쳐다

보다가 기가 막히게 낙하 지점을 알고 받아 먹곤 했다.

첫 녀석의 이름은 베트였다.

덩치가 나보다 훨씬 컸던 베트는 약간은 위압적이었는데 손님들은 그녀석 주위를 빙

돌아 가곤 했다.

그 시절은 개장수가 개도둑이 되어 개를 데리고 가 버린다는 말이 돌았다.

베트는 어느 날, 자취를 감추고 그 녀석의 아들 베리가 왔다.

두 녀석은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데리고 자면서 개벼룩에 올라 가려워하던 오빠와 나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는데

그녀석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이 골목 저 골목 그녀석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찾아 헤맸던 기억이 어제같다.

그 안타까움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다. 그 상실감이라니...

부디 개장수한테 끌려가 못된 꼴은 안 당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내가 결혼한 뒤 아버지는 개 한마리를  데리고 오셨다.

아버지는 그 개를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다.

당신이 드시는 우유를 먹였고 계모임이 끝나면 검은 비닐 봉지에 음식 찌꺼기를 담아

가지고 오시면서 "메리야, 메리야" 다정스럽게 부르셨다.

아버지 발걸음 기척만 있어도 메리는 부리나케 아버지 앞으로 달려 나가 구두 앞 굽을

핧곤 했다.

메리는 우리나라 어디든 다니면 보이는 개였는데 오빠는 그 개를 멕가이버라고 불렀다.

 

단독주택이라면 틀림없이 개를 길렀을 것이다.

큰아이가 아토피에 걸린 후 개는 나와 멀어졌지만 어릴 적 베트와 베리,

그리고 아버지의 추억이 묻어 있는 메리와의 기억은 참으로 소중하다.

아마 시골에서 살게 되면 몇 마리 정도는 같이 살 것 같다.

그때는 아이들도 장가가고... 남편과 둘이 키울 것이다. 

 

 

평범한 대학 교수 파커는 퇴근길, 기차역에서 길 잃은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한다.

파커는 낯선 강아지에게 친근감을 느낀다.(한눈에 반한다) 

둘은 낯설지만, 운명처럼 서로를 알아 보고...주인을 찾아 주라는 아내(조앤 앨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같이 살게 된다.

 

 

일본인 친구 켄은 파커에게 '하치가 파커를 선택한 것'이며 '하늘에서 솟아 올라 땅으로

내려 선 개'라고 말한다.(일본어로 8은 하치이다. 8은 일본에서 행운을 말한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 마당 외딴 곳에 있는 하치를 데려다가 재우려는데 하치는 잠을 자지

않는다. 피곤한 파커는 야구 중계를 보다 쇼파에서 그대로 잠이 들고...

 

 

출근 길에 떨어지려 하지 않는 하치. 기차를 놓치기도 하는 파커.

어느새 매일 아침 파커를 배웅하고 오후 5시가 되면 역 앞에서 기다리는 것이

하치의 일과가 된다.

 

 

배웅 나온 하치와 어르고 뛰면서 집까지 달려 가는 행복한 파커와 하치.

 

 

하치는 공을 주워 오라는 명령에 따르지 않는다.

주인에게 충성스럽지만 매우 고집스럽다.

주인이 공을 던져도 절대로 물어오지 않는다.

 

"아키타견은 영적이며 품위가 있는 개다.

음식을 준다고 그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을 위해 재롱을 피우지 않고 주인도 스스로 선택한다." ~ 켄

 

카메라는 틈틈이 하치의 시선을 보여준다. 흑백으로 흐리면서 실제보다 길게...

 

 

파커가 수업 도중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는 날 아침, 하치는 평소와 다르다.

같이 출발하지 않는다. 마치 파커의 출근을 저지하려 하는 것 같다. 

뒤늦게 공을 물고 역 앞에 나가 파커의 명령에 따라 공을 주워 나른다.

평소와는 다르지만 목적이 있을 때만 공을 나를 것이라고 말했던 친구 켄의 말처럼

하치는 주인이 죽을 것을 미리 예견했는지 모른다.

 

계절이 무수히 바뀌는 동안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는 하치.

개의 10년은 개에게 평생이다.

낮에는 여기 저기 떠돌다가 오후 5시에 주인을 기다리고, 밤에 움직이지 않는 열차의

밑에 들어가서 잠들고...

 

 

늙고 힘없는 하치는 가장 행복했던 장면들을 회상하면서 눈을 감는다.


"하치 이야기를 통해 충성, 헌신, 그리고 조건없는 사랑의 힘을 느꼈다." ~ 리차드 기어

 

 

      생전의  하치

1924년 동경대학 농학부 교수인 우에노 히데사부로가 기르다가 1925년 5월

우에노 교수가 세상을 뜬 후, 하치는 매일 시부야 역에서 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렸다고 한다.

1935년 시부야 강의 이나리 다리 부근 노상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병리해부 결과 심장과 간에서 사상충이 대량 나왔으며 이로 인해 복수가 고여

고통받았고, 이를 사인으로 보고 있다. 위에서는 닭꼬치의 꼬챙이가 3~4개

발견되었으며 이 꼬챙이로 인해 소화기관이 손상되었으리라 본다.

시신은 박제되어 국립과학박물관에 보존되어 있다.

왼쪽 귀는 피부병에 의한 휴유증이다.  ~~ 출처 ;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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